2부 : 끊긴 신호음, 7장
김포공항에 도착하자, 차 한 대가 미리 와 있었다.
엄마와 아저씨가 함께 있었다.
두 분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아직도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익숙했다.
아저씨는 말없이 우리 짐을 받아 트렁크에 실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감사하다고 했지만,
입안이 바짝 말라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저씨는 잠시 미소를 지었다.
따뜻한 웃음이었지만, 마음 한쪽이 묵직했다.
차에 타서 손가락으로 좌석 커버를 괜히 쓸어내렸다.
룸미러에 비친 내 얼굴을 본 아저씨가 조심스레 말했다.
“차 안에서 담배 펴도 괜찮아. 긴 하루였을 테니까.”
그는 비흡연자였다.
그 배려가 고마웠지만, 불편했다.
엄마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앞 좌석 창문을 바라보며 손끝만 만지작거렸다.
언젠가, 군대 훈련소 수료식 날에도
엄마는 아저씨와 함께 나를 마중 나왔었다.
그때도 이런 기분이었다.
감사해야 하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건 아저씨가 좋은 사람인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내가 잃은 자리와, 누군가가 대신 채운 자리가
그날처럼 다시 겹쳐 보였다.
현서는 옆자리에서 내 눈치를 살폈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무엇을 말하지 말아야 할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나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짧은 동작조차 신경 쓰였다.
차창 밖으로 서울의 불빛이 번져왔다.
현실은 이렇게 빠르게 돌아오는데,
서울의 공기는 제주보다 훨씬 차갑고 단단했다.
형 집에 도착했을 때, 형은 아직 전주에 있었다.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었다.
‘먹는다’기보다, 그저 입에 넣는 기분이었다.
아직 형은 오지 않았다.
나는 멍하니 누워 있었다.
거실의 불빛만 희미하게 켜둔 채,
작게 엄마를 불렀다.
“엄마,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응, 얘기해. 아들.”
“엄마는 아빠를 어떻게 만났어?”
‘어떻게 하다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서, 그 고생을 했을까.’
그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잠시 아무 대답도 없었다.
그러다 엄마의 목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