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 슬픔의 단가, 5장
담배 끝에서 피어오르던 연기가
천천히 허공에 흩어졌다.
겨울 공기가 코끝을 파고들었다.
숨을 들이마시자, 묘하게 따뜻했다.
그때의 아빠도, 지금의 나도
같은 냄새 속에 있었다.
손끝의 불빛이 깜박였다.
그 작은 불씨를 바라보다
휴대폰을 꺼냈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아빠의 부고 소식을
누구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오지 않아도 괜찮지만,
와줬으면 좋겠다.’
결국 그 마음으로 연락을 돌렸다.
잠시 후,
화면에 짧은 문장들이 도착했다.
“밥은 먹었어?”
“몇 시까지 갈게.”
“정신 차리고 힘내라.”
문장 하나하나가
연기 사이를 떠다니듯 빛났다.
따뜻했지만,
닿는 순간 식어버릴 것 같은 온기였다.
그때 형에게 전화가 왔다.
“영락아, 현서 지금 내려보내니까
아빠 사망진단서 가지고
근처 동사무소 좀 가봐.”
“동사무소는 왜?”
“아빠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면
장례비 지원이 된대.
혹시 모르니까 확인 한번 해봐.”
“응, 알겠어.”
전화를 끊고
현서를 기다렸다.
잠시 후, 현서가 서류봉투를 들고 나타났다.
“이거, 사망진단서.”
“응, 가자.”
택시를 타고 동사무소로 향했다.
도착하자 번호표를 뽑았다.
“28번 손님.”
“네.”
“어떤 일로 오셨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비 지원이 가능한지 확인하려고요.”
직원은 내 신분증과 사망진단서를 받아 들었다.
“아휴, 아버님이 저랑 동갑이시네요…
젊은 나이에, 안타깝네요.”
그 말 한마디가
조용히 마음에 닿았다.
매일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 사람의 목소리였지만,
그 안엔 진심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아버님은 수급 대상이 아니세요.
조건은 되셨는데, 신청을 안 하셨네요.”
“… 그렇군요.”
“도움 못 드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선생님 잘못 아니에요.”
밖으로 나오자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현서가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확인하길 잘했네.”
“응.”
다시 택시를 잡았다.
가난으로 시작해, 가난으로 마무리된 생.
그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는지,
아니면 스스로 감당하기로 한 선택이었는지,
그저 마음이 무거웠다.
만약 그 신청서를 냈다면,
우리의 짐이 조금은 덜했을 것이다.
그 생각이 마음 한구석을 눌렀다.
아빠는 끝내 기초수급을 신청하지 않았다.
몰라서였을까,
아니면 자존심이었을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두 감정의 경계 어딘가에서
평생을 버티며 살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 장면을 그려버렸다.
낡은 모자를 눌러쓰고
동사무소 창구 앞 의자에 앉은 아빠.
조용히 이름을 적고,
서명을 하고,
서류를 내밀던 거친 손등.
그 위로 희미한 빛이 스며드는 장면이
불현듯 마음속에 떠올랐다.
그건 실제로 없던 장면이었다.
그런데도,
직접 본 것처럼 또렷했다.
그래서 더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