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난 자리에 내가 남았다.

3부 : 슬픔의 단가, 7장

by 여우비

장례식장으로 돌아왔을 때,

첫째 큰아버지가 이미 와 있었다.


첫째 큰아버지는 오자마자 영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영민아… 이리 와서 잔 좀 들어라.”

형의 손을 빌려 소주를 따르고, 잔을 올리고, 남은 술을 그대로 들이켰다.


“막둥아… 너 좋아하던 술 실컷 먹고 가라…

형보다 먼저 가서, 형이 네 제사상에 술을 올리게 만들면…

그게 말이 되냐…”


첫째 큰아버지의 목소리는 울음과 술기운 사이에서 흔들렸다.

한 병을 비우고도 멈추지 않았다.

두 번째 잔을 올릴 때는 얼굴이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 썩을 놈아… 뭐가 그리 급했냐…

형이… 형이 더 참을걸 그랬다…

너 혼자 얼마나 외로웠을까…”


첫째 큰아버지가 절을 하며 뒤로 쓰러질 듯 일어서는 모습은

할아버지께 절하던 아버지의 뒷모습과 겹쳐 보였다.

나는 점점 가슴이 조여왔지만, 울음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첫째 큰아버지는 말없이 영정을 보다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제수씨… 미안하요...

참말로 고생 많으셨소...”


“아니에요, 그런 말씀 마세요.”

엄마는 고개를 숙였고, 바닥에 눈물 몇 방울이 떨어졌다.


아버지는 이혼 후 전주로 내려가

첫째 큰아버지, 둘째 큰아버지와 함께 막노동을 했다.

뛰어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선택지는 그뿐이었다고 했다.


처음 몇 달은 새벽마다 현장에 나가고

술도 많이 줄였다.

그러나 비가 오면 일이 끊기고,

일이 끊기면 술이 시작됐다.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병이 다섯 병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술은

아버지가 마시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를 마셔버렸다.


그리고 그 술기운은

형제들에게 향했다.

첫째 큰아버지에게, 둘째 큰아버지에게.

말로, 행동으로.

그들이 더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결국 첫째 큰아버지는 인천으로 올라갔고,

남아 있던 둘째 큰아버지도

폭력에 휘말린 어느 날

조용히 짐을 챙겨 떠났다고 했다.


그 뒤로 아버지는

형제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돈을 빌려 달라는 전화를 반복했다.

전화를 받는 사람은 점점 줄었다.

그 전화들 사이에는

나에게 걸려온 것도 있었을 것이다.


첫째 큰아버지의 푸념을 들으며

또다시 묵직한 돌 하나가 가슴 위에 얹히는 것 같았다.

살아 있다면 “어휴, 그러게 잘 좀 하지”

그렇게 말했을 텐데,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작아졌다.


아버지가 죽었고, 내가 상주로 서 있는데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이러는 게 부끄럽고, 참 괴로웠다.


급하게 밥을 밀어 넣고,

나는 꺼져가는 향을 새 향에 옮겨 붙이고

영정 앞에 조용히 앉았다.

하나둘 친척 어르신들과 친척 형제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맞절도 어색해 몇 번이나 타이밍을 놓쳤다.

조금 지나자 그마저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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