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11
왜 그럴 때가 있다.
나를 보고 있긴 한데, 그 눈에 내가 비치진 않는 듯한 모습에 물음표를 띄울 때 말이다.
또 이럴 때도 있다.
딱히 밝을 필요가 없는데, 영롱하다며 불빛을 비추면 눈을 감고 느낌표를 삼킬 때 말이다.
그러니까, 왜 마음대로 그것도 시시하게 남의 문을 여냐, 이 말이야.
성에가 짓누르는 구석 자리가 가장 구리다고? 가장 맛없어 필요 없는 녀석의 자리라고? 반대로 문 쪽 난간은 인기가 많은 친구가 서 있는 게 맞다고? 그래서 양념이나 물, 음료수, 커피, 맥주 같은 강렬한 춤꾼들의 자리란 건 확실하다고? 몸집이 크면 괜히 작은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넓은 자리에 앉으라고?
아? 이 정도면 상석이라고? 그러니 감사한 마음으로 살 면 된다니. 여기에 있지도 못한 애들은 어디에 있는 줄 아냐고? 글쎄다... 당연히 모르는 거라고? 그들의 엔트로피는 우주의 낭비라 얼려 뒀다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너 여기가 어떤 줄은 아니? 참, 그전에 나는 너네 세상을 본 적 없으니 함부로 아는 척하진 않겠다고 약속할게. 어떤 세계인진 모르겠지만, 시도 때도 없이 우리 세계를 곁눈질로 훔쳐보는 걸로 보아, 그렇게 좋은 세상만은 아니란 건 알겠으니 말이야.
우선, 이곳에 불빛은 없어. 원래부터 없었어. 가끔 너희가 차원의 문을 열고 이상한 빛을 쏠 때나 그림자가 나타나지. 시위하는 거냐고? 아니, 전혀. 일단 너희 세상에 우리 동네의 비밀이 들키지 않아서 좋아. 문을 열고 본 그 세상은 진정 우리의 것이 아니거든. 또 밝은 게 무조건 좋은 거 같아? 보이니까? 그것도 글쎄 싶네... 아! 그 말은 맞아. 너희가 차원의 문을 닫으면 이 세상은 다시 암흑이 되고, 우리의 시력은 너희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그러니까 우리도 아무것도 안 보여. 그래서 오히려 아름다운 건 모르지? 가끔 그건 부러워. 너희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길래 항상 환할까, 분명 그 아름다움은 영롱한 빛깔이겠지? 그림자 마저 알록달록한?
그리고 아까 뭐라 했더라. 그래. 인기 많은 친구가 문 앞에 있다는 재밌는 해석에 대해서도 잠시 말해야겠어. 다른 것보다 그 자리가 상석이란 게 이해가 잘 안 돼서 자료 좀 찾아봤어. 이유가 퍽 웃기더라. 그나마 문 앞이라 따뜻해서 그렇다매? 그래서 미천한 녀석들은 맨 아래나 맨 위의 냉동고로 가는 거고? 거기가 가장 추우니까?
별생각 없이 차원의 문을 열 때의 눈빛은 잠시 접어두고 생각을 해 볼래?
여긴 어디든 추워. 덜 춥고 더 춥고란 정도가 없는 곳이야. 너희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우리 세상에선 모두가 똑같은 엔트로피를 가져. 물론 그 형태는 시큼하기도, 비리기도, 향긋하기도, 모두 다르지만 저마다 가질 수 있는 총량은 동일해.
크게 탐 낼 필요가 없지 그래서. 어차피 모두가 춥고, 보이는 건 하나 없이 어두운데 무엇이 더 좋은지 어떻게 판단하겠어. 오히려 너희 때문에 자주 눈만 아파. 너희가 문을 열 때 잠깐잠깐 보이는 세상에 밤잠만 설치고 꿈만 뒤숭숭하지.
다시 잘 생각해 보라고? 글쎄... 당장 내 옆 자리 친구도 제대로 모르는데 세상을 이해한들 그게 아름다울까? 반대로 너희가 잘 생각해 보는 건 어때? 우리가 이 냉장고 세상에 들어올 때 그리고 자리를 잡고 살아갈 때, 어떤 이유를 갖고 그곳에 누웠을까? 너희랑 똑같아. 혼자가 되면 괜히 조급해서 아무 생각 없이, 배도 고프지 않으면서, 냉장고 문을 열고 동태 눈깔로 아무것도 담지 못한 채, 다시 이유 없이 문을 닫는 것과 같아.
그러니까, 내 말은
이유도 모르고 그럴 거면, 틀린 이유에 불빛을 비추지 말고,
차라리 우리 마을처럼 애초에 이유를 지우고 영롱한 어둠 속에서 사는 건 어떠냐, 물어보는 거지.
괜히 남의 그림자만 쓸데없이 밟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