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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픽로그 K Nov 09. 2021

도시 괴담 좋아해? 장산범에 숨은 비밀

가볍게 읽는 한국 신화

*무서운 사진이 있어. 사진 주의!*


구독자 여러분 안녕 ( ᐛ )و 오늘은 행복한 금요일! 에픽레터가 찾아왔어. 요즘 비 소식이 잦은데 잘 지내고 있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생각나는 게 몇 가지 있지. 첫째, 갬성 넘치는 음악. 둘째, 파전에 막걸리. 셋째, 무서운 이야기. K는 쫄보지만 무서운 영화나 웹툰을 좋아해. 금요일 저녁 씌원한 맥주와 함께 즐기는 공포물은 짜릿하지. 매년 여름 공포 영화나 웹툰이 쏟아지는 걸 보면 공포물을 좋아하는 건 K 혼자가 아닌 것 같아. 여러분은 어때? 오늘은 에픽레터 공포특집! 도시 괴담 이야기를 해줄게.


도시 괴담이랑 옛날이야기가 무슨 상관이야?  

우리에게는 ‘도시 괴담’이라는 표현이 익숙하지만, 정식 명칭은 ‘도시 전설’ 혹은 ‘현대 전설’이야. 옛날 드라마 <전설의 고향> 알지? 두 단어의 전설이 같은 뜻이야. <전설의 고향>이 여러 옛날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든 거라 무서운 내용 말고 교훈적이거나 감동적인 내용도 있었거든. 근데 어쩐지 무서운 장면만 기억나지 않아? 그건 사람들이 귀신이 나오는 무서운 에피소드를 잘 기억하기 때문이야. ‘도시 괴담’이라는 표현도 마찬가지야. 현대 도시에서 전하는 수많은 이야기 중에 무섭고 기괴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전설 대신 괴담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거지. 정리하면, ‘도시 괴담 = 현대판 옛날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

<출처 : MBC, 심야괴담회 납량특집>

심야 괴담회 봤어? 나 무서워서 불 켜놓고 잤잖아.. 무서운



<출처 : KBS, 전설의 고향 (2008)>

전설의 고향이 이 분야 권위 갑


그럼 도시 전설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어?  

흔히 말하는 ‘카더라’에 속하는 이야기는 다 도시 전설에 포함돼. 왜 무서운 이야기할 때 “이건 내 친구의 친구가 겪은 이야긴데…”라던가, “내 예전 룸메가 해줬던 이야긴데…”하면서 시작하잖아? 이런 게 도시 전설의 특징이야. 좀 유식한 말로 ‘친구의 친구 이야기(FOAF_friend of a friend)’라고 부르지� 이렇게 말하면 진짜 있었던 일인지 확인하기 어려우니까. 빨간 마스크, 고속도로를 달리면 보인다는 귀신, 택시 기사가 죽은 여자를 태우고 갔다더라, 이런 내용 들어봤지? 이런 게 다 도시 전설이야. 그중에서 최근 가장 유행했던 건 장산범!

<출처 : 영화 소녀괴담 (2014)>

오싹.. 나 오늘 잠 못잔다���


다른 사람 목소리를 낸다는 그 호랑이 맞지? 

장산범 내용을 보면 재밌는 점이 많아. 일단 ‘범’, 즉 호랑이라고 하는데 호랑이라기보다 괴물에 가까워. 은색 털로 뒤덮여 있어 매우 아름답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하지. 인터넷에 올라온 묘사를 보면 장산범은 호랑이가 아니라 괴물에 가까워.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나 여우같이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있지. 형태도 분명하지 않아. 처음에는 사람 같았다가 나중에는 짐승처럼 보이기도 하고 결국에는 사람인지 짐승인지 알 수 없다는 의미로 ‘그것’이라고 불려. 동물이었다가, 사람이었다가, 나무가 되기도 하는 도깨비나 여우랑 비슷하지 않아? 내가 가진 정보로는 파악할 수 없는 정체 모를 무언가, 이게 장산범을 무섭게 만드는 요소야. 영화 <장산범>에서도 이 점이 강조됐지.

<출저 : SBS, 궁금한 이야기Y, 184회 미확인 괴생명체! '장산범' 실체는 무엇인가? (2013)>

2013년 8월 30일에 방영된 <궁금한 이야기 Y> 속 장산범의 모습. 산에서 만나면 정말 무섭겠다.


도시 괴담은 어떻게 생겨날까? 

도시 괴담에는 그 시대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이 담겨 있어. 빨간 마스크에는 늦은 밤 정체 모를 누군가가 나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장산범에는 눈에 보이지 않고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파악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불안이 있지. 세상이 점점 무서워지잖아. 테러에, 자연재해에 요새는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이런 것들은 다 눈에 보이지 않아. 눈에 보이지 않으니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고 그러니 내가 통제할 수 없지.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을 때 느끼는 기분이랑 비슷하달까? 도시 괴담이 유행한다는 건 그만큼 불안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야.

<출저 : freepik>

괴담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불안을 보여준다는 거! 신기하지?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사라졌지만, 사람들의 상상력은 멈추지 않아. 사슴이 말을 하고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왔던 것처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가 등장인물만 바뀌어 전해져. 이번 주말 영화 <장산범>을 보면서 내 불안은 뭘까 생각해보는 건 어때? 씌원한 맥주 한 잔이 더욱 맛있을 거야!


그런데.. 지금 너 뒤에 누구야?�


에픽로그 자료 창고 

이소윤, [뉴미디어 시대에 등장한 도시괴담 장산범 연구], 구비문학연구 48, 한국구비문학회, 2018. 

김종대, [도시에서 유행한 <빨간 마스크>의 변이와 속성에 대한 시론], 한국민속학 41, 한국민속학회,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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