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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픽로그 K Nov 09. 2021

조선시대 대표집사 숙종, 옛날이야기 속 슈퍼 히어로?

가볍게 읽는 한국 신화

여러분 안녕٩( ᐛ ) 에디터 K의 한국 신화 에픽레터가 다시 찾아왔어. 일주일의 피로가 가득 쌓인 금요일 아침 어떻게 보내고 있니? 유난히 피곤한 날 자기만의 힐링 방법이 있을 텐데! 에디터 K의 힐링 방법은 귀여운 동물 영상 찾아보기야. 그중에서도 특히 냥이님. 꼼지락거리는 분홍 젤리를 보기만 해도 피로가 싸악 내려가는 느낌이지. 도도한 태도에 슬쩍 묻어나오는 애교는 또 을매나 귀엽게요. 하 역시 귀여운 게 최고다! 귀여운 게 세상을 구한다! 오늘 K와 같은 냥이 덕후, 권력집사 숙종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숙종이 집사? 그게 무슨 말이야?  

숙종 하면 아마 장희빈과 인현왕후가 제일 먼저 떠오를 거야. 하지만 초특급 치정 멜로의 주인공 숙종에게 또 다른 모습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냥이덕후! 숙종은 ‘금손’이라는 고양이를 키웠는데, 직접 먹이를 챙기고 나랏일을 볼 때도 곁에 두었다는 기록이 전해져. 숙종 시대 신하가 쓴 시에도 ‘금묘만 가까이서 임금과 밥을 먹고, 임금이 손으로 어루만지며 고양이만 사랑하신다’는 내용이 전해질 정도지. 숙종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금손이는 숙종이 죽은 후로 밥도 안 먹고 울다가 앓아 죽었다고 하니 둘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했는지 알 수 있겠지?

<출처 : 조지운, <유하묘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양이를 소재로 한 조선시대 민화야. 이때도 고양이는 많은 사랑을 받았아봐. 역시 귀여움은 영원하다. 


금손이가 부러워. 숙종은 참 다양한 모습을 가진 사람이었네!  

맞아. 금손이가 진정한 승자다. 나도 왕 말고 왕의 고양이가 되고 싶어. (왕은 피곤하니까ㅎ) 그런데 사랑꾼, 집사 말고 숙종의 또 다른 모습이 있어. 혹시 우리 옛날이야기에 숙종이 많이 등장한다는 사실 알고 있니? 황희 정승이나 이순신 장군같이 유명한 역사 인물이 주인공이거나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같은 전쟁 이야기 속에 왕이 등장하는 경우는 많지만, 임금이 주인공인 경우는 숙종밖에 없어. 게다가 그 수가 무려 100편이 넘는다구!


숙종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100편이 넘는다구? 어떤 내용인데? 

옛날이야기에서 숙종은 따뜻하고 다정한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등장해. 굉장히 지혜로워서 과거에 떨어진 가난한 선비나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들을 구해주고, 백성을 괴롭히는 양반을 혼쭐내기도 하고, 어떨 때는 축지법을 쓰는 초능력자로 묘사되기도 하지. 돈 없고 빽 없어서 고통받는 사람들 앞에 나타나서 짠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초능력을 가진 숙종! 영화 속 슈퍼 히어로가 떠오르지 않니? 캡틴 아메리카의 정의로움과 아이언맨의 부와 권력을 섞어 놓은 느낌이랄까. 하 나도 지나가다가 숙종 만나고 싶다. 저는 벼슬은 필요 없구요, 서울에 집 하나만 부탁드립니다. 굽신굽신..

<출처 : 마블코믹스, 캡틴아메리카 : 시빌워(2016),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 싸움 장면>

애들아 싸우지 말고 숙종처럼 좀 하나가 되어봐. 둘이 힘 합치면 타노스 씹어먹을 수 있다구!!! 


조선의 수많은 왕 중에서 왜 하필 숙종일까? 

헉 너무나 예리한 질문이야. 많은 연구자들이 왜 하필 숙종일까 고민하며 이런저런 답을 내렸는데,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라 살짝 어려우니 잘 들어봐. 조선시대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계기로 전기와 후기로 나뉘어. 두 번의 전쟁을 겪으면서 백성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거든. 괜찮나 싶으면 전쟁이 일어나서 나라가 쑥대밭이 되는데 화가 안 나겠어? ‘아니 양반! 니네가 하라는 대로 세금 내고 말 잘 들었는데 살기가 왜 이렇게 팍팍해! 나도 이제 삐뚤어질 테다!!’라면서 태도가 바뀌기 시작한 거지. 이 시기 백성들의 변화를 서민의식, 민중의식의 성장이라 불러.


아 RGRG. 백성들이 당연히 화가 날 수 밖에 없지.  

맞아. 백성들은 ‘저런 XX도 관리가 되는데 나라고 못 하겠어?’ 하면서 벼슬에 오르기를 꿈꿨어. 그런데 현실적으로 신분이 낮은 사람이 벼슬자리에 오르는 건 쉽지 않았지. 현실에서는 이루기 힘든 사람들의 꿈이 이야기에 반영된 거라고 보면 돼. 숙종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끝난 후 사회가 조금 안정되었을 때  즉위한 왕이거든. 전에는 전쟁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면 이제는 숨 좀 돌리고 상황을 바라볼 수 있기에 지배층에게 바라는 모습, 내가 원하는 바를 이야기에 녹여낸 거지.


우와 K 너 좀 똑똑한데?  

훗 뭐 이정도야. 젊음을 도서관에 바친 결과랄까? 사실 내가 알아낸 건 아니고 다른 사람들 연구를 참고해서 이야기 한 거야.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에픽레터 자료창고를 봐줘. 친절한 K가 쉽게 설명해줄게.


고양이에서 출발해 서민의식의 성장으로 끝난 오늘의 에픽레터! 재밌었었니? 현실에서 이루기 힘든 꿈을 이야기에 반영했다니, 세상이 바뀌길 바랐던 당시 사람들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것 같네. 마치 매주 금요일 로또를 사는 나의 모습 같아서 눈물이.. 피곤한 금요일 아침 쉬어가는 시간이 되었길 바라. 나는 일했으니까 이제 고양이 영상 보러 가야겠다.  다음 주에 만나 안녕~~


에픽레터 자료창고  

박기현, 「숙종설화 연구」, 동하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3 

이재순, 「숙종대왕설화 연구 : 민중의 꿈의 실현과 좌절을 중심으로」, 경성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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