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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픽로그 K Nov 24. 2021

필리핀 과일 유래담(망고, 파인애플, 두리안)

끄적끄적 외국 설화

오늘은 필리핀에 전해지는 흥미로운 과일 전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망고, 파인애플, 두리안에 관한 이야기이다. 필리핀은 과일이 정말 많은 나라다. 다양한 과일만큼 과일이 생기게 된 유래담도 많다. 과일과 주인공은 다르지만 유래담 구조는 대부분 비슷하다.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 주인공이 사라지면 과일이 남는 구조다. 보통 과일의 생김새, 맛과 주인공의 성격이 비슷하다. 이야기를 해준 필리핀 화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필리핀의 전설들은 그냥 사라지는 사람 많아요. 두리안, 파인애플 전설도 다 그냥 사람이 없어지는 거예요. 그 과일은 그 사람의 성격을 대표하는 것 같아요.


사람이 죽어서 감자나 연근 같은 식물이 되는 걸 사체화생화소라고 하는데 이런 구황작물이 많은 나라에서는 흔히 등장하는 화소다. 특시 필리핀,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 쪽에 이런 이야기기가 많은 것 같다. (내가 본 이야기는 모두 동남아 쪽이었음) 한국은 사람이 죽어서 식용 식물이 되는 이야기가 거의 없다. 왜 둘은 차이가 있을지 그것도 흥미로운 연구 거리가 될 것 같다. 아마 문화가 달라서가 아닐까 막연하게 생각해보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오늘 소개할 과일 전설 이야기는 엄밀하게 말해 사체화생화소는 아니다. (주인공이 죽고 그 몸에서 과일이 자라는 건 아니라서) 하지만 주인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생겨난 과일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연관성은 있다. 과일과 주인공은 직관적으로 연결된다. 이야기가 만들어질 때 과일의 생김새가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1. 망고

옛날 엄마와 마나라는 아이가 살았다. 마나는 착해서 엄마와 다른 사람을 잘 도와줬다. 마나가 너무 착하자 요정이 찾아와 마나가 착한 일을 하면 가슴에 하트 모양의 불빛이 나오도록 만들어줬다. 어느 날 마을에 벌레가 생겨 나무가 다 죽어갔다. 마나는 벌레들이 불빛을 보고 다라가는 것을 보고, 마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심장의 불빛으로 벌레를 이끌고서 마을을 떠났다. 얼마 후 그녀가 살던 집 옆에 나무가 생겼는데, 심장 모양의 과일이 열렸다. 과일은 매우 달았다. 사람들은 그 과일이 마나의 심장이라고 생각했고, 이후로 과일은 망가 또는 망고라 불리게 됐다.


책에는 망고 이야기가 두 편 실려 있는데, 주인공 이름만 다르고 내용은 비슷하다. 포인트는 착한 아이가 마을 사람들을 위해 해충을 데리고 마을을 떠난 행동이다. 그럼 빛나는 심장을 갖게 해 준 요정의 행동은 선물인가? 아닌가? 어렵다. 솔직히 주변에 이런 사람 있으면 용기 있다, 대단하다 박수칠 것 같은데 내 가족이면 요정이 너무 미울 듯.



2. 파인애플

옛날 엄마가 나이 들어 낳은 피나라는 아이가 있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면서 편하게 키웠더니 피나는 말을 안 듣는 아이가 되었다. 하루는 엄마가 아파서 밥을 하라고 했는데,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하나하나 물어보았다. 밥을 할 때마다 일일이 물어보면서 움직이니까 엄마가 나중에는 화가 나서, “네 눈이 백만 개 천만 개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후 아이는 보이지 않았고 대신 눈이 많이 달린 과일이 생겨났다. 그 과일을 피나라고 불렀는데, 그것이 곧 파인애플이다.


파인애플 이야기도 소녀가 주인공이다. 망고는 착한 소녀가 나왔는데 여기는 게으른 소녀가 등장한다. 우리나라 옛이야기 중 <소가 된 게으름뱅이>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다. 대신에 우리나라 설화는 ‘게으르게 살면 소처럼 매일 일만 해야 한다!’면서 더 교훈을 주려는 느낌이고 필리핀 설화는 게으른 딸을 둔 엄마의 마음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다.



3. 두리안

두링이라는 이름을 가진 할머니가 산 밑에 홀로 살고 있었다. 남편과 자식이 있었는데 둘 다 죽었고, 그 이후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또 성격이 까다로워서 다른 사람들이 두링 할머니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마을에서 며칠 동안 이상한 냄새가 나서 사람들이 냄새가 어디서 나는지 찾아보았다. 두링 할머니 집에 갔는데 할머니는 없었고, 할머니 집 근처 나무에 뾰족뾰족하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열매가 있었다. 열매가 벌어져 있어서 먹어봤는데 맛이 정말 좋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 열매를 나누어먹었고, 두링 할머니의 이름을 따서 과일을 ‘두리안’이라고 부르게 됐다.


두링 할머니 보면서 <나 홀로 집에 2> 비둘기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겉은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 사람. 겉바속촉의 의인화 댓츠 두링 할머니. 두리안 소개할 때 냄새는 지독하지만 맛은 정말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사람으로 바꾸니 이런 이야기가 나와서 재밌다. 두링 할머니가 나쁜 짓을 하진 않았는데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아서 안 좋은 인식이 퍼졌다고 하니 딱 두리안과 잘 어울리는 인물같다.



원문 출처 : 다문화시대 이주민 구술설화 DB, <망고가 된 소녀의 불빛 심장>, <파인애플이 된 아이>, <두링 할머니와 과일 두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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