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아주 작은 파편이 모여 이루는 작은 은하수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은하수를 이루는 작은 파편들은 여러 색깔로 이루어져 있어 멀리서 보면 아주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생기를 잃어버린 듯한 무채색의 파편들과 격양된 감정이 느껴지는 붉은색의 파편, 그리고 평화로움이 그려지는 푸른색의 파편들까지 여러 색깔의 찰나의 순간들이 우리 인생을 다채롭게 만들어줍니다.
찰나의 순간에 살아가는 우리는 가끔씩 찰나의 순간 속 아주 작은 시간의 파편을 영겁의 고통에 밀어 넣곤 합니다.
그 순간은 아주 고통스러운 무채색의 파편들을 남기고 갈 테지만, 훗날 먼발치에서 바라본다면 형형색색의 파편들 사이 순간은 여백의 미로 남아있겠지요.
25년은 제 인생에 있어 아주 짧은 프레임이었을 테지만 가장 다채로웠던 파편을 남기고 떠나갑니다.
먼 훗날의 제가 올해를 돌아보았을 때 많은 변곡점을 만들어준 한 해이기를
그리고 앞으로 보내게 될 해 또한 내 삶의 많은 변곡점을 만들고 비로소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게 된 저를 만들어주기를 바라봅니다.
모든 색채의 파편들이 내 인생을 이루는 수많은 빛 중 하나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한 해의 기억과 감정이 참 많이 남아있는 12월입니다.
이맘때는 항상 다짐과 반성, 애틋함과 그리움이 남아 있는 순간이죠.
이전에는 이런 서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 또한 삶의 사치라고 생각하고 모든 순간을 밀어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계절을 느끼고 회상할 수 있는 순간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권리 중에 하나임을 알기에 가감 없이 누리고 사랑하려 합니다.
사랑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수많은 권리 중 하나.
진리를 탐닉하는 탐구자들의 모든 종착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마땅히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가치가 아닐까요?
올해의 저에게도 사랑은 아주 중요한 키워드였습니다.
사랑은 확실히 기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죠.
솔직히 말하자면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저는 아직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렴풋이 느끼곤 있지만 아직까진 많이 어렵습니다.
과거의 사랑에서 제가 했던 실수들을 바라보며 하나둘씩 깨닫곤 하는데요.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마감 시간에 저를 보고 싶어 찾아온 연인에게 저는 일말의 시간을 내어주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였습니다.
그리고 마감 후 서운하다는 말을 하는 상대에게 "바쁜데 어떻게 해 내가 네가 왔다는 핑계로 일을 잠깐 안 해버리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실례가 아니냐."
또는 "내가 이렇게 일하는 이유는 다 너와의 미래를 위해서야"라고 배설했던 과거들.
그녀보다 사회의 평판, 돈 따위가 내 삶의 우선순위에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말들이었었죠.
가치관 따위가 절대적인 내 시야가 상대방에겐 너무나도 버겁고 불투명한 시야임을 모른 채
나의 가치관의 정당화로 상대의 마음을 도륙하는 비겁한 행위임을 모른 채 말입니다.
철저히 편협한 나의 가치관 따위를 들먹이며 상대가 진정으로 기뻐하는 행동을 부당화 시켜버리는 침해.
진정 상대가 나의 삶의 우선순위에 있다면, 내가 힘들어하는 행위들을 기꺼이 그 사람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이 진짜 상대를 위하고, 나를 위하는 사랑의 기술이 아닐까 어렴풋이 그려보고 있습니다.
올해 초의 저는 사랑 또한 내 꿈과 목표처럼 달성해야 하는 하나의 미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미션의 난이도와 값어치는 당연하게도 제가 실현 가능한 최고의 난이도를 설정하였겠죠.
실제로 올해 써제낀 글만 봐도 사랑에 대해 타협하는 것은 마치 자신의 꿈이 이루기 어려우니 대충 타협하고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내가 만나고 싶은 상대의 외모, 성격, 직업 등 불변하지 않는 가치를 재단하고 목표로 삼는다니 얼마나 우매한 생각이었는지 모릅니다.
내가 추구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언젠가 한낱 안개처럼 사라질 것들이라면 나의 인생 또한 그 가치에 수렴할 테고요.
부처는 어느 날 늙은 사람, 병든 사람, 죽은 사람, 수행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부처가 깨달은 것은 명확했습니다.
'어떤 아름다움도 영원할 수 없다. 빛나는 피부도 주름질 것이고 탄탄한 육체도 결국엔 쇠약해질 것이고 아름다운 얼굴도 결국 해골이 될 것이다.'
'변할 수밖에 없는 것에 행복을 거는 것, 그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다름없다...'
외모, 나이, 직업 등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하며 변하는 가치로 사랑을 하려 하니 나의 사랑 또한 시간에 수렴하는 가치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요?
자극을 추구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겠지요.
내가 재단하는 가치가 시간에 수렴하는 것들이라면 나는 언제든지 지난날의 과오를 범하게 될 것입니다.
진정 내 영혼이 동조할 수 있는 사람에게 기여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내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들이 시간에 수렴하는 것들인지 되돌아볼 수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앞으로의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는 가치인 영혼의 동조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또, 그런 사람을 색안경을 끼지 않고 오롯하게 바라볼 수 있는 나의 선명한 시야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