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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짓는Jay Dec 08. 2021

젊은건축주를 위한 단독주택 내집짓기 사용 설명서

한줄요약: 건축 이해관계자는 '집짓고 망했어요!' 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집을 짓고 있다. 정확히 얘기하면, 땅을 샀고 건축가와 계약을 했으며 현재 설계 과정에 있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는 머리에 피도안마른 젊은놈 축에 든다. 젊은 건축주인거다. 집을 짓기로 결심하고 여기까지 오는데 있어, 난생 처음보는 많은 것을 배웠지만,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이 있다. 그거슨 바로 '정보가 정말 없다'는 것이었다.  


의아할거다. 지금도 TV만 틀면, 서점에 가면, 그리고 유튜브에도, 여러가지 블로그나 커뮤니티에도 말이다. 단독주택, 전원주택, 건축과 집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난다. 그런데 막상 '나도 집을 짓겠다!' 결심하고 건축주 입장이 되어보면 깨닫게 된다. 정말 정보가 없구나. 의지할 때가 없구나. 아니다 정보는 많다. 근데 '쓸만한' 정보가 많지 않았다. 집을 짓는 과정은 나침반없이 끝없이 헤매며 스스로 위치를 보정하는 작업에 다름아니었다.  


건축주에게 쓸만한 정보가 많지 않은 이유

쓸만한 정보가 왜 없을까? 가장 큰 이유는 범람하는 정보들이 '밀접한 이해관계자'에 의해 생산된다는데 있겠다. 그러니까 건축으로 돈버는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라는거다. 전문가인건 알겠는데, 그거 백퍼 신뢰할 수 있나?ㅎㅎ... 더군다나 집짓기는 수십억 들어가는 일생일대의 사업인데, 이해관계를 덜어낸 가감없는 이야기 필요하지 않나?  


건축에 관여하는 주체는 크게 대략 4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어떤 정보인지 판단하는데 있어, 이 주체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건축주: 돈내고 내가 살거나 남이 살게하거나, 어쨌든 해당 건축행위의 주체가 되는 사람이다. 보통 생업을 열심히 살아가는 건축과는 관련없는 사람이겠지?  

건축가: 집을 짓기로 마음먹으면 처음 만나는 사람.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일정 기간 수련을 쌓은 건축 전문가이자 남의 돈으로 예술하는 사람(혹은 닳고 닳은 숙련공). 그나마 건축주가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  

시공사: 설계도에 기반해 실제로 땅을 파고 콘크리트를 붓고 집을 짓는 사람들. 건축가를 아티스트라고 한다면, 시공가는 얼마간은 건축 기술자 같은 느낌이다. 미적 감각보다는 공학적 측면, 실제 재료의 물성과 집 자체에 집중해 건축을 바라본다. 그런면에서 건축가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한다. 대충 건축하면 떠오르는 거친 이미지는 시공사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 이해관계자: 건축 카테고리 혹은 그 주변에서 돈을 벌고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 미디어, 잡지사, 조경사, 인테리어 업자, 측량사 혹은 공인중개사나 땅 투기꾼까지, 건축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참으로 많고 그들의 시각은 또 제각각이다.  



우리는 누구의 말을 듣고 따라야할까?   

자 내가 십수년 모은 돈으로 집을 지을거다. 누구말 들을까? 건축주? 건축가? 

...

당연히 '골고루' 들어야한다. 건축은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종합예술이다. 누가 말하는게 답이고 진리고 그런거없다. 그러니까 각 영역의 다양한 시각과 관여도의 정보는 피가되고 살이 된다. 


그러니까 요는 '골고루 들어야한다'는거다. 근데 우리는 꿈만 갖고 이 판에 뛰어든 순진한 건축주이다. 골고루도 뭘 알아야 골라먹지. 그냥 피자랑 치킨만 먹는거다. 그게 쉽고 맛있으니까! 우리는 난무하는 정보와 이야기를 구분할 능력이 없다. 갈피를 잡지못한다. 이게 어떤 입장에서 쓰여진 내용인지, 어떤게 중요하고 어떤걸 받아들여야할지 알수가 없다. 공부라고 해봤자, 하나의 인상과 편견만 남는다. 알고 받아들이는 것과 모르고 받아들이는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러니까 큰돈이 오고가는 이 판에서 우리는 그냥 귀여운 잡몬 정도 레벨이라고 보면된다. 그 레벨로 마왕 잡겠나? 집짓기는 정부의 관리감독하에 공정하게 공산품을 구매하는게 아니다. 수많은 의사결정을 해야하고 또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관계하며 때론 손해도 보고 때론 성취도 이뤄내야 결과를 얻는다. 


그런데 당연하게도 건축과 관련된 정보는 대부분 건축주, 시공자, 그리고 주변 이해관계자에서 나온다. 그들이 전문가니까! 근데 그들은 각자가 처한 입장을 대변한다. 자신들의 영역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쁜 집들, 멋진 인테리어, 행복한 단독주택 이야기가 미디어에서 넘쳐나는 이유다. 집짓고 인생 망했어요! 같은 얘기를 건축으로 돈버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할리가 없잖아... 어쩌다 있는 건축주의 이야기도 아..이거 좀.. 싶은 경우가 많았다. 건축주의 입장은 더욱 곤궁해진다. 


                                            건축 주체별 정보의 양

                                건축주 <<<< 시공사 = 건축가 < 주변 이해관계자



문제는 더 있다. 당신은 이 시장에서 별 의미가 없다.  

나는 사회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아직젊다!'고 할 수는 있지만, 어디가서 '어리다!'고 말하면 민망한 나이다. 근데 이 시장으로 들어오면, 머리에 피도 안마른 젊은놈 취급을 받는데 익숙해진다. 그러니까 당신이 5060 이상의 연령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했거나 뭐 대충 다른 노선을 택한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넌 이미 어려운 상태'임.   


건축에 종사하는 이들은 물론 다양한 연령대가 있다. 하지만 건축주는 대충 위에서 말한 이들이라고 보면된다. 그러니까 그에 해당 안하는 이들은 이 시장의 타깃이 아니다. 타깃이 아니란게 뭔 얘기냐면, 이건 아파트가 아니라, 철저한 커스터마이징 맞춤정장이다. 정장 말고 모자티 찾는 이들에게 관심을 줄 여력도 이유도 없는거다. 


그러니까 집짓기 시장은 판 자체가 그런 분들을 위해 짜여져있다. 왜 동묘가서 요가 레깅스 찾으면 분위기 싸해질거잖아. 그러한 분들이 원하는 정보, 그들의 호불호, 그들의 트렌드, 그들의 미적감각, 그들의 수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시골의 전원주택, 왠지 엄빠가 좋아할것만 같은 인테리어와 바이브, 아 난 그렇게 살려는게 아니다. 나를 위한 정보를 찾겠다!... 어렵다. 애초에 이 시장은 젊은층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젊은층이란게 꽤나 나이먹은 이들까지 어린놈 포함해준다.ㅎㅎ  



이러한 결과로 나는 여기까지 오는데 꽤 힘들었다. 실제로 쓸만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고, 나를 위한 이야기와 비교하기는 더욱 지난한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꽤 긴 시간동안 다양한 소스의 많은 정보를 공부해야했다. 그리고 그걸 공유하기로 마음먹었다. 


여전히 놀랍게도 새로운 챕터마다 전혀 새롭게 멍청하다. 그래도 이런 기록이 모이고, 집이 올라가고 또 그곳에서 살면서 계속 정리해나갈 수 있다면, 종종 쓸만한 이야기도 남길 수 있지 않겠나? 다음화부터는 본격적으로 젊은 건축가가 집을 짓기 위해 참고하면 좋을 이야기들을 펼쳐놔 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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