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연애록
"직발 합시다."
손을 잡고 걷다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가만 얼굴을 쳐다봤다.
"직발 몰라 직발?"
"뭔데 또 그게"
왜 이걸 모르냐는 듯이 또 허허 웃으며 예쁜 광대와 보조개가 드러났다.
장난기 가득한 웃음과 목소리가 나오자 나도 어이없고, 또 웃겼다.
친구들이랑 사보타지라는 보드게임을 할 때 쓰는 자기들만의 용어란다.
대충 맥락 상 '직진'을 말하는 듯하다.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말을 아무것도 모르는 나한테 당연하다는 듯 쓰면 어쩌자는 말인가.
또 하루는, "나 오늘 자투 먹어야 해."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이해가 안 되어 또 가만 그를 쳐다봤다.
사실 이건 '또, 너만 아는 말 하지 말고 빨리 내게 설명해.'라는 비언어적 표현이기도 하다.(Negative)
"자투 몰라 자투?"
"그게 뭐냐고"
슬슬 짜증을 내면, 또 특유의 소년 같은 얼굴을 내비치며 "자쿰의 투구잖아~! 아~ 이것도 몰라?" 하며 혼자 즐거워한다.
자기만 아는 언어로 말하고, 또 내 표정을 즐기며 옅은 보조개를 드러낼 때면
순간 치고 올라오는 짜증을 웃긴 하나의 에피소드로 탈바꿈시킨다.
그래서 자쿰의 투구가 뭐냐 하면, 요즘 푹 빠져있는 게임의 보스 아이템이란다.
우리 막내도 한 번씩 자기만 아는 언어로 날 당황시키곤 했다.
"그게 뭔데?"라고 물으면 뭐가 그리 웃기는지 혼자 꺄르륵 웃다가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지.
이 경험을 성인이 되어서 나보다 나이도 많은 남자친구에게도 겪을 줄이야.
어이가 없어 허 하고 헛바람이 나오다가도 얼빠진 내 표정을 보며 신나게 조잘거리는 그를 볼 때면 나도 그냥 행복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요즘은 그의 언어에 물드고 있다.
정말 사소한 것 까지도 닮아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