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잠은 늦은 11시, 12시에 자더라도 기상시간은 변함없이 7시. 좀 더 자준다면 7시 반.
어릴 때부터 잠자는 시간이 그렇게 아깝다고 벌떡벌떡 일어난 아들램. 놀 거라며 이불을 박차고 거실로 뛰어 나가는 우리 집 귀염둥이. 어느새 12살, 초5가 되었지만 참 한결같은아들램의 모습이다.
어젠 갑자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맛탕을 해내라고 난리.
"엄마!
오늘은이빨을 뽑는데 마취도 해야 하고 아프니까 그전에 미리 내가 젤 좋아하는 맛탕을 먹어둬야 해!"
그에 더해 자신의 이를 뽑고 앞으로 속상해질 기분을 미리 풀어줘야 하니 오락실도 가야 한다고!
대체 이건 무슨 논리인가.
아이는 1년 전부터 교정치과를 다니고 있다.
위쪽 송곳니와 어금니가 이상하게 붙어 나오면서 계속 주시하고 있던 차. 마침내 나오는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법으로 어차피 빠질 유치. 즉 흔들리지 않는 생니를 하나 빼자고 한의사샘의 말. 지금까진 흔들리는 자연스러운 유치를 뺏고 어른이가 또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자랐다. 하지만 이번 발치는 달랐다.
생전처음 마취주사를 맞고 유치를 뽑게 된 상황.
자신의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아이는 오히려더 겁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아침 7시부터 호들갑을 떨고 있는 상태.
결국 어제 사둔 고구마를 꺼내어 아침 7시부터 깎고 있는 나.
오늘 이를뽑는 아들램의 노련한 논리? 에 수긍하고 맛탕 대령을 위한 준비를 부지런히 한다.
첫째, 고구마를 깎는다.
둘째, 깨끗한 비닐팩에 기름 2스푼과 고구마 넣고 쇄낏쇄낏 흔들어준다.
셋째, 에어프라기에 200도 15분 돌린다.
넷째,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 1스푼, 설탕 3스푼이 녹으면 불 끄고 고구마 투척 후 뒤적뒤적.
다섯째, 마무리로 올리고당과 깨소금 뿌리고 끝.
가끔은 내가 생각해도 달달 맛탕은 언제나 맛.있.다.
병원 가기 1시간 전엔 옛날 추억의 오락실로 고고.
우리 동네엔 짱 0 오락실이 있다. 일명 고전게임인 철권, 보글보글, 너구리, 1943, 테트리스등이 언제나우리를 반기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약속된 시간은 일주일에 3 타임씩이다. 꼬박꼬박 갈 때마다 1시간씩 500원짜리 동전을 바꿔서 입장.
아이는 철권으로 시작과 끝을 맺은 지 1년이 지나면서 천원으로 한 시간을 하거나 캐릭터 분석에 돌입했다. 그리고 2년째가 되니 그곳에서 맞은편 도전자를 한 명씩 깨부수며 1인자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부단히도 노력 중이다. 난 보글보글과 테트리스를 열심히 하지만 동전만 무진장 쓰는 수준.
드디어.
이른 아침 맛탕도 냠냠 맛있게 드시고, 오후엔 12시 오락실 오픈시간에 맞춰 오락도 신나게 한판 하신 후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치과로 고고.
"마취주사가 좀 따끔할 거야. "란 의사샘의 말을 듣고 앗 하는 순간, 정말 10초 뒤 끝났다.
아이는 정말 끝난 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리번두리번. "벌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