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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Feb 08. 2023

수술하러 가기

없던 용기를 내본다.

수술할까요?



떨렸다.  

지금껏 이런 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보름 전 가족과 수술을 의논하고 오란 의사샘의 말.

솔직히 무서웠다. 자기 몸 아니라고 쉽게 말하는 것만 같고 그냥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40대 내 몸은 점점 더 알 수 없어지는 뭐 그런 건가.

일은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겐 뭐라고 말해야 하지. 얼마나 쉬어야 하는지.

이 상황이 낯설고 모르겠다. 누가 뭐가 맞다고 정답 좀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결정이 무엇으로 결론지어질지 알 수 없을 때 오는 까마득한 느낌이다. 다크 그레이색으로 쉽지 않은 고민과 무거운 마음으로 물들어갈 때.

결국 아이가 가장 긴 시간을 보내고 오는 영어학원을 간 오늘, 난 수술날짜를 잡으러 병원으로 갔다.


아주대병원  본관 2층에 부인암센터.

몇 년 뜨문뜨문 만난 담당 의사샘.

오늘따라 파이팅 넘치는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내게 수술할 준비가 되었냐고 묻는다.


마음이? 몸이?

무엇도 준비가 되었다고 네!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의사샘을 마주 보니 조금씩 스멀스멀 무서움이 다가온다. 

자궁 양성종양수술.

복강경으로 하는 로봇수술이고 3박 4일 입원, 수술은 2~3시간 걸리며 전신마취를 하고 등등. 그래도 나를 위해 친절하고 세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렇게 의사샘을 만나고도 이후 1시간을  간호사샘께 입원날짜와 수술 관련 복잡한 과정을 설명 듣고 정신이 점점 혼미 해질 때쯤 서류를 잔뜩 안고 2층을 탈출했다.


보통땐 1층 로비에 할리스 따뜻 달달 커피를 마셨을 텐데.

그것도 싫다. 빨리 그냥 이곳이 아니고 싶었다.

1층 밖을 나와보니 내가 알던 어제와 오늘은 분명 다른데 세상은 너무나 그대로이다. 






갑자기 부아~~

눈앞에서 TV에서나 본 적 있는 흰색의 닥터헬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주변사람들 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해있다.  희망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힘차게 높이높이 올라가 점점 작아지는 헬기. 멀리 어디로 누군갈 구조하러 가는 걸까. 

순간 내 일은 큰 일도 아니라 느껴진다. 멋지고 그냥 왠지 고마운 헬기와 그것이 일으키는 시원한 바람에 잠시 내 일은 까마득히 잊힌다.



집에 오니 11살 아들은  엄마의 수술로 놀아줄 부산 외할머니가 오신다는 기대를 벌써 얼굴 가득 채운다. 솔직한 그 나이답다. 남편은 나와 같이 입원 전 코로나 PCR과 3박 4일 휴가를 얻을 것이라 한다.

가족과 친구들의 생생한 걱정과 안타까움의 눈빛을 보니 다시 수술은 진짜 같아지려 한다.



따뜻한 홍차 한잔과 한숨을 돌리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온다.

별일 아닐 거라 믿었던 것은 별일이 되고 조금씩 현실을 실감하는 오늘이다.

그래도 40년을 넘게 살아본 세상인데, 처음 겪는 낯선 수술경험.

그 새로운 첫발을 딛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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