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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Mar 07. 2023

친구가 친구에게

오늘 34년 지기 오랜 벗이 내게 말했다.



가족, 지인 다 있어도 수술실은 혼자 들어가잖아.. 그때가 좀 떨릴 거야.. 춥고..

나는  그때 느꼈어.. 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지만 결국 혼자인 거네..라고

결국 두려움, 아픔은 나만의 것이라는 거..


그때부터 나는 너무 남들 시선 평판 신경 안 쓰고 나를 위해 온전히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니가 아프고 나서  그 고통 두려움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아니까 더 안타까운 거지..

잘 견뎌내자! 아프면 참지 말고 진통제 바로 맞고... 통증은 치료에 도움 안된다더라..

알았지!


수술 잘 끝나고 너무 많이 아프지 않고 빨리  회복하라고 매일매일 기도한다.

너 몸 좀 회복되면 내가 1박이라도 얼굴 보러 갈게.







눈물이 난다. 난 몰랐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친구가 지금 나와 비슷한 그런 일들을 이미 겪었고 경험했고 느꼈고 그렇게 살아온 것을. 내 마음 깊은 곳이 이상하게 콕콕 아프고 쓴맛과 함께 아려왔다.

.

.

.

우린 1990년 국민학교 3학년 때 만났다.

학교에서 젤 키가 작고 왜소했던 나. 반대로 학교에서 키가 여자애들 중엔 젤 컸던 그 아이와 내가 친구가 된 건 무슨 인연이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 모습이 좀 우습기도 했을 것 같다.


한창 더운 여름이 지날 때쯤. 2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동네로 이사와 전학 왔던 첫날을 난 기억 한다.

낯설고 긴장된 교실에 조금은 외롭고 소심하게 혼자 앉아있던 나. 2교시가 끝나고 내 곁에 다가온 친구의 말.

" 야! 너 나랑 친구 할래? 나랑 같이 놀자!"

그땐  몰랐고 지금은 친구가 말해줘서 알게 된 사실은 그 당시 아이들 사이에 텃세가 있었고 난 왕따를 당하기 시작하였다는 것. 친구도 나와 말을 섞지 말란 은밀한 지시를 받았지만 과감히 그 억센 친구들을 뒤로하고 나에게 왔다는 것.


그 이후부 6학년때까지 단짝으로 우린 붙어다니다 중학교가 서로 갈리며 어느새 자연스럽게 사이가 멀어졌고 잊혀다.


15년의 시간이 흐른뒤, 20대 후반.

갑자기 네가 그 이름의 자기가 알던 그 아이가 맞냐며 이멜이 한통 왔다. 그동안 나를 애타게 찾고 있었단 이야기와 함께.

우린 그렇게 떨어졌던 인연의 끈을 다시 이어 붙였다. 그리고 따뜻한 봄날, 우리의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추억의 국민학교 근처에서  세월이  훌쩍 지난 모습의 그 친구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신기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국민학교 때 동그란 얼굴에 나보다 컸던 친구는 어느새 없고, 살 빠지고 날씬해져 예뻐진 모습. 그런데 겉모습은 변해 있었는데, 정말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마치 어제까지 본 사이처럼.

13살 이후 못 본 친구인데. 15년이란 공백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살면서 경험해 볼 수 없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진한 감정과 깊은 관계. 인연이라 그런 것일까.


그렇게 다시 만난 우린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자주 만났고, 결혼하고 아이와 남편도 생기고 같이 가족처럼 그렇게 지냈다.

그리고 비록 가까이 있진 못하지만, 이젠 누구보다 삶에 내 편이 되어주는 친구.







어느 추운 겨울날.

친구는 또 말했다.

네가 그냥 오고 싶을 때..  언제든 우리 집엔 널 위한 방이 비어 있으니 와. 그냥 오면 돼. 알겠지?라고.

눈물이 났다.



나같이 친구복이 많은 사람이 또 있을까.

고맙다 나의 친구야. 어릴 때부터 든든한 나의 빽이 되어준 너. 깊이 사랑한다.




(그림출처:pixb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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