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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Aug 20. 2023

습관 그 21일과 2년의 법칙

아이의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

뇌에 습관을 각인시키는 시간. 최소 3주.


우리에게 한 가지 습관이 몸에 이기까지의 시간은 보통 21일 정도가 걸린다라고 한다. 평소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라는데.


습관 만들기.

엄마가 되고 아이를 키우기 전까진 특별히 한 가지 어떤 습관을 만들게 될 때까지 과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지 딱히 궁금해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아이가 커가면서 양치습관, 뒷정리습관은 대체 얼마나 연습하고 내 잔소리를 들어야 아이는 몸에 배이는 건지, 스스로 하는 공부습관이나 독서습관은 또 얼마나 읽어주고 시간을 가져야 아이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되는지 점점 고민되었다. 그러면서 칭찬도 보상도 처벌도 잔소리도 해보며  나름  해볼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은 짜내 동원해 보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좌절과 목표의 처참한 실패는 나에게 자주 왔다.

지나고 나서 깨달은 것은 2년간 좌절과 실패의 반복.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긴 호흡.

그것이 핵심이었다.




영어책 독서습관 만들기


초등1학년 찬바람이 불 때쯤 아이 주변 친한 친구들 사이에 영어도서관을 다니는 유행이 돌기시작했다.

그때당시 집에선 겨우겨우 한글책도 강제독서시간을 갖고 조금씩 보길 원하는 아이라 영어책은 감히 엄두도 못 내던 현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들이 가니 너도 한번 가보자란 안일한 생각으로 아이의 영어책 습관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보내게 되었다. 집에선 영도에서보다 한참 쉽거나 읽어본 책들을 본인이 골라 안 가는 날이면 조금씩 강제 읽기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간 영도(영어도서관 줄임말)는 2년간 이어졌고 아이는 보내니 가준다란 느낌으로 정말 겨우 끊기지 않을 정도로만 다녔다. 초등 3학년 겨울, 다닌 것에 비해 6개월마다 본 영어 독서지수 sr은 전혀 오르지 않았고 아이의 의식은 자라나 더 이상 이곳은 다니지 않겠다 스스로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기에 이르렀다.

아이가 잘해오던 것을 갑자기 거부할 땐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선생님인지, 배우는 내용인지, 하다못해 학원 환경인지, 친구 때문인지 등을 자세히 살펴봐야겠지만 우리가 그 이유를 찾지 못하거나 듣지 못하더라도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건 중요하다. 결국 다니는 건 아이 본인이니까.

아이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 끝에 다녔던 영도보단 낡고 오래되고 인기가 없지만 자유롭게 책을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곳을 추천받아 한번 가보기로 했다.


일주일간 새로 알아본 영도를 다녀본 아이.

이곳이 자신이 원했던 곳이라며 기분 좋은 표정으로 2년간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그날 읽은 책 스토리까지 줄줄 이야기하는 아이. 그냥 이건 대박이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아이는 예전 다니던 영도때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과  결과(sr지수의 오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정말 진정으로 영어도서관을 즐기며 재밌게 다닌다는 느낌.

급기야 영도 1년권이 끝나고 이제 그만 다니자고 하니 더 다니게 해달라고 까지 말하는 아들. 그리고 집에서도 가끔 즐겨보는 영어책이 생겼다.


그랬다. 아이가 영어책을 즐길 수 있기까지 걸린 시간은 2년이었다.





영어책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글책도 살펴보면 2년이었다.

초등3학년 가을. 해리포터를 시작으로 나와 같이 책을 보기 시작한 아들. 2년이 지난 지금 초등5학년이다. 정확히 해리포터는 칼같이 1년 6개월이 지나자 아이의 손과 눈에서 멀어졌다. 그것만 봤으니 오래 보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스무고개탐정, 셜록홈즈 시리즈로 관심이 옮겨졌다.

확실히 습관이 되었구나 생각되는 지점은 말하지 않아도 언제나 아이가 가방에 손에 책을 넣고 들고 다닌다는 것이다.


습관.

21일은 택도 없다. 내 아이는 뭐든 기본 2년이 걸렸다.

21일은 조금 맛본정도가 아닐까.

참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내 아이의 경우라 분명 다른 아이들은 또 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간이 걸려도 되긴 된다란 거다.





나름 가장 애쓴 대망의 공부습관.

아이의 중고등을 가기 전 초등  6년의 전체 시기동안 그것만은 꼭 만들어 줘야 한다고 목표를 세웠다.


1학년. 아이가 초등을 들어가고 학원을 다니며 숙제에 치여보고 예체능을 원하는 만큼(아이도 부모도) 이것저것 해보니 스스로 공부나 책을 볼 여유시간 따윈 없었다.

시간표를 같이 짜보고 틈틈이 끼워 넣어보려 해도 철인이 아닌 이상 답 없음. 더 이상 이건 아니구나 싶었다.

과감히 3학년에 올라와 학원의 대부분을 싹 아이의 스케줄에서 지워버렸다. 과학실험실, 피아노, 영어학원, 국어학원, 수영, 코딩학원. 돌아보니 참 많이도 뒤적였다. 좋게 보면 다양한 경험이었다고 치자.


그리고 나선 여유 시간이 생겼고, 비로소 책을 볼 시간도 스스로 공부란걸 해볼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제 스스로 스케줄 짜보는 연습, 자신이 공부할 분량을 정해 보는 연습도 했다. 물론 처음엔 나와 함께.

3학년 1학기엔 엄마가 짜주고 아이가 수긍해 진행한 공부계획표였다. 하지만 2학기땐 네가 한번 해보라고 던져주자 정확히 1학기때 했던 분량의 3분의 2를 확 줄여버린 아들.


처음엔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줄여도 너무 줄여 속으로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하지만 회사 사장님까지 들먹이며 엄마사장님이 지시 내리는 업무를 아들직원이 수행하며 사는 지금까지의 수동적 인생은 더 이상 살지 말자. 직접 아들이 사장님 되어 너의 회사운영을 계획하고 네 공부를 하라는 말까지 했는데 이제 와서 아들의 스스로 짠 공부계획에 내가 관여를 할 수가 있겠는가.

그래. 나중에 조금씩 늘이겠지.라고 내 마음을 다잡고 지켜보며 아들의 그 계획에 애써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지금 5학년 1학기, 그리고 여름방학을 보낸 아들.

너무나 기특하게도 초등 전 과정 동안 목표했던 스스로 계획하고 공부하는 아이는 생각보다? 일찍 왔다.

2년이란 시간이 역시 걸렸다.

아이는 이제 자신의 계획표대로 할 일을 찾아 하고 그날 정해놓은 수학교재 분량을 지켜며 사회와 과학은 어휘가 어려우니 쉬운 문제집을 사서 복습해야겠다며 같이 서점을 가자고 말한다. 물론 가끔 오는 이벤트인 연휴나 여행, 감기, 컨디션 난조등으로 당연히 그 계획은 수정되고 바뀌고 또 못 지킬 때도 많다. 하지만 분명한 건 원래대로 스스로 돌아올 줄 안다는 것.


6년간 걸릴 거라 생각했던 아이의 공부습관.

그보다 빨리 공부습관을 갖게 된 아이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 2년이나 걸렸다고 생각했던 습관은 6년간 계획한 습관 만들기가 2년 만에 빨리됐다며 좋아하니 말이다.




한 달 그리고 3개월, 6개월쯤 됐을 땐 포기하려 했다. 그러다 나중엔 오기가 생겨 될 때까지 가보자라 생각했다.

이젠 내 아이의 습관은 기본 2년이 걸린단 걸 알았다.


지금은 습관이 만들어진 아이를 보고 내가 시도 중이다.

나의 루틴.

쓰는 습관, 읽는 습관을 만들어가고 다. 역시 다양한 유혹과 변명들이 난무하며 포기하고 싶고 어려운 길이다.

하지만 될 때까지 가보려 한다.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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