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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Aug 25. 2023

반짝반짝 별님과 동그란 달님 이야기

태어나 열두 살까지, 잠들기 전에 시작합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10개월 후 뱃속 아이의 얼굴을 실제로 만나기 전까지.

여러 가지 무지개색 계획들이 내 맘속에 있었다.


그중 한 가지.

자기 전 아이와 불을 끄고 누워

그날 하루마무리, 별님 달님 이야기를 가만가만 하는 것.


반짝반짝 별님과 동그란 달님 이야기.

엄마먼저, 그다음은 아빠. 

아이는 자신이 원할 때 마지막 순서에. 

잠들지 않았고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엄마아빠를 따라 이야기의 시작 동작으로 함께하는 몸짓.

이야기는 못해도 이거 하난 참 잘했다!

아이도 나도 아빠도 서로 경쟁하듯 신나게 하늘 높이 손발을 뻗어 흔드는 것으로 언제나 까르르 웃음과 함께였다.


돌이 지나고 어느새 조금씩 한두 단어들로, 뒤죽박죽 손짓발짓 나름 온갖 몸짓과 표현들로 자기 이야기를 넣어 스르르 참여하기 시작한 아이.

그렇게 아이는 잠들기 전 우리 가족의 의식과 같은 이 이야기 시간을 점점 좋아하고 어느 순간 매일매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엄마!

반짝반짝 별님과 동그란 달님 이야기 얼른 해요!

오늘도 엄마먼저!

그래. 오늘 순서는 엄마, 아빠, 그리고 아들이야~

하늘 위로 모두 두 손 두 발 번쩍~

(아빠가 제일 열심히 흔든다)

그리고 하늘에 빛나는 별님처럼 두 손 두 발 마구 흔들어~

달님은  하늘에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크게 그리고.


오늘은 아침부터 김ㅇㅇ이라는 세 살 꼬마친구와 엄마는 만나서 인사를 나눴지. 귀여운 남자 친군데 눈맞춤이 잘 안 돼서 엄마가 같이 재밌는 요리놀이 하면서 당근도 자르고, 뽀로로 쿠키도 나눠주고 ㅇㅇ의 이름도 불러주며 눈맞춤도 연습했지.

5번 하면 그래도 한번 정도는 잘해서 칭찬해 줬어. 다음번에 만나면 우린 자판기놀이를 같이해볼 거야. 엄만 점점 그 친구가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어.


그다음 아빠 차례!

가끔은 이때쯤 벌써 쎄근쎄근 잠든 아이의 숨소리가 귓가에 잠잠이 들리기도 한다. 그땐 조용히 우리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그렇게 돌부터 9살까진 어김없이 잠들기전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 됐다.

어느 순간 아주 드문드문하게 되었지만 12살이 된 지금도 가끔 생각나면 아이는 와 같이 누워 반짝반짝 별님과 동그란 달님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구한다. 오늘처럼.

그러면 우린 너무 자연스럽게 오늘하루를 보낸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려보며 함께  시간을 나눈다.

그러면서 오늘 학교에서 친구와 이런 일이 있었지. 그건 좀 아쉬웠어. 다음번엔 이렇게 해볼까. 그 당시엔 몰랐던 상대방이나 나 자신의 행동과 말들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또 내일 있을 일까지도 미리 점검해 보기도 하고.


꽤 과묵하고 자기표현이 많지 않은 성향의 아들이지만 이때만큼은 가끔 그래도 자신의 이야길 주절주절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항상 똑같은 하루 같지만 사실 같은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아이의 다섯 살  시간이 소중했, 지금의 열두 살 여름은 생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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