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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Aug 08. 2023

1살 아기의 아이패드 사랑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줄어든 토요일 저녁.


우리 가족은 아이가 좋아하는 빕ㅅ이라는  레스토랑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우리 외에도 정말 많은 가족들이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와있었고 각자의 테이블엔 맛난 음식들이 접시에 가득가득했다. 잠시 그렇게 주변을 흐뭇하게 둘러보던 난 한 가지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기의자에 앉자 이유식을 받아먹는 아이건 아빠 옆에서 접시에 놓아준 음식을 먹는 8살 아이건 모두가 하나같이 핸드폰에 두 눈을 고정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것의 효과로 어쨌든 어른들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행복하게 웃으며 편안한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는 것일까.


이젠 아이를 키우는데 핸드폰이 없었던 시절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된 우리의 현실.

문득 지금은 12살로 훌쩍 커버린 아들의 11년 전인  2012년 돌 전의 시간으로 순간 돌아가 있었다.






생후 4개월부터 시도 때도 없이 피부가 붉은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온몸에 두들두들 올라올 때가 있던 시절.

분당의 유명하다는 차병원 소아과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아이의 온갖 종류의 알레르기를 알게 된 그때.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으로 아이의 온몸을 코팅하듯 두껍게 바디크림으로 발라주라는 지시를 한참 열심히 수행하던 난 바를 때마다 가만있지 않고 협조적이지 못한 아이 때문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때 그 문제를 한방에 해결한 방법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아이패드! 였다.


아이가 원한 것도 아닌데 덥석 그 작은 손에, 세상 무엇보다 더 재미나고 화려하며 빠르게 움직이는 화면 속 만화들을 아이의 눈에 딱 고정시켜 주었던 나. 그땐 매일 온몸에 로션을 덕지덕지 3번을 바르는데 온 신경을 썼기에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패드를 얼마나 잘 맞춰서 보여주었는지.


그렇게 시작한 아이의 아이패드 사랑은 4세가 될 때까지 이어졌으니, 난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아이패드를 아이에게  수많가지 이유들과 핑계들로 나 편하고자 보여주게 되었지만, 결국 아이는 삶에 아이패드가 없으면 안 되는, 그리고 그것을 시도 때도 없이 보여달라고 떼를 부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아차 하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작은 손가락으로 클릭클릭하며 아이에겐 그보다 더 자극적이고 재밌는 게 세상에 없는 것이 되고 만 것이다.


아이가 5세도  안된 어느 화창한 가을날.  

난 이젠 더 안 되겠다 싶어 아이패드를 다시 아이의 손과 눈에서 없애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한다. 아이에겐 고장 나 수리에 맡겼다는 거짓말을 1차 선고한 후. 그리곤  아이의 손에 절대 다다를 수 없는 내 키보다도 높은 장롱 위로 그것을 올리곤 그 후 4년간 그 아이패드의 존재는 나도 아이도 까마득히 잊고 살게 되었다. 그 이후 아이의 나이 8세 무렵 문득 그 존재가 떠올라 조용히 아무도 몰래 꺼내게 된다.


아이패드가 없어지자 일주일 정도는 부작용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아이는 빨리 수리해서 찾아와라. 왜 이리 오래 걸리냐 등등의 불만을 토로하며 짜증이 늘어갔다.

결국 아이패드는 핸드폰이란 더 작고 다양하며 언제든 손쉽게 볼 수 있는 기계로 대처가 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한 번의 실패에 또 시행착오를 거치고 싶진 않았던 아이의 엄마(나)는 아이에게 핸드폰 영상노출의 문제에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 우연히 한 가지 좋은 방법을 찾게 된다.

(아이에게 100퍼센트 안 보게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듯하다.)






그것은 바로! 빠. 밤!

아이 자신이 나오는 동영상!


평소 신나게 아이가 노는 모습을 자주 동영상으로 촬영을 5분, 10분, 20분 등 해둔 것을 아이 자신에게 보여주자 마치 TV속에 자기가 나오는 듯 재밌게 집중해서 보는 것이었다.


이것이다 싶어 놀이공원 갈 때, 놀이터 나갔을 때, 비눗방울 놀이할 때 등 정말 많은 아이가 나오는 동영상을 그때부터 찍기 시작했다.

더 긴 시간을 더 다양하게 찍어두는 것을 아이의 아빠도 역시 동참하여 그때부터 아이 동영상 쟁여두기에 돌입한다.


자기 동영상의 효과는 생각보다 놀라웠다.

예전 아이패드를 보여주었을 때보다 심심할 때마다 보여달라거나 떼를 부리지 않게 되었다.

아이는 핸드폰에 집착하지 않았으며 찾지 않았다.

영상을 보는 시간도 줄어들었으며 신체놀이활동에 더 집중하고 즐거움을 느꼈으며 동영상속 자기 모습을 다시 보며 그것을 놀이로 재사용하며 놀기 시작했다.(예를 들어 놀이동산 집에서 블록으로 만들기, 역할놀이하기 등)

단점 아닌 단점은 더 자신을 많이 반복해서 촬영하라는 지시를 받게 된 것이 있긴 했지만.


그렇게 우린 7세 유치원 졸업까진 아이의 동영상을 활용해 필요시 최소한의 영상노출을 해왔던 것 같다.

다행히도 아이와 함께 같은 유치원,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게 된 오총사(절친)는 모두 핸드폰 사용을 초등3학년부터 시작했고, 그마저도 전화기능만 되는 무늬만 스마트폰이었다! 최대한 늦게, 아이 스스로 조절력이 생길 때까진 모든 기능이 허용되는 스마트폰은 안 해줄 계획이다.






상담사로서 현장에서 정말 많은 핸드폰 중독이나 게임중독, 핸드폰 사용으로 아이와 줄다리기를 벌이는 부모님들의 사례를 지켜보며, 그 심각성은 이루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언젠가 남편이 나의 숨은 노고를 알아줘 감동받은 적이 있다.

아는 지인과의 통화에서.

우리 아내는 집에 들어오면 아이가 잘 때까지 핸드폰을 멀리 던져버리곤 단 한 번도 찾지 않아서 어디 있는지 나중에 찾는데 정말 알질 못하더라고. 자신조차 핸드폰 보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으니 아이도 당연히 자연스럽게 찾지 않는다고. 그런 아내의 노력하는 모습을 자긴 안다면서.




(그림출처:pixb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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