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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Jul 16. 2023

네가 오락실을 가는 이유

엄빠의 작전 1

얼마 전 아이가 물었다.


엄마!  난 왜 다른 애들처럼 핸드폰 게임을 하지 않고 옛날 오락실을 가는 거야?


그날도 우린 일주일에 3번, 1시간씩 옆동네에 있는 오락실에 가는 차 안이었다. 목적지는 바로 짱오락실. 그 옛날 7,80년대 한창 유행했던 보글보글과 테트리스, 비행기게임1945, 아이가 즐겨하는 철권이 있는 곳.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그랬다.

상담사로서 아이를 낳기 전, 아니 그보다 더 전일 것이다.

대학원 석사과정을 나와 일을 하게 되면서 게임중독에 빠진 수많은 청소년 아이들의 심각함을 보아왔다. 그리고 언젠가 내  아이를 키운다면 실행할 몇 가지 큰 밑그림을 나름대로 그려둔 것 중 하나의 종목이 바로 게임!

게임에 대한 나름의 계획이 있었던 것. 물론 현실육아에서 무수히 많은 변수들로 인해 당연히 나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된 건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응. 이젠 너도 12살이고 으니 말해줄 때가 된 것 같네.

사실 그건 엄마아빠의 작전이었어. 아들.

누구나 집에서도 밖에서도 항상 언제 어디서든 손만 뻗으면 핸드폰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너무 쉽게 게임을 할 수 있지. 하지만 우린 우리 아들이 그렇게 하길 원치 않았어. 차를 타고 가야 할 거리에 있고 엄마아빠와 함께 해야 하며 할 때마다 500원씩 돈이 들지만 중요한 건 언제든 쉽게 할 수 없단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란다.





2년 전 초등 3학년이 되었을 때 아들에게도 어김없이 올 것이 왔다.

대형학원버스를 타면 형아들이 재미난 00게임을 하더라, 나도 하고 싶다, 친구들이 게임 이야길 하는데 난 낄 수가 없다 등등의 온갖 게임을 향한 욕구를 거침없이 내보이기 시작한 아들.

 

그리고 그때쯤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의 수학학원 옆건물 1층에 옛날 오락실이 보였고, 어느 더운 여름날 열심히 그날의 공부를 끝낸 아이를 데리고 간 것이 그 거대한 게임의 시작이자 출발이었다.


남편과 난 그렇게 핸드폰이나 컴퓨터 게임에 맞설 대처방법으로 오락실을 선택했고 아이가 게임 욕구를 보일 때마다 함께 그곳에서 충족할 수 있도록 액션을 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친구들이 거론하고 좋아하는 핸드게임을 자신도 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시기는 분기별로 어김없이 나타났고 고비는 당연히 여러 번 왔고 또 지나갔다.


처음 얼마간은 나와 보글보글 거품쏘는 게임에 몰두하던 아이. 언젠가부터 한 가지 게임종목, 철권에 온 에너지를 쏟기 시작하더니 수많은 캐릭터를 섭렵해 가며 자신의 아빠와 캐릭터 분석과 싸움 기술 및 작전에 대한 공부, 실제 그림을 그리고 프린트하며 연구하기에까지 이르렀다.

2년째가 된 요즘은 이 구역 선수들(대부분 어른들)을 알게 되었고 몇몇과 대결을 해 그들의 특징과 기술을 배우고 서열을 매기고 있는 중이시다.




물론 어린 시절 추억의 오락실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조금 특별하다고 한다면 나의 어머니. 김여사께서는 내 유년시절  몰래몰래 우연히 드나들게 된 만화방도 오락실도 늘 결국엔 나와 함께 하셨단 점. 나중엔 오히려 더 즐기셨던 것 같기도 하다.


잊지 못할 추억중 하나는 정말 하루종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락실 세상에 잠깐 살아본 경험이다.

큰 이모님의 건물 지하 1층에 자리 잡고 있던 오락실. 여름방학차 놀러 간 나와 친오라버니는 그때 당시 한창 오락할 나이인 11살, 14살. 오늘은 동전을 쌓아놓고 둘이서 오락을 지겹도록 어디 한번 해봐라란 이모의 말에 세상 신난 얼굴로 해가 뜨며 오락실로 달려가 해가 지고서야 오락실문을 닫고 나왔었다.

그때쯤 아마 보글보글도 100편 돌파 기록을 가졌던 것이리라. 그 이후 그렇게 오락에 대한 우리의 열망도 하락곡선을 그렸던 것 다.


언제까지 갈지, 또 어떤 방식으로 급변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렇게 우리의 게임룰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도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추워 얇은 바람막이 점퍼를 가방에 집어넣은 아빠와 아들은 어김없이 옆동네 오락실로 행차 중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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