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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Nov 23. 2023

새벽 6시 반에 레몬차를 끓이는 여자

시작은 친정엄마의 수제레몬차였다.

40여인생. 

여태껏 내 주변에 아침형 인간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시어머님만 빼고.

그것은 책에서나 나옴직한 인간형.

그런데 아이쿠. 내 아이가 아침형 인간일 줄이야.



 

어릴 때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놀기 위해선 언제나 잠을 이겨냈고 시간이 감을 그렇게 아까워했다.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벌떡벌떡 일어나 놀기 위해 장난감장으로 뛰어갔고 유치원,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엔 시키지도 않았는데  평일보다 더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아빠를 깨우고 놀기 시작했다. 가끔은 밖에서 하자는 캐치볼 요구건이 들어오곤 해 아이아빤 달콤한 주말잠을 과감히 포기해야 했다.


이제 12살.

초등 5학년쯤 되니 일찍 일어나던 패턴이 저녁시간이 되자 이른 졸림으로 이어지고 숙제시간이 길어지면서 피곤과 짜증이 한꺼번에 왕창 닥친단 사실을 몸소 채득 한 아이.


어느 날부터 엄마의 충고를 듣곤 새벽 6시 반에 기상해 제일 기피하는 수학숙제를 40여 분 만에 말끔한 정신으로 가장 먼저 끝내버렸다.

그리곤 7시 10분부터 8시에 아침 먹고 학교 갈 준비를 할 시간까지 50분간한껏 여유 부리며 자기만의 놀이시간으로 만든 아이.

저녁에 2차 숙제와 공부 시간을 가지면서 가만 보니 아침에 해둔 게 있어 훨씬 그날의 해야 할 분량도 적고 가뿐해지며 빨리 끝낼 수 있으니 아싸! 또 저녁에 놀 시간 확보가 되는 것!


어차피 엉덩이힘이 세지도 진득한 공부스타일도 아님을 일찍부터 간파한 아들이기에 시간을 끊어서 활용하는 것을 더 허용했다. 시켜보니 효율이 높은 쪽으로 빠짝 하고 놀고 빠짝 하고 놀게 하는 게 우리 아들에 체질엔 재격인듯하다. 우리 사이, 좋은 사이 유지도 매우 중요한 문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그렇게 아이가 새벽 6시 반 기상인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남으로 단단히 굳혀지는 가운데, 일찍 눈뜨자마자 자기 방으로 달려가 수학책을 붙들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엄마인 나도 나 몰라라 침대를 그대로 붙잡고 있긴 양심상 좀 찔리는 감이 없지 않고.


그래서 싸한 공기가 유난히 느껴진 어느 .

할머니 레몬차라도 한잔 타줄까?라고 말한 게 그 시작이 될 줄이야.


 레몬차와 유자차의 그날그날 느낌따라 왔다 갔다 하며 새벽부터 주문하시는 아들램.

그를 위해 오늘도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먼 엄마는 새벽 6시 반에 기상 & 하품과 함께 물주전자를 들고 있다.


문득 올해 초 레몬차를 시작한 이후 기침 한번 없는 아들의 모습에 건강까지 덩달아 챙겨지는 듯해 고마움이 느껴지는 오늘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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