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기 위해선 언제나 잠을 이겨냈고 시간이 감을 그렇게 아까워했다.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벌떡벌떡 일어나 놀기 위해 장난감장으로 뛰어갔고 유치원,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엔 시키지도 않았는데 평일보다 더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아빠를 깨우고 놀기 시작했다. 가끔은 밖에서 하자는캐치볼 요구건이 들어오곤 해 아이아빤 달콤한 주말잠을 과감히 포기해야 했다.
이제 12살.
초등 5학년쯤 되니 일찍 일어나던 패턴이 저녁시간이 되자 이른 졸림으로 이어지고 숙제시간이 길어지면서 피곤과 짜증이 한꺼번에 왕창 닥친단 사실을 몸소 채득 한 아이.
어느 날부터 엄마의 충고를 듣곤 새벽 6시 반에 기상해 제일 기피하는 수학숙제를 40여 분 만에 말끔한 정신으로 가장 먼저 끝내버렸다.
그리곤 7시 10분부터 8시에 아침 먹고 학교 갈 준비를 할 시간까지 50분간을 한껏여유 부리며 자기만의 놀이시간으로 만든 아이.
저녁에 2차 숙제와 공부 시간을 가지면서 가만 보니 아침에 해둔 게 있어 훨씬 그날의 해야 할 분량도 적고 가뿐해지며 빨리 끝낼 수 있으니 아싸! 또 저녁에 놀 시간 확보가 되는 것!
어차피 엉덩이힘이 세지도 진득한 공부스타일도 아님을 일찍부터 간파한 아들이기에 시간을 끊어서 활용하는 것을 더 허용했다. 시켜보니 효율이 높은 쪽으로 빠짝 하고 놀고 빠짝 하고 놀게 하는 게 우리 아들에 체질엔 재격인듯하다. 우리 사이, 좋은 사이 유지도 매우 중요한 문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그렇게 아이가 새벽 6시 반 기상인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남으로 단단히 굳혀지는 가운데, 일찍 눈뜨자마자 자기 방으로 달려가 수학책을 붙들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엄마인 나도 나 몰라라 침대를 그대로 붙잡고 있긴 양심상 좀 찔리는 감이 없지 않고.
그래서 싸한 공기가 유난히 느껴진 어느 날.
할머니 레몬차라도 한잔 타줄까?라고 말한 게 그 시작이 될 줄이야.
레몬차와 유자차의 그날그날 느낌따라 왔다 갔다 하며 새벽부터 주문하시는 아들램.
그를위해 오늘도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먼 엄마는 새벽 6시 반에 기상 & 하품과 함께 물주전자를 들고 있다.
문득 올해 초 레몬차를 시작한 이후 기침 한번 없는 아들의 모습에 건강까지 덩달아 챙겨지는 듯해 고마움이 느껴지는 오늘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