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소주 한잔 하겠습니다.

2차를 시작해볼까

by HAN

올해는 이상했다.

찬바람이 불고부터

뜨끈한 국물에 소주 한잔이 그렇게 땡겼다.




소주와 빠이한지 어언 13년째.

결혼 전 남편의 친구들과 밤마다 피크를 달리던 시절엔 이렇게 술을 끊고 살 줄은 나도 남편도 내 주변도 정말 상상도 못했다.

참 소주에 거리낌이 없던 그 시절.

신나게 마시고 떠들고 2차를 가고, 3차로 노래방까지 갔다 결국 아침엔 콩나물해장국에 또 한잔하고 다니던 그때에 난 20대와 30대 초반이었다.


결혼 후 누구나 그렇듯 아이를 가져야 한다. 작은 나이가 아니다. 그건 시댁에서도 나의 내면 속에서도 줄기차게 따라온 강박적 무언의 압박이었다.


아이를 갖곤 완전히, 낳곤 수유를 이유로,

세상 누구보다 가장 멀리하게 된 소주. 나의 20대를 거쳐 30대를 화려하게 장식해 줬던 소주를 그렇게 딱 13년 함께한 만큼 13년간을 한번 돌아보지도 않고 매몰차게 등지고 살아왔다.




이제 아이가 사춘기 느낌 물씬 나는 12살, 곧 한 달 뒤엔 13살이 되는 시점이다. 술은 아이로 끊었으니 아이로 다시 시작인가.


점점 아이는 부모와 함께하기보단 친구와의 시간을 더 원하고, 자신의 일정을 알아서 하게 되자 내손은 밥때와 간식 때만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물론 더 어렸던 나이 때보단 성숙한 아이와의 대화가 좀 더 잘 되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아이를 키우고 커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건 부모로서 신기한 일 투성이긴 분명하다.


앞으로의 내 일에 대해, 나의 40대에 대해, 건강을 서로 걱정하는 남편과 나를 진지하게 마주 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리고 소주가 문득 그리워진 것이리라.




소주를 한잔 마셨다.

20대의 나도 소주 첫 잔은 그렇게 쓰디썼다. 결코 달지 않았던 기억이다. 물론 두 잔 이후부턴 달디단 맛이었던 것도 분명하다.

지금 40대의 나도 역시 소주는 그 첫 잔의 맛이 몹시 썼다. 하지만 그 쓴 느낌이 이십 대와 같은 건 아니다. 다른 맛의 인생 좀 그래도 살아본 그 씀이다. 50대, 60대 땐 또 그 쓴 맛이 달라지리라.


이젠 다시 소주다.

남편과 가끔 밤산책길에 굳이 거창한 안주와 진지한 대화가 없더라도 따끈한 국물에 소주 한잔하고 손 꼭 잡고 집으로 돌아와도 꽤나 괜찮은 나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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