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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May 08. 2024

비 내린 녹색 교통지도의 날.

시원섭섭한 기분.

여름을 재촉하는 비는 촉촉하게 아침을 적셨다.

6년간의 녹색교통봉사활동의 마지막 날이 그렇게 밝았다.


언제나 그랬듯 아이들의 얼굴을 마주 보며 아침인사를 건넸고 수줍게 인사하는 아이, 신호등을 보지 못하고 달려오는 아이, 비를 맞으며 등교하는 아이 등등 각자의 모습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꼬꼬마였던 내 아이와 그 6년을 함께 커온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커 나의 키만큼 자란 어엿한 십 대 소녀소년들이 되어 있었다.


1학년 초등입학땐 긴장감과 설렘으로 뒤섞인 어설픈 부모와 아이의 모습으로.


2학년땐 겨울방학이 지나도 학교를 가지 못하는 코로나 사태로 온 국민이 방황의 시기를 함께 겪고.


3학년땐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을 서로가 속속히 알 수 없는 분위기 속에 많은 학원들이 정답이 아님을, 그리고 이젠 아이에게 맞고 꼭 필요한 사교육만을 결정하게 되었다.


4학년 일 년은 꼬박 해리포터에 푹 빠져 살았던, 그래서 그 시기 항상 아이의 손엔 해리포터 시리즈만이 붙어있었고 스토리 이야기도 인물이야기도 내내 함께 했었다.


5학년엔 더할 나위 없이 아이가 학교를 사랑하게 되었던 한 해. 학교엔 아이의 마음을 잘 받아주시고 호응해 주셨던 선생님이 계셨고 반친구 다섯과 똘똘 뭉쳐 주말엔 집 주변을 탐험하고 운동도 함께하며 어쩌면 초등동창모임으로 일생을 이어갈 수도 있는 인연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시작된 대망의 사춘기. 정수리의 짙은 냄새가 그 시작을 알렸다.


6학년 지금.

볼링에 빠진 키가 160 가까이 커버린 아이.

이젠 가끔 발뒤꿈치를 들어 엄마보다 더 크다며 아래로 내려다보는 장난꾸러기 모습과 가끔 자기 방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하거나 자기 생각에 잠겨있거나 원하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실행하는 아이가 함께 있다.

아이는 모든 것을 말하지 않고 또 모든 것을 알려고 꼬치꼬치 캐묻지 않으려고 애쓰는 엄빠도 또한 있다.

 

그렇게 아이도 크고 엄빠도 함께 커온

6년의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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