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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만 사는 정아씨 May 24. 2022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고 싶어졌다

호주에서 떠올려 보는 그날의 이야기

"정아가 우리 회사 들어온 지 얼마나 됐지?"

"다음 달이면 딱 2년 돼요."

"벌써 그렇게 됐네. 이제 너도 다른 업무를 해봐야겠구나."


일상에 익숙해져 이제 더는 고민하지 않고 짜인 틀 안에서 일을 해나가는 그저 그런 직장인이 된 지 2년이 돼가던 날. 대표님은 이제 너도 새로운 업무를 맡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렇게 새로운 것을 배우며 꾸역꾸역. 버텨간다는 표현이 딱 맞을 그 어느 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 말도 하기 싫은 나날이 계속되던 그 어느 날. 나는 갑자기 모든 걸 그만두고 싶어졌다.


무작정 서울살이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던 처음과 달리 이제는 서울이 꼴도 보기 싫어졌고힘들어도 즐거웠다고 말할  있었던 나의 회사 생활도  재미가 없어 든 걸 정리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나는 제주도 갔다. 친구도 가족도 없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딴곳에 떨어져 살고 싶었다. 어쩌면 나는 그곳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싶었던  같다.



그렇게 제주에서 새로운 인연들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여름을 보내고, 나는 제주의 인연들과 함께 다시 호주로 향했다.




호주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갈 수 있었고, 첫 비자의 기한은 1년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비자를 취득하려면 3개월 동안 농장이나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호주에 가자마자 바로 농장으로 갔다.  


앉아서 적당히 하라는 것만 하면 되던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과 달리 호주의 농장일은 내가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하면 돈은 많이 벌 수 있어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 '열심히'가 내 기준에선 열심히가 아닌 죽어라 일해야 한다고 느껴졌다.


처음으로 ' 버는  이렇게 힘든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살면서 무언가를 이렇게 열심히 해본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호주에 가겠다고 했을  엄마는 내게  사서 고생을 하냐고 물었다. 그리고  물음에 나는 ‘! 고생 한번 해보려고 가는 건데?’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그만두고 새로운 것을 찾아, 고생 한번 해보고 싶어서 호주에 왔다고 하면 믿을까?


고생 한번  해보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랐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살면서 언제나 그냥 적당히 사는 사람이었고, 늘 '꼴등만 아니면 된다!'였다. 하지만 호주에 와서 내가 바라던 그 '생고생'을 하면서 참 많은  배우고 있다.




이제 위드 코로나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면서 점점 해외여행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들었다.  


처음 내가 워홀을 온 이유인 여행, 그걸 실현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모든 걸 그만두고 싶어서 떠났던 나의 3년이라는 긴 방황의 끝이, 다시 무언가를 하고 싶어지는 열정의 시작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설레는 요즘이다.


20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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