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법모자 김시인 Dec 04. 2023

내가 만난 책 이야기 33

내 마음의 낯섦/오르한 파묵


누군가의 생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눈물겨운 일이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마음의 낯섦' 주인공 메블루트의 삶도 그랬다.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열두 살에 세계의 중심 이스탄불로 올라와 외곽의 무허가촌인 '게제콘두'에서 요구르트와 보자를 팔며 도시 빈민으로 살아가는 메블루트, 그의 가족 이야기, 사랑이야기


누구에게도 나쁜 짓을 하지 않았고 항상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메블루트에게 빠른 도시의 변화는 낯섦과 외로움을 안겨 주었고 보자를 팔기 위해 뒷골목의 어둠 속을 거닐 때에만 편안함과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직업을 가졌을 때에도 보자 파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약삭빠르거나 남을 기만할 줄 몰랐기에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사촌의 결혼식장에서 첫눈에 반한 소녀에게 3년 동안 연애편지를 썼고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한밤중에 도망을 쳤지만 그 소녀는 자신이 연애편지를 쓴 소녀의 언니였다. 하지만 메블루트는 약속대로 소녀와 결혼을 했고 가정을 지켰다. 그녀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그녀의 여동생과 결혼을 하게 됐지만 그가 도시를 향해 말하고 벽에 쓰고 싶었던 말, 공적이면서도 사적인 관점 마음의 의도이면서 말의 의도였던 그 말 "나는 이 세상 무엇보다도 라이하를 사랑했어" 그 말이 지금도 이스탄불의 거리에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믿음이고 책임인 걸까?


650 페이지에 이르는 묵직한 소설이다. 책을 덮고 나서 그런 그의 삶에 동정보다는 응원을 보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것들이 변화 속에서 사라지고 가치가 상실되어 가는 세상에서 자기 만의 삶을 고집하는 사람들. 그들이 비록 타인의 부러움이나 경제적인 풍요로움,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들의 삶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내가 속한 세상에서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낯섦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메블루트에게 있어 밤거리 어둠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안식처 하나쯤 마음에 품고 산다면 덜 외로울까?


(다시 읽고 싶은 소설-2017 카카오스토리에 남긴 글)

작가의 이전글 쉼터@놀이터 2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