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랑 놀기 2

교실 안의 야크

by 마법모자 김시인

* 네이버 이미지


마음이 저절로 순해지는 영화 한 편을 봤다.


우리는 순수를 갈망하지만 순수를 잃어버리고 산다. 세속적 욕망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상대적 박탈감은 우리의 정신마저 황폐하게 만든다. 행복을 갈구하지만 진정 자신이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행복해지기 위해 달린다. 레밍딜레마에 빠진 레밍들처럼.




고도 4800미터 인구수 56명, 전 세계에서 가장 외딴 벽지 학교가 있는 루나나 마을. 부탄의 수도 팀푸에서 가는 데만도 8일이 걸리는 마을이다.


이곳에 교사로 가게 된 유겐 도지. 그는 교사가 적성에 맞지 않고 의욕도 없다. 그의 마음속에는 다른 세계로 가득 차 있다. 그는 호주로 가서 가수의 꿈을 실현하고 싶고 화려한 생활도 하고 싶다. 하지만 교사로서의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기간을 채우기 위해 루나나로 갈 수밖에 없었다.


루나나 마을에서는 촌장님을 비롯해 온 마을 사람들이 유겐을 극진히 대하며 존경을 표한다. 마을에 도착하는 날, 마을 주민 전체가 2시간을 걸어 환영 인사를 하러 나왔으며 떠날 때 또한 똑같은 예의를 표한다. "교사는 미래를 어루만지는 직업이다." 유겐은 자신이 사범 대학을 다닐 때도 들은 적은 없었던 그 말을 촌장님께, 그리고 자신을 마중 나왔던 미첸에게,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에게 듣는다.


그리고 늘 높은 골짜기에서 노래를 부르는 살돈에게서 야크의 노래를 배우고 야크와 사람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도 듣는다.


유겐: 늘 여기서 노래해요?

살돈: 세상에 바치는 거예요

유겐: 세상에 바치다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실돈: 만물에 바치는 노래라는 뜻이에요

모든 사람과 모든 동물과 모든 신과 골짜기의 모든

영혼에요

유겐: 잘 모르겠네요

살돈: 검은목두루미는 노래할 때 누가 듣고 안 듣고는 신경

쓰지 않아요. 저처럼 그냥 바치는 거죠

야크와 목동의 인연은 신성한 거예요.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죠. 살면서 많은 걸 내줘요. 마을에 고기가 필요하면 야크를 모아놓고 올가미를 던져요. 무작위로 걸리는 야크가 도살되는데 마을 전체가 그때를 가장 애통해하죠. 전에 마을 어느 목동이 티베트에 팔 야크를 한 마리 잡아야 했는데 무슨 업보가 얽혔는지 자기가 가장 아끼던 야크가 올가미에 걸려서 도살되게 되었어요. 야크 덕분에 자기 목숨을 부지했다고 노래하죠. 노래에 이런 가사도 있어요. 높은 산속 품과 샘물의 소중함을 야크는 알지. 목동이 찬미하는 건 순수한 마음이에요. 깨끗함을 잃지 않은 채 만년설로 뒤덮인 땅이 우리 마음과 같기를 바라죠. 노래 끝부분에 야크가 목동에게 하는 답가가 있어요. 우리의 인연은 끝나지 않으리. 야크는 온 산 곳곳에서 풀을 뜯다가도 저녁이면 꼭 집으로 돌아와요. 노래 속 야크도 그 얘기를 하죠. 이번 아니면 다음 생에 늘 그랬듯 집으로 가리


유겐은 오자마자 돌아가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겨울이 오기까지 몇 달을 머물며 마음을 열고 아이들을 가르친다. 불을 피우기 위해 야크 똥을 주우러 다니는 유겐을 위해 살돈은 제일 나이 많은 야크(노부-소원성취) 한 마리를 데리고 온다. 교실은 야크와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 된다.


촌장님은 대화 중에 유겐이 자신이 전생에 야크 목동이었나 보다고 하자 아니고 야크였을 거라고 말한다. 야크는 많은 것을 주는 존재라는 말과 함께.




루나나 마을 사람들은 순수하고 순하다. 그들은 신을 경배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신에 한정하지 않는다. 루나나 마을에서는 우주 만물이 신이다. 살돈은 사람과 동물과 신과 골짜기의 영혼을 위해 노래를 바친다. 자신이 하는 행위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는다. 우주만물을 바라보는 잣대가 동일하다. 척박한 환경에서 생활하지만 그들이 머물 곳은 언제나 그곳임을 그들은 안다. 떠나기 전 유겐이 살돈에게 "팀푸에 한번 올래요" 묻는다. 하지만 살돈은 "저의 집은 여기에요. 전 여기가 좋아요. 우린 늘 여기 있을게요."라고 말한다.


유겐은 호주의 어느 레스토랑에서 노래를 부르다 관객들이 반응이 없자 하던 노래를 중단하고 야크의 노래를 부른다. 유겐이 이후 루나나 마을로 돌아갔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유겐의 영혼의 쉼터에 루나나 마을이 있을 것이다. 유겐이 떠나는 날 촌장님은 야크의 노래를 불렀다. 촌장님도 노래를 부르냐고 유겐이 묻자 살돈은 야크의 노래는 촌장님이 직접 만든 노래이며 다시 노래하게 되면 잃었던 야크가 집으로 돌아올 때일 거라고 말해준다.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사람들, 루나나 마을에는 그렇게 순수하고 순한 사람들이 산다.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곳, 그곳에 가고 싶다. 지친 삶을 위로받고 싶을 때, 상한 영혼을 치유하고 싶을 때


가만가만 그곳을 불러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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