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책 이야기 19

아직 오지 않은 시

by 마법모자 김시인


포스트휴먼,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무엇일까? 이 책은 시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아니 그런 명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모종의, 암묵적 합의하에. 아픔과 상실, 그 상처를 치유할 대안으로 공감과 연대를 강조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우리는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


포스트휴먼 담론이 대두되면서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의 경계가 무너지고 인간중심주의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인간의 오만, 인간의 독선이 본격적인 심판대에 오르며 자성의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책 또한 그런 역할에 충실하다.


문학이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를 회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문학의 목적이 그 방향으로만 치달리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시에, 문학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도, 그렇다고 문학이 현실을 외면하고 문학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세상의 변화에 가속도가 붙었고 미래에 대한 예측은 불확실해졌으며 그 과정에서 소외된 이들은 삶의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속도에 둔감한, 아니 애써 외면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런 세상은 낯설고, 그 낯섬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시가, 문학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미처 살피지 못한 구석을 살피고, 소외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 책은 시에 대해 그런 역할을 요구한다. 아니 시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렇지만 시란 무엇인가를 정의할 수 없듯이, 시의 역할이 어떠해야 한다는 당위론도 나는 불편하다. 시는 그냥 시이면 좋겠고, 시를 쓰는 이유도, 시를 읽는 이유도, 시의 역할도 다양하게 인정되고 그 다양성이 존중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경계를 구획 짓는 것, 그것은 또 다른 폭력일 수 있다 생각한다. 문학이야말로 다양함이 공존해야 하고 각각의 이유들은 그 각각의 이유들로 인해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가 시대를 치유할 대안이라는 진단은 위로이며 격려다. 그러나 이 책은 무엇을, 어떻게, 왜 써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더 천착하게 한다. 그래서 시인이라는 이름이 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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