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국을 고발합니다
자식 두고 떠난 이가
오죽하면 그랬겠나
엄마도 할머니도
그 말을 하곤 했다
천륜을 저버리는 건
그렇게 오죽한 일
버림과 학대가
도돌이표 음표였던
우리가 오죽할까
밤잠 설친 적 있냐고
묻는 일 더는 안 합니다
오죽하면 이럴까요
**11살 때 프랑스로 입양됐던 김유리 씨의 사연을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보면서 나는 '오죽하면'이라는 말이 계속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오죽하면 조국을 고발할까, 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었고, 그중 좋은 양부모를 만나 잘 성장한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그들이 낯선 땅에서, 고통받을 때, 모국인 대한민국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을까? 아니 무엇을 하려는 시도라도 했을까?
어릴 때, "자식을 버리고 갔다더라"는 소문이 풍문처럼 들리곤 했다. 그럴 때 엄마도 할머니도 "자식 두고 떠나는 에미가 오죽하면 그랬겠나" 그 말씀을 하시곤 했다. 자식을 버린 부모도, 모국을 고발하는 입양아들의 절규도 안타깝고 안쓰럽다. 살면서 내 잘못이 아니라도 괜히 미안해지는 일이 있다. 김유리 씨의 절규를 들으면서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