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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법모자 김시인 Jun 19. 2023

내가 만난 책 이야기 29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
 
능력주의와 시장주도적 세계화는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갈수록 부의 불균형은 심해지고 능력주의와 시장주도적 세계화는 그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공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믿고 싶어 한다. 능력주의 윤리는 승자들을 오만으로 패자들을 굴욕과 분노로 몰아간다.

세계화는 그 과실을 불균등하게 배분했고 능력주의는 그들의 배분을 정당화시키는 논리로 작용했다. 모든 문제의 책임을 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능력 탓으로 치부하며 사회와 정치는 그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사회가 능력에 따라 경제적 보상과 지위를 배분해야 한다는 생각은 효율성과 공정성을 원칙화한 것이다. 우리의 성공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좌우되지 않으며 오직 우리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과 연결된다. 능력주의는 누구나 자신이 자기 운명이 주인이 될 수 있고 자수성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실패의 책임 또한 자신의 책임이라는 부담을 안겨준다.

능력주의는 입시 경쟁을 부추겼고 그 결과 불평등은 더 심화되었으며 교육이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상실해 버렸다.

그래서 마이클 샌덜 교수가 우리에게 던지는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라는 질문은 무겁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만 국한된 질문은 아니다.

오늘날 민주 사회는 능력주의와 시장주도적 세계화의 거대 담론이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것이 공공선에 충실하며 효율적이고 공정하다고 믿는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아메리카 드림'을 그렇게 외치면서도 왜 공공복지에 그렇게 취약하지에 대한 의문이 조금은 풀렸다. 개인의 삶은 철저히 개인의 몫이며(건강이든 직업이든 사회적 역할이든) 그 책임 또한 개인에게 있다고 보는 능력주의 사고가 지배적이기 때문이었다. 사회와 정치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내가 가진 재능과, 사회로부터 받은 대가는 과연 온전히 내 몫인가? 아니면 행운의 산물인가? 나의 노력은 나의 것이지만, 그런 노력은 패배자도 하는 것이다. 내가 나의 재능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한 운이다. 나의 노력에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는 사회를 만난 것도 내가 시대를 잘 만난 행운의 결과인 것이다. 민주정치가 다시 힘을 내도록 하려면, 우리는 도덕적으로 보다 건실한 정치 담론을 찾아내야 한다."라고 마이클 샌덜 교수는 말한다.

인간의 욕구는 GDP의 규모와 분배에만 있지 않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책임감과 그에 따른 존중, 일의 존엄을 보장받고자 한다. 그동안 능력주의가 간과한 이런 인간의 욕구를 정치 담론에 담아낼 수 있을 때 민주정치는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사회가 공정하다는 착각, 에서 이제는 깨어나야 할 때라고 마이클 샌덜 교수는 말한다.

#공정하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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