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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Aug 17. 2021

<선생님과 길고양이>

2021년 68번째 영화

제목: 선생님과 길고양이(teacher and stray cat)

감독: 후카가와 요시히로, 출연: 이세이 오가타(선생님), 소메타니 쇼타

줄거리: 아내와 사별 후 슬픔에 빠진 교장 선생님 앞에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길고양이가 나타난다. 교장 선생님은 길고양이를 볼 때마다 고양이를 애지중지했던 아내가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어느 날, 길고양이를 매몰차게 쫓아낸 후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마을 사람들과 열심히 고양이를 찾아 다닌다. 교장 선생님은 고양이를 찾으며 마음속으로 조금씩 아내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데…


네이버에 무료 영화로 올라온 것이라 보게 되었다. 교장 선생님이 우연히 발견한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는 집사 이야기가 아닐까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보다 더 담백하고 눈물 찔끔한 이별 이야기였다. 세상을 먼저 뜬 사랑하는 아내를 고양이로 표현한 것이 흥미로웠다. 다들 마음 속에 고양이 한 마리쯤은 키우고 계시지 않으신지.

담담하게 씩씩하게 동네를 걸어 다니는 할아버지. 그는 한때 학교 교장 선생님이기도 했다. 아내를 잃고 그는 꽤나 조용해졌다. 다른 건 잊어도 아내에게 삼시세끼를 올려주는 일은 잊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사는 동네에는 길고양이가 많이 산다. 집집마다 귀여워하는 고양이가 다를 정도이다. 그러나 마을 사람 모두에게 사랑받는 고양이가 있었으니! 바로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삼색고양이다. 할아버지 집에도 어느새 삼색고양이가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할아버지에게 성가신 존재일 뿐이다. 가뜩이나 아내가 보고 싶은데 고양이가 우니 아내가 더더욱 보고 싶어진다. 할아버지가 고양이를 보고 아내를 떠올리는 이유는 생전 아내가 고양이를 무척 아끼고 예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고양이가 좋으면서도 싫다. 그렇게 며칠간 고양이를 집에 들인 할아버지. 하루는 매일 오는 고양이가 야옹야옹하고 우니 화를 내며 내쫓아버린다. 그 뒤에 그 고양이는 마을에서 자취를 감춘다. 할아버지는 고양이에게 못 되게 굴었던 것이 죄책감으로 남아 마을 사람들과 함께 고양이를 찾는다.

고양이를 찾으면서 동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나온다. 삼색고양이를 솔라라고 부른 세탁소 주인이자 교장선생님께 글귀를 받은 여자, 그와 친한 문구점 주인, 하하호호 웃으며 리액션이 큰, 삼색고양이를 타마코라고 부른 미용실 주인, 삼색고양이를 치히로라고 부른, 왕따의 상처를 고양이로부터 치유받은 여학생, 교장선생님과 친한 남자 신입사원. 동네 사람 모두는 포스터를 써붙이며 솔선수범 고양이를 찾아나선다. 그러다, 할아버지는 한 소년을 만나는데 풍기는 분위기가 미스터리하다. 자신과 잡은 손이 흙투성이인 것을 보고 고양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지지만, 금방 접는다. 밤늦게까지 이웃들과 고양이를 찾다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아내의 환청을 듣는다.


영화를 보면서 돌아가신 아내분이 고양이로 환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내분이 동네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사람이라 동네 사람들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추측을 해본다. 동화 <파랑새>도 떠올랐다. 새장에 있던 파랑새가 사라져서 찾는데 알고보니 파랑새는 내 마음 속에 살고 있던. 판타지 느낌이 많이 풍기는 영화였다. 서로 죽이고 모험하는 판타지는 선호하지 않는데 이런 행복해지고 평온해지는 판타지는 정말 좋다. 일상에는 가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니까. 

고양이는 할아버지를 외로움에서 구출해준다. 아내를 잃고 과묵해진 할아버지가 고양이를 찾으려 동네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게 하고, 그 와중에 만난 동네 사람들과 힘을 합치기도 하니까. 사실 할아버지는 고양이를 성가셔 하지 않았을 수 있다. 아내를 자꾸 생각나게 하는 고양이에게 고마움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통스러우니까 애써 고양이를 밀어냈겠지. 정말 따뜻한 영화였다. 힐링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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