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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Aug 19. 2021

어른들이 아파도 일을 가는 이유,<미안해요 리키>

2021년 71번째 영화

제목: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

감독: 켄 로치, 출연: 크리스 히친(리키 터너), 데비 허니우드(애비 터너)

줄거리: 넉넉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가장 리키,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며 택배 회사에 취직하지만 생각과는 다른 일상이 전개되고, 화목했던 가족은 뜻밖의 난관에 부딪히는데.. 성실하게 행복을 찾고 싶었던 리키의, 우리의 이야기가 찾아온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때부터 지켜보던 켄 로치 감독이 내가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채 보지도 못했는데 신작(신작이라기엔 나온 지 꽤 된 작품)을 가지고 왔다. 이것도 미뤄두다 보게 된 작품이다. 보면서 우리 가족이 떠올랐다. 나는 아직 성인이지만 공부를 하고 있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엄마와 아빠는 공부하는 나와 동생을 위해 돈을 벌고 계신다. 몸 이곳 저곳이 아프다하면서도 직장에 가고, 이놈의 직장 때려친다하면서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를 처절하게 깨닫게 하는 영화였다. 가족이니 당연하게 생각하고 쉽게 지나치던 것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보니 다르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이게 내 미래라는 것을 상상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앞으로 세상은 더더욱 돈으로 돌아갈텐데 말이다.

안해본 일이 없는 리키는 이번엔 택배 배송 일에 도전한다. 하지만 택배 회사는 지원해주는 것이 없어 자비로 모든 것을 마련해야했던 리키는 아내가 출퇴근할 때 쓰는 차를 팔아 택배 밴을 구매한다. 차가 없어진 아내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일을 시작한 초반엔 리키는 칭찬을 받는 일꾼이었다. 서비스도 좋고, 배송 속도도 빨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송 일은 없다. 리키의 축구팀 유니폼을 보고 자신의 축구팀과 비교하며 사소한 것으로 트집 잡는 인간, 욕하는 인간 등 별의별 인간들을 다 만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키는 책임져야하는 아이들이 있기에 포기할 수 없다.

리키의 아내 애비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애비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며 간병인의 일을 하고 있다. 보통 몸이 불편한 환자들에 집에 가 그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애비는 많이 지친 상태다. 집안일로도, 자신이 하는 간병 일로도.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며 가족들을 사랑으로 감싼다.

리키와 애비가 피 터지게 일하는 걸 아는 지 모르는 지 아들 세브는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친다. 길거리에서 그라피티를 하지 않나, 도둑질을 하질 않나. 도둑질때문에 일을 미뤄두고 경찰서에 달려간 리키는 하루 일당을 모조리 까먹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당을 까먹은 다음 날, 밴 열쇠까지 사라진다. 리키와 애비는 세브가 키를 훔쳤다고 믿고, 밤새 다른 곳에 있다 들어온 세브를 리키가 때린다. 하지만 범인은 딸 라이자였다. 키를 숨기면 아빠가 일을 나가지 않을 것이고, 일을 나가지 않으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리키는 마음이 갸륵한 라이자를 용서해준다. 키를 찾은 리키는 일을 나가지만, 괴한들에게 습격을 당하며 택배를 도난당한다. 다친 몸을 치료하려 병원에 온 리키와 애비.

엑스레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리키에게 택배회사는 전화를 해온다. 리키의 몸상태는 신경쓰지 않은 채로 돈을 어떻게 메울 것이고, 대체 기사를 구했는 지에 대한 이야기만 묻는다.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던 애비는 폭발해버린다. 엑스레이 결과를 확인하지 못한 채 리키와 애비는 병원을 나온다. 다음 날 새벽, 리키는 일을 하러 집을 나선다. 그 광경을 본 애비와 세브가 그의 밴을 막아서지만, 리키는 끝내 출근을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집이 생각났다. 엄마, 아빠가 아직 일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위에도 말했지만 엄마와 아빠는 사정이 생겨도 아파도 꼭 출근을 하신다. 당시엔 그러려니 했었지만 영화를 보니 그 이유가 마음 깊이 와닿았다. 우리나라도 점점 빈부격차 문제가 심해지는데 영국도 마찬가지구나. 아니 다른 나라의 상황도 다 똑같겠지. 돈 없는 사람 어디 섭섭해서 살겠나. 

우리는 돈을 위해 일한다. 그것은 나와 가족의 행복과도 직결된다. 그러나 행복해질 수 없다. 그것이 모이지 않는 만큼 행복은 멀어지기 때문이다. 리뷰를 쓰면 돈에 대해 곱씹으니 더 씁쓸한 기분이 든다.

아직 직장에 다녀본 적이 없는 나라 무슨 말을 할 처지가 안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도 몇 마디를 덧붙이자면 이 영화를 보며 세상에 살고 있는 애비와 리키에게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된 삶을 사는 이 세상의 애비와 리키가 조금은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는, 더불어 마음의 여유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시작됐으면 좋겠다. 내 마음과 다른 세상이 펼쳐지겠지만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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