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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May 06. 2021

우리는 영원히 함께야,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2021년 6번째 영화

제목: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줄거리: 부모들은 참혹한 상실로 괴로워한다. 애도에 대한 비가.


제목을 보자마자, 불안했다. 영화 속에서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사건보다는 사건 이후에 남은 사람들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슬프게 다가온다. 흑백 애니메이션에 색이 칠해지는 순간 슬픔이 맴돌고, 사랑이 감돈다.

이 식탁에 두 남녀가 앉아 있다. 둘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 없이 밥만 먹는다. 밥을 먹다 남자는 먼저 떠나가고, 남은 여자는 꾸역꾸역 밥을 먹는다. 후에는 서로에게 화도 내고 싸운 후에 슬피 울기도 한다. 이 둘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이 두 남녀는 부부이다. 부부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다. 너무도 예쁘고, 멋져서 아껴두고 숨겨두고 싶은 소중한 딸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딸이 다니던 학교에 누군가 총을 가져와 쏜다. 그 일로 부부는 딸을 잃는다. 

딸이 죽은 후, 상실의 아픔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부부에게 가족의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온다. 딸의 그림자는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며 추억을 상기한다. 그렇게 떠난 추억 여행으로 두 부부는 서로를 꼭 껴안으며 화해를 한다. 아니, 딸도 꼬옥 안아준다.


나는 가족 중 누군가를 잃은 적이 거의 없다. 그 중에서도 사고로 잃은 적은 아예 없다. 그러나 뉴스로 매일 접한다. 어디에서 누가 죽었고, 몇 명이 부상을 당했는 지를 말이다. 그런 뉴스를 볼 때면, 고통스럽다. 그 사람들의 가족이 아닌 나도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그들의 가족은 내가 겪지 못할 정도로 아플 것이다. 내가 이 분들께 무슨 말을 할 자격이나 될까. 안아주며 온기를 나눌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단편을 보면서 생각이 났던 것은 미국 내 총기 사건, 세월호 사고였다. 미국은 총기 소지가 가능한 나라라 누구나 총기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그로 인해 무고한 시민들이 죽거나 다친다. 그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 있길래 끔찍한 변을 당해야 하는 걸까.

아무래도 세월호 사건은 생각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나의 기억에서 아직도 생생히 숨쉬고 있는 사고니까. 살고 있는 시간들이 얼마나 고통일까.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 한 번도 빠짐없이 눈물이 났다. 이겨내는 것이 아닌 버텨내는 것. 서로서로 믿고 의지하는 것 밖에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살아 주세요. 저도 함께 살아내겠습니다.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각과 감정이 들게 했다. 어떤 부분에선 울컥했지만, 서로를 꼬옥 안아주는 결말에선 괜시리 미소가 지어졌다. 마음이 시큰거리다 따뜻해지는 이런 단편 애니메이션들이 많이 선을 보였으면 좋겠다. 내용 좋다. 몇 번 더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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