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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Dec 27. 2021

행복해지고 싶었던, 행복할 수 없는 인간들,<인간수업>

2021년 17번째 드라마

제목: 인간수업

연출: 김진민, 출연: 김동희(지수), 정다빈(민희), 박주현(규리), 남윤수(기태), 최민수(왕철), 김여진(해경), 박혁권(진우)

줄거리: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왔을 때 보고싶었는데, 시간이 안돼 미루고 미루다 올해 말까지 밀려왔다. 청소년 범죄물 같은 경우에는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게 만들곤 하는데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이 작품을 상당히 반겼다. 이렇게 날 것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단, 조건이 있다면 이런 걸 보는 청소년들의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혀있어야 한다는 것?


마음에 드는 것부터 말하자면 청소년 범죄를 여과없이 드러낸 것. 숨기거나 덜한 것 없이 실상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잠깐 다른 얘기를 하자면 <박화영>이라는 영화에서도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박화영>에서는 마지막에 사건 국면이 변하는 소재로 쓰였고, <인간수업>에서는 처음부터 소재를 깔아두고 썼다. 그래서 더 어려웠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쓴 것 같다.

결말이 모두 망하는 결말이라는 것. 누구 하나 살았거나 해피한 결말을 맞았다면 이 드라마는 실패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잘못을 저지른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부여하는 꼴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인간수업>은 그렇지 않았다. 모두가 다치고 누군가는 죽기도 했다. 포스터에 써 있는 '잘못된 답에 목숨을 걸면' 어떻게 되는 지를 잘 보여주는 결말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가해자에 서사를 부여했다는 것. 오지수는 외롭고 가난하게 살고, 오지수의 아버지는 아들의 돈을 보자마자 정신이 헤까닥 돌아 훔쳐 달아난다. 드라마 전반에 걸쳐 오지수가 포주 짓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깔아놓는데 어렵고 가난한 애들이 모두 이렇게 살지는 않는다.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지수가 한 나쁜 짓이 벌을 받을 수 없는 짓이 되는 것도 아니다. 범죄자에게 이야기를 붙여서는 안된다. 범죄자는 그냥 범죄자일 뿐이다.

캐릭터에 혼란이 있었다는 것. 솔직히 말하면 민희가 실장 챙겨주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래, 실장도 민희 생각해줬으니까 그냥 넘어간다고 치자. 집안에서 받은 스트레스에 환멸이 나서 일을 이렇게까지 키우는 배규리나 여자친구를 지갑으로 생각했으면서 성매매를 했다고 하니 노래방 찾아가 조폭들이랑 붙는 곽기태나....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규리는 다른 방법으로 일탈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고 곽기태는...으음.....그냥 노답 인간이고...그런데 또 이런 설정 없었으면 극이 어떻게 진행됐나 싶고...대책없는 청소년들을 표현하는 거구나 싶기도 하다. (보다보면 정말 대책없는 애들 많다.)


배우들이 연기를 참 잘했다. 다빈 배우는 바로 직전에 봤던 것이 학생물인 <라이브온>이라는 드라마였는데 같은 고등학생이었지만 다른 결의 연기를 해주었다. 연기가 점점 는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김동희 배우는 스캐 때 잠깐 봐서 연기를 그렇게 잘하는 지 몰랐는데 연기를 정말 잘했다. 그 순딩한 얼굴에 하는 짓은 너무 구린....^^ 박주현 배우는 내가 아는 사람이랑 얼굴이랑 말투가 닮아서 놀랐다. 시원시원하게 연기를 해냈다. 남윤수 배우도 연기하는 걸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나한테는 엠카 엠씨 이미지가 강해서 일진 연기는 어색하지 않을까 했는데 ... 일진 그 자체였다. 급식체랑 띠꺼운 그 표정...정말 잊지 못한다.


아무쪼록 재밌고 씁쓸한 드라마 잘봤다. 청소년 범죄를 다룬(결말은 당연히 다 망하는 걸로!^^)영상물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왜냐면 요즘 청소년들 문제 정말 심각하니까. 그리고 배우님들은 다작해주세요...작품 고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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