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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Dec 27. 2021

예리하고 따뜻하고 불안하고,<언프레임드>

2021년 84번째 영화

제목: 언프레임드(unframed)

줄거리: 네 명의 아티스트(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가 프레임에서 벗어나 마음속 깊숙이 품고 있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출한 숏필름 프로젝트. 박정민 감독의 <반장선거> 어른의 세계만큼 치열한 5학년 2반 교실의 반장선거 풍경을 담은 초등학생 누아르. 손석구 감독의 <재방송> 결혼식장에 동행하게 된 이모와 조카의 성가시고, 애틋한 하루를 그린 로드무비. 최희서 감독의 <반디> 지금껏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알려주기로 결심한 싱글맘 소영과 아홉 살 딸 반디의 이야기. 이제훈 감독의 <블루 해피니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을 마주한 채 평범한 삶을 꿈꾸는 취준생 찬영이 아무리 애써도 쉬이 잡히지 않는 행복을 쫓아가는 이야기.


왓챠 무료 2주 끊고 드디어 영접하게 된 최애 배우님들의 연출작들! 너무나 떨린다. 다른 결이긴 하나 배우님들이 사람을 바라보는 눈길이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배우님들, 그러니까 감독님들에게 빨려들 수 있었다. 러닝타임도 짧아 부담 없이 볼 수 있었다.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라 통일된 줄거리가 없으니 느낌 위주의 글을 써보려 한다.

#1. 반장선거

감독: 박정민, 출연: 김담호(정인호), 강지석(유장원), 박효은(주선영), 박승준(곽지훈)

귀여우면서도 이것도 현실이라 생각하니 씁쓸해진다. 저 나이대는 친구 없이 못 사는 나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끌한 교실이며 자기 편 아이가 아니면 배척해버리는 초등학생들까지..정말 현실 고증 잘해놓은 듯하다. 정민 감독님은 어떤 아이들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그게 잘 드러나는 장면이 선영과 지훈이 투탑으로 다투는 와중에 인호를 바라보는 아이들이 나오는 장면이다. 나는 될 거 같은 후보에 밀어주는 편인데 이 반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한 아이들 같았다. 반성하게 되는 어른이..

이런 찰나의 장면을 소재로 삼을 수 있구나 한 영화였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나 몇살이지..?)

#2. 재방송

감독: 손석구, 출연: 임성재(수인), 변중희(이모), 오민애(엄마)

현대소설을 영화로 만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다. 큼지막한 사건 대신 소소한 사건이 자리하고 그러면서 성장하고 변화하는 주인공들. 소설 안 읽은지 오래 됐는데 이런 작품을 만나니 반가웠다. 왜 제목이 재방송일까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뭘 재방송한다는 걸까? 그래서 흐름따라 감상했다. 따뜻한 이야기였다. 틱틱거리고 신경질을 내지만 조카인 수인은 이모의 양산을 챙겨주고, 다시 돌아와 요구르트를 두고 간다. 이모는 조카가 챙겨준 양산을 꼭 쥔다. 마음과 달리 밖으로 내뱉는 것은 날카로웠지만, 이내 부드러워진다.

#3. 반디

감독: 최희서, 출연: 최희서(소영), 박소이(반디), 신현수(원석), 조경숙(경숙)

언프레임드 작품 중 가장 따뜻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마음에 두고두고 꺼내보고싶다. 나는 그리 어리지 않았을 때 어른들의 죽음을 마주했었기에 아이들에게 누군가의 빈 자리를 알리거나 알림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들은 경험들이 많았기에 작품에 공감하며 볼 수 있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전하고 싶지 않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말을 하며 전해야 할 지에 대해 어려워한다. 아이들이기에 무작정 뱉을 수도 없는 거고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다 하는 마음에. 하지만 아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어른들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말이다. 반디가 소영의 어깨를 감싸는 장면이 마음에 든다. 아이니까 웃으며 전할 수 있는 위로가 아니였을까.

#4. 블루해피니스

감독: 이제훈, 출연: 정해인(찬영), 이동휘(승민), 탕준상(학생), 표예진(구매자), 김다예(지은)

이동휘 처음 나왔을 때 정해인한테 친구인 척 해서 돈 뜯어내는 사기꾼인 줄 알았다 ㅋㅋㅋㅋ 아무튼 그만큼 수상한 인물인데 그래서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다. 찬영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취준하며 남들 앞서가는 꼴만 보고 있고 그래서 인생의 한탕을 노리고 있는데 당연히 쓸 데 없는 생각이란 걸 잘 알면서도 쉽게 접지 못한다. 각박한 현실은 찬영을 점점 더 옥죄이고, 마지막에 와서는 고민한다. 그러면서 영화가 끝이 나는데 찬영은 무엇을 선택했을까 그리고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됐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디피에 이어 정해인의 정면 얼굴을 보게 되었다. 카메라를 쳐다보는 설정도 좋지만 감정이 뚝뚝 묻어나는 정해인의 얼굴이 없었다면 이만큼이나 기억할 수 있었을까 싶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님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다. 배우로서의 사람도 좋지만 감독으로서의 사람도 참 좋은 배우님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되니 앞으로의 연출 행보도 기대하게 되는 바..아무쪼록 연출도 잘 부탁드립니다(서동요기법)





언프레임드 보기: https://watcha.com/search?q=%EC%96%B8%ED%94%84%EB%A0%88%EC%9E%84%EB%93%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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