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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Dec 30. 2021

밀어낸 날도 입맞춘 날도,<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2021년 87번째 영화

제목: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your name engraved herein)

감독: 류광휘, 출연: 장자한(천하오썬), 버디(청징화)

줄거리: 동성애 혐오가 지속되던 대만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남성을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퀴어 영화를 좋아해서 포스터를 보자마자 봐야겠다 결심했다. 더 보고 싶은 작품들을 먼저 보다보니 연말까지 밀리게 됐다. 아련함 반 시림 반인 영화라 두고두고 생각날 듯하다. 퀴어 영화는 한번에 감정이 오는 것이 아니라 계속계속 생각하면서 감정이 차오른다. 그래서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초반에는 주인공들 따라 혼란했는데 엔딩에 다다르며 평화로워졌다. 내가 좋아하는 장면도 후반부에 나오는, 중년이 된 두 주인공의 재회 장면이다. 

1987년 계엄령이 해제된 대만. 기독교를 믿는 기숙학교를 다니는 두 남학생이 있다. 자한과 버디. 둘은 수영 수업에서 처음 만나는데, 자한은 아이처럼 빙긋 웃는 버디에게 자꾸만 눈길이 간다. 그날 밤, 자한은 친구들과 탈출을 감행한다. 탈출해서 하는 짓은 바로 여자 만나기! 능숙하게 여자를 대하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자한은 이런 상황이 어색하기만 하다. 

다음 날, 자한은 교관에게 맞는 버디를 본다. 어젯밤, 버디는 몰래 외출을 해 야식을 사왔다. (외출할 때,서로 마주쳤다.) 매질이 다 끝난 후, 화장실에 있는 버디에게 멍을 빼라고 계란을 가져다주는 자한이다. 그때, 남학생들 무리가 화장실에 들이 닥치고, 동성애자인 한 학생을 모욕하고 있었다. 계엄령이 해제되었지만 그게 사람들의 생각까지 바꿀 수 있겠는가. 그 시절 대만은 동성애 혐오가 만연했기에 동성애자인 사람이 모욕 받는 것도 당연했다. 화장실에 숨어있던 자한은 나와서 학생들을 말리지만 속수무책이다. 아이들이 쥐어준 방망이로 학생을 내려치려는 순간, 버디가 나와 학생을 데리고 나간다. 


총통이 죽었다. 학교는 총통의 죽음을 애도하러 가는 학생들에게 결석계를 내도 좋다고 한다. 덕분에 둘만의 시간을 만든다. 타이페이에 도착한 둘은 동성결혼 찬성 시위를 하는 한 남학생이 경찰관에게 진압당하는 광경을 본다. 또다시 나서려는 버디를 겨우 말려 발길을 돌린다. 재밌게 놀고, 한 모텔에 묵는 자한과 버디. 자는 버디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놓는 자한. 수상한 눈길로 그들을 지켜보던 모텔 직원은 청소를 이유로 방에 들어와 주의를 준다.

그렇게 일 년이 가고, 새학기가 시작된다. 올해부터는 학교 정책에 따라 여학생도 입학하게 된다. 기독교의 엄격한 계율로 인해 여학교, 남학교가 나뉘고 경계에 철조망을 쳐둔다. 그렇지만 수업은 같이 듣는다. 수업 같이 듣는 것도 못마땅하게 여긴 교관은 갑작스레 들이닥쳐 남녀 따로 자리를 두고 수업을 하라한다. 목사는 거세게 저항하지만, 교관을 꺾기엔 역부족이다. 그때, 한 여학생이 일어나 교관에게 조리있게 대꾸한다. 학생의 이름은 반반. 반반의 뒤를 이어 버디도 일어나 대꾸한다. 인상적인 첫만남을 가진 둘은 사귀게 된다.

자한은 점점 초조해진다. 버디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자신인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둘의 연애로 자한과는 거리를 두게 된다. 한편, 버디가 준비한 특급 이벤트로 반반은 감동을 받지만, 반반은 퇴학, 버디는 징계처분을 받는다. (아니, 저걸 준비한 건 버디인데,,,왜 반반이,,,) 반반이 빠지고,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관계는 급물살을 탄다. 버디가 자꾸만 자한을 밀어낸다. 거기다 자한의 부모님에게까지 찾아가 그동안 있었던(반반과 버디의 이벤트 관련 이야기) 이야기를 전한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자한은 도망치듯 집을 떠나고, 버디는 그런 자한을 따라간다. 넓고 넓은 바다에 도착한 둘은 아무도 없는 모래사장에서 입을 맞춘다. 이후로 둘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된 자한은 연주단 동창회(반반, 자한, 버디가 함께 합주단에서 활동했다.)에 나온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 사람을 찾지만, 오지 않았다. 슬퍼하려던 찰나, 회장이 주는 비상연락망을 받아들고 곧장 버디에게 전화한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사람은 반반이었고, 둘은 이혼했다고 한다. 

옛 생각이 난 자한은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목사를 만나러 학교에 간다. 목사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었고, 그의 무덤 곁에서 그가 해준 첫사랑 이야기를 떠올린다.

혹시나 버디를 만날지도 모를 거라는 기대감에 근처에 며칠 머무는데 어디서 익숙한 남자가 보인다. 바로, 버디. 시간이 흘러 오랜만에 만난 둘은 안부를 주고 받으며 달라진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주인공 다 안타까웠다. 좋아하는데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진심을 꽁꽁 숨겨야 했으니. 그러나 마음은 티가 난다고 둘은 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보다보면 당연하지만, 나한테까지 티가 난다 허헣)

중년 장면이 나올 때 "세상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줄 누가 알았겠어."하는데 대만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허락한 나라라고 한다. 지금 그들이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조금만 늦게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그 시절 너의 마음에 새겨진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또, 나의 마음에 새겨진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작아질수 밖에 없던 시절이기에 둘의 사랑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둘다 연기 참 잘한다. 귀엽고 풋풋하고!!!!! 찾아보니 진호삼, 증경화 배우 다 뜨고 있는 배우라고 한다.클클클 증경화 배우님,,,죄송합니다,,,(급작스런 사과) 작년 <반교>에 나오셨다고,,아니 나 <반교>봤다고,,,이제 기억하겠습니다,,(반성)

두 배우의 연기력도 뛰어나니 궁금하시면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 그리고 주제곡인 <내 마음에 새겨진 이름>을 진호삼 배우가 부르셨다고(코피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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