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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May 08. 2021

남자의 나약한 복수 <녹터널 애니멀스>

2021년 10번째 영화

제목: 녹터널 애니멀스(nocturnal animals)

감독: 톰포드, 출연: 에이미 아담스(수잔), 제이크 질렌할(에드워드), 마이클 섀넌(바비), 애런 존슨(레이)

줄거리: 모든 것을 가졌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수잔’ 어느 날, 소설가를 꿈꾸던 헤어진 연인 ‘에드워드’로부터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제목의 소설을 받는다 그의 이야기 속 슬프고 폭력적인 사연의 주인공이 되어 있는 ‘수잔’은 잊었던 과거의 기억으로 혼란과 충격에 빠지게 되는데... 영원할 것 같았던 이 사랑을 끝낸 건 누구였을까?


개봉했을 때는 제목조차 낯선 영화였는데, 내가 영어를 공부하고 이 제목을 다시보니 녹터널이라는 단어에 호기심이 생겼다. 진짜 밤의 느낌이 난달까. 녹터널. 발음이 특이한 것이 내 마음을 잡아끈다. 으으 글로 녹터널이라는 단어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뭐 아무튼, 나는 이 영화가 스릴러인 줄 알았다. 포스터에 있는 제이크 질렌할이 에이미 아담스를 해치는 영화는 아니겠지 싶었는데 전혀 아니어서 놀랐다(?). 오랜만에 뼈를 부러뜨리고 어디를 해하는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심리 스릴러라 흥미로웠다. 특이한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예술로 부와 사랑까지 거머쥐었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은 수잔. 수면 부족과 남편의 외도로 하루가 다르게 멍해지고 있는데, 전 남편이었던 애드워드가 소설을 썼다며 보내온다. 소설의 제목은 '녹터널 애니멀스(야행성 동물)' 수잔은 평소에 작가가 되고 싶었던 애드워드가 작가가 되어 책을 보내오니 마음이 이상하면서도 기쁘다. 밤에 잠이 오지 않던 수잔은 녹터널 애니멀스의 책을 펼친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수잔, 애드워드, 딸 사만다는 밤늦게 캠핑장으로 향한다. 그러던 중, 인적 드문 도로에서 불량해보이는 사람들의 습격을 받고 시간을 지체한다. 타이어를 바꿔주겠다던 그들은 사만다와 수잔을 데리고 도망간다. 애드워드도 녀석들 중 하나의 차를 타고 가다 외딴 곳에 버려진다. 한 모텔에서 깬 애드워드는 자신의 가족들이 사라졌다며 신고를 한다. 알아보니, 자신의 딸과 아내는 끔찍한 일을 당한 채 시체로 발견된다. 절망한 애드워드는 보안관 바비와 함께 가족을 해하고 자신에게 위협을 가한 그 놈들을 찾아나선다.

수잔은 소설이 너무 잔혹하지만, 마음도 허하겠다 애드워드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애드워드에게 만나자는 메일을 보낸다. 애드워드는 시간과 장소를 정해달라고 답장을 보낸다. 드디어 수잔과 애드워드가 만나기로 한날..! 수잔은 가슴이 한껏 파인 드레스와 빨간 립스틱으로 치장하고 약속 장소로 나간다. 그러나 애드워드는 몇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고, 흔들리는 수잔의 눈빛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의 줄거리에 보면 수잔은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혼란과 충격에 빠진다는데 처음엔 소설의 내용이 수잔과 애드워드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보면서 생각해보니 애드워드는 자신이 얼마만큼의 상처를 받았는지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정도가 지나치고 참혹하긴 하지만, 애드워드의 고통은 극한에 달했음을 표현하고 싶었으리라. 남편과의 생활이 행복하지 않았던 수잔은 잠시 애드워드와의 사랑을 꿈꾸지만 그것 또한 수잔의 꿈에 불과했으리라. 애드워드는 약속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그동안의 복수를 해낸 것이다. 약속에 나오지 않는 게 무슨 복수냐고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원래 유치한 게 가장 짜증나는 것이다. 별 거 아닌 것이라고 하지만 막상 당하면 가장 짜증나는 일이기도 하니까. 나 또한 누군가를 골리고 싶을 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하니까. 그러게, 잘못한 사람이 무슨 사랑을..! 그것도 자기가 차버린 사람에게..! 

뭔가 큰 게 있을 것 같았는데 잔잔히 끝나서 아쉽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한 방이라고 느껴졌을 영화였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녹터널 애니멀스는 수잔을 뜻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수잔은 늘 잠을 자지 못했고, 영화의 배경도 대부분 밤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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