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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an 23. 2022

네가 괴물이어도 괜찮아,<늑대소년>

2022년 2번째 영화

제목: 늑대소년(a werewolf boy)

감독: 조성희, 출연: 박보영(순이), 송중기(철수)

줄거리: 요양 차 가족들과 한적한 마을로 이사 간 소녀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의문의 늑대소년을 발견한다. 야생의 눈빛으로 사람 같지 않은 행동을 보이는 소년에게 왠지 마음이 쓰이는 소녀는 먹을 것을 보고 기다리는 법, 옷 입는 법, 글을 읽고 쓰는 법 등 소년에게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들을 하나씩 가르쳐준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어준 소녀에게 애틋한 감정이 싹트는 소년. 그러던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위기 속에 소년의 숨겨져 있던 위험한 본성이 드러나고, 소년은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리는데……


어제 라디오를 듣다 <늑대소년>이야기가 나왔다. 내일 마침 시험도 끝나겠다 휴식 차 보는 영화를 너로 정했다! 하고 보게 됐다. 어렸을 적 영화관에서 엄마랑 동생이랑 함께 본 영환데, 보기 직전까지 다른 영화로 바꿀까 고민했는데 바꾸지 않은 게 신의 한 수였다.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은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울컥하고 가엾다. 처음 관람을 하고 그 이후에 한 두번 정도 더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총 세 번의 관람에 있어서는 같은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장면이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마지막 장면이 정말 슬프다. 어릴 적엔 아무 감정 없었는데 지금 보니 그 오랜 시간을 홀로 보냈을 철수 생각에 마음이 아리다. 우연찮은 계기로 다시 보니, 반갑다. 나중에 잊을 때즈음, 또 봐야지.

폐병이 있어 맑은 공기를 쐬어야 했던 순이는 요양을 하러 가족들과 시골로 내려온다. 수선스러운 사람들과 갑자기 바뀐 환경에 화가 나 있던 순이. 이사 온 당일 날 밤, 밖에서 나는 기척에 소스라치게 놀라 동생을 깨우지만 동생은 순이를 짐짝 취급한다. 다음날, 집 옆 구석에서 슬금슬금 기어나오는 한 소년을 발견한다. 어딘가 모자라보이고 꼬질한 그 소년은 밤마다 늑대 소리도 낸다. 음식도 맨손으로 집어 막 먹는다. 

그런 철수를 처음에는 성가셔했던 순이지만, 자신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며 철수가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철수에게 천천히 마음을 여는 순이. 순이는 철수에게 훈련을 시키기로 한다. 뭐든지 막 하는 우리 철수에게 필요한 것은 기다림이라는 것을 안 건지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철수에게 무작정 감자를 보인다. "철수 기다려!" 며칠의 노력 끝에 완벽히 순이의 훈련에 적응한 철수는 이제 맛난 음식을 앞에 두고 기다릴 줄도 안다. 그럴 때마다 순이는 철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구 잘했다~"는 의미로.

하지만 이런 행복에는 늘 장애물이 있다. 바로 지태! 지태는 돌아가신 순이 아빠와 동업자였고 순이가 이사올 집을 사준 사람이기도 하다. 이러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순이와의 결혼을 위해서! 그러나 순이는 싸가지가 바가지인 남자와의 결혼을 원치 않는다. 지태는 원만할 것 같았던 순이와의 결혼 앞에 철수라는 장애물이 나타난 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일단 이놈부터 내쫓아야겠다 생각한 지태는 갖은 수를 써서 철수를 순이 앞에서 사라지게 하려한다. 그러나 착한 철수는 모든 마을 사람들의 믿음을 얻은 아이라 나쁜 지태의 말을 누구도 듣지 않는다. 화가 난 지태는 철수를 몰아세울만한 거리를 만들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태와 지태 패거리가 철수의 심기를 건든다. 그때, 잠재워져 있던 철수의 늑대의 본능이 깨어나고, 사람들을 공격한다. 그것을 보고 놀란 지태는 철수를 가두고, 생물학 교수를 찾아가 자기가 잘 아는 연구대상이 있는데 연구하고 위험하면 죽여버리라고 한다. 

하지만, 당연히도 철수는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러나 남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도 밝혀진다. 이런 존재가 세상에 밝혀지면 떠들썩해질 게 뻔하니 박사와 군인들은 쉬쉬하려한다. 지태는 자신에게 불리하게 일이 처리되려고 하자 막무가내로 정전을 내고 철수가 갇힌 방으로 찾아가 순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길로 바깥으로 나가버린 철수를 사람들은 찾으러 다닌다. 결국, 이웃집에 있던 철수를 찾아내고, 이상행동을 보인 철수를 지태가 사살하려한다. 홧김에 총을 맞아 화가 난 철수는 늑대의 모습을 한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겁에 질린다. 순이만은 지키고 싶었던 철수는 순이를 안고 산 속으로 숨어든다. 다음 날 아침, 순이와 철수는 다시 만난다. 순이는 철수에게 멀리 도망가라고, 지금 가면 죽는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철수는 순이를 따라가려한다. 욕을 하고 때려도 보지만, 철수는 따라간다. 그러나 이내 순이는 돌을 던지고 철수를 매정하게 밀어낸다. 슬피 울던 둘은 그렇게 헤어진다.


오랜만에 보니 이 영화의 모든 것이 동화 같다. 빛도, 배경도, 인물들도, 이야기도.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인데도 나는 슬프다. 순이와 철수의 마음이 느껴져서. 둘의 시간들이 얼마나 길고 상처투성이였는지 알기 때문에. 순이가 '나는 네가 괴물이여도 괜찮아'라는 대사를 하는데 찐사랑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기다려"라는 말이 이렇게 슬프게 쓰일 수 있다니. 아 정말! 둘이 다시 만나게 해주세요! 철수야, 그만 기다려, 기다리지마.를 외치고 싶은 장면들이 참 많았던, 늑대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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