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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Feb 17. 2022

나를 알고, 다른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일,<대니쉬 걸>

2022년 11번째 영화

제목: 대니쉬 걸(the danish girl)

감독: 톰 후퍼, 출연: 에디 레드메인(에이나르 베게너, 릴리 엘베), 알리시아 비칸데르(게르다 베게너), 엠버 허드(울라 폴슨)

줄거리: 1926년 덴마크 코펜하겐. 풍경화 화가로서 명성을 떨치던 에이나르 베게너(에디 레드메인)와 야심 찬 초상화 화가인 아내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이자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파트너이다. 어느 날, 게르다의 아름다운 발레리나 모델 울라(엠버 허드)가 자리를 비우게 되자 게르다는 에이나르에게 대역을 부탁한다. 드레스를 입고 캔버스 앞에 선 에이나르는 이제까지 한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날 이후, 영원할 것 같던 두 사람의 사랑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고, 그는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개봉 당시 보고 싶었으나 청소년이라 보지 못했던 슬픈 기억이 있다. 성인이 되어 잊고 살다,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빠른 시일 내에 보고싶어 얼른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깊고 복잡한 작품이었다.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던 것은 사실이나, 이것만은 확실히 알겠다. 두 인물이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베게너 부부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잉꼬 부부이다. 남편은 풍경을, 아내는 인물을 주로 그리는데 남편에 비해 아내의 명성은 자자하지 않다. 인물화를 선호하는 곳도 많지 않다. 하루는 자신의 모델이 되어주던 무용가 울라가 자리를 비우고, 그를 대신해 남편인 에이나가 모델을 맡는다. 스타킹을 신고, 드레스를 대어보는 아이나의 표정은 묘하다. 이후에 아이나는 게르다를 돕기 위해 자주 그의 그림 모델이 된다. 게르다의 그림 속 아이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렇게 그린 그림들은 여러 원칙을 깨고 성황리에 인기를 얻는다. 게르다의 그림을 받아주는 곳도 생긴다. 예상치 못한 인기를 얻은 게르다는 아이나에게 아예 다른 인물이 되는 것은 어떤지 제안한다. 그날부터, 게르다의 모델을 하는 아이다의 얼굴은 하얗고, 입술은 빨개진다. 붉은 끼가 도는 가발을 쓰고 화려한 무늬의 드레스도 입는다. 그런 일이 많아질수록, 아이나의 마음에서 자꾸만 누군가가 눈을 뜬다. 그리고 그녀가 되고 싶어진다.

게르다의 그림 모델을 할 때만 여자 분장을 했던 아이나인데, 게르다의 제안으로 여자 분장을 하고 외출을 하게 된다. 쑥스러워하다가도 곧잘 자세를 고쳐 앉고 웃음을 띄운다. 그런 아이나가 마음에 들었는지, 한 남자가 다가와 아이나와 키스를 한다. 그 광경을 게르다가 보게 되고, 게르나는 큰 충격에 빠진다. 

아이나는 이제 자신을 릴리라 한다. 게르다에게 당신이 아는 아이나는 없다고 한다. 혼란에 빠진 게르다는 아이나의 문제를 해결하려 상담을 받아보고,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남편을 이해하지 못한다. '정신병'이라는 단어로 자신의 남편을 단정짓는 그들을 보며, 속이 더욱 까맣게 탈 뿐이다. 고심 끝에 게르다는 릴리를 천천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렇게 고비를 넘기는 줄 알았는데, 더 큰 고비가 찾아온다. 정말로 여자가 되기로 결심한 릴리가 성전환 수술을 받겠다고 한 것. 총 두 번의 수술을 하게 되는데 1차는 성기를 떼는 수술, 2차는 질을 다는 수술이었다. 단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수술이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게르다는 많은 생각이 드는데, 릴리는 자신의 유일한 빛이라며 수술을 꼭 받겠다고 한다. 처음엔 반대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결정이니 받아들이기로 한 게르다. 1차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나 더 위험한 2차 수술이 남았었다. 안타깝게도 2차 수술을 받은 릴리는 몸이 많이 약해져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돼 죽고 만다.

릴리가 죽은 후, 게르다는 아이나의 절친 한스와 함께 아이나가 자주 그리던 풍경의 실제 장소를 찾아온다. 너풀거리다 못해 풀려버린 스카프는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한스에게 잡지 말라며 소리치는 게르다는 자유롭게 날아가는 스카프를 기쁘게 바라본다.


성과 관련된 소재는 민감하고 자극적이게 다가올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고려하면 이 영화는 굉장히 담백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어떤 인물의 마음도 빼놓지 않고 적어 넣은 좋은 작품이었다. 배우들은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잘 연기해주었고. 예상한 것보다 복잡했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을 <대니쉬 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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