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상(好喪)에 대하여, <죽여주는 여자>

2021년 18번째 영화

by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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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여주는 여자(the baccus lady)

감독: 이재용, 출연: 윤여정(소영), 전무송(재우), 윤계상(도훈)

줄거리: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65세의 ‘박카스 할머니’ 소영. 노인들 사이에서는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로 입 소문을 얻으며 박카스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트랜스젠더인 집주인 티나, 장애를 가진 가난한 성인 피규어 작가 도훈, 성병 치료 차 들른 병원에서 만나 무작정 데려온 코피노 소년 민호 등 이웃들과 함께 힘들지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한 때 자신의 단골 고객이자, 뇌졸중으로 쓰러진 송노인으로부터 자신을 죽여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고 죄책감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다 그를 진짜 '죽여주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의 부탁이 이어지고, 소영은 더 깊은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개봉했을 때, 제목이 너무 내 취향이라 보고 싶었던 영화다. 그런데 막상 보니 내용이 말도 안되게 우울하고 슬프다. 노년에 대해, 죽을 때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건만. 이 영화는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해준다. 대비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건 대비와 준비하고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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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은 탑골공원에서 일명 '박카스 할머니'로 일을 하고 있다. 박카스를 주며 데이트를 제안하고, 데이트를 수락하면 관계를 갖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찰 단속, 다른 박카스 할머니들의 견제에도 꿋꿋이 자신의 일을 해내는 소영이다. 어느 날, 소영은 산부인과에 갔다 필리핀 여자의 난동을 보게 되고, 건물 1층에서 마주친 아이가 그 여자의 아이임을 알게된다. 위험한 상황에 빠진 아이를 데리고 가 셋방 식구들과 정성스레 기른다. 셋방 식구들을 잠깐 소개하자면 트랜스젠더 티나와 다리가 불편한 도훈이다. 각자의 상처가 있는 그들이지만 옹기종기 모여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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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장사를 망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단골이었던 재우를 만나게 된다. 소영은 재우에게 자신에게 잘해주던 송 노인의 안부에 대해 묻는다. 한 때 말쑥했던 송 노인은 이제 풍에 걸려 아무것도 혼자서는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하던 소영은 송 노인의 병문안을 간다. 송 노인은 이렇게 살아있는 것도 창피하다며 제발 자신을 죽여달라고 한다. 한참 고민에 빠진 소영은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고, 농약을 먹여 그를 죽인다. 며칠 후, 다시 재우를 만난 소영은 송 노인의 사망 소식을 말하는 재우에게 자신이 송 노인을 죽였다고 고백한다. 재우는 자초지종을 묻고, 며칠이 흐르고 둘은 알고 지내던 독거 노인을 찾아간다. 그 독거 노인 또한 자신이 왜 사는 지도 모르고, 그저 죽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재우는 그 노인 또한 죽여달라고 부탁하고, 소영은 망설이다 산 정상에서 그를 밀어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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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초조한 날을 보내고 있던 소영에게 재우는 데이트를 제안한다. 맛있는 밥을 먹고, 좋은 호텔에 갔는데 재우가 뜻밖의 부탁을 한다. 자신이 죽을 때, 옆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재우는 소영이 보는 앞에서 갖가지 약을 술과 함께 먹는다. 다음 날 아침, 재우는 죽어 있고, 소영은 호텔을 빠져나온다. 소영에게 편지와 돈을 남긴 재우. 소영은 그 돈으로 셋방 식구들과 꿈 같은 하루를 보낸다. 마지막 일정으로 티나의 무대를 감상하던 중, 소영은 경찰에 잡혀간다. 교도소 생활을 하던 중, 소영은 사망하고 가족이 없던 소영은 무연고 시신으로 남게 된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포스터에서 느와르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런데 줄거리를 보니 느와르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가 그 당시에는 나에게 와닿을 것 같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영화를 보기 직전까지도 같은 생각이었다. 아직 젊은 나이고, 노년의 삶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서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마음이 아렸다. 젊은 나이라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죽을 수 있는 것이 생명이 붙어있는 것들이고, 그 중 하나가 인간이니까.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부모님도, 친척들도 점차 노년기에 접어들고 있다. 나 또한 나이를 먹고 있고 말이다. 소영이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 될 때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연고가 없다는 말이 이렇게 아픈 말인줄 몰랐다. 그런데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건 소영 옆에 많은 시신들이 모두 무연고 시신이었다는 점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외롭게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하니 말문이 막혀버렸다. 태어날 때는 함께하지만, 죽을 때는 혼자인 게 당연한 거 같으면서도 아이러니했다. 정말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있을 것 같은 마음에 다시 또 생각이 많아진다. 방금 전, 무연고 시신에 대한 기사와 노인의 삶에 대한 기사들을 읽었다. 얼마나 쓸쓸하실까. 마음이 자꾸 메마른다. 잘 죽는 것이란 무엇일까? 호상이 말은 쉽지, 정말 어려운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리고 윤여정 배우님 사랑합니다♥오래 연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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