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고 <아무도 모른다>

2021년 36번째 영화

by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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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무도 모른다(nobody knows)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야기라 유야(아키라), 키타우라 아유(교코), 키무라 히에이(시게루), 시미즈 모모코(유키), 칸 하나에(사키)

줄거리: 크리스마스 전에는 돌아오겠다는 메모와 약간의 돈을 남긴 채 어디론가 떠나버린 엄마 열두 살의 장남 아키라, 둘째 교코, 셋째 시게루, 그리고 막내인 유키까지 네 명의 아이들은 엄마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키라는 동생들을 돌보며 헤어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도 엄마는 나타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가 빨리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네 명의 아이들은 감당하기 벅찬 시간들을 서로에게 의지하며 함께 보내기 시작하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너무너무 보고싶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호평이 자자하고, 해외는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이렇게 미루고 미루다 봤는데 가슴 한 켠이 답답해져온다. 나는 그저 지켜보는 것밖에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이 들고 가슴에 무언가 울컥울컥 차올랐다. 그리고 나는 더 많은 그의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아, 그리고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

https://ko.wikipedia.org/wiki/%EC%8A%A4%EA%B0%80%EB%AA%A8_%EC%95%84%EB%8F%99_%EB%B0%A9%EC%B9%98_%EC%82%AC%EA%B1%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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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파트에 엄마와 아들이 이사를 온다. 아들의 이름은 아키라. 엄마는 남편이 외국에 나가 있어 집에는 자신과 아들뿐이라고 하지만 가방에서 어딘가에서 아키라의 동생들이 나타난다. 전에 살던 집에서 시끄럽다는 이유로 쫓겨났기 때문에 아이들이 많은 것을 집주인이 싫어할 거라는 것을 알고 아이들을 집 주인 몰래 집으로 들여온 것이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밖에 나가지 말라, 시끄럽게 하지 말라는 말을 신신당부한다. 그렇게 엄마와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것도 잠시, 엄마는 집을 비우게 된다. 네 남매는 저희들끼리 남겨지지만, 나름대로 잘 지낸다. 몇 달이 지나 엄마가 돌아온다..가 아니고 엄마가 잠시 집에 들른다. 엄마는 아키라에게 늦어도 크리스마스 전에 꼭 돌아올 거라고 말하고 떠난다. 하지만, 엄마는 크리스마스가 지나도, 새해가 다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다. 정말로 이제 저희들끼리 남게 된 남매들이다.

아키라는 생활비 충당을 위해 아빠들을 찾아간다. 아빠들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남매들의 아빠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빠들을 찾아가 생활비를 충당하지만, 그것도 잠깐 뿐이고 돈은 곧 모자르게 된다.


학교에 나가지 않아 친구가 없던 아이들은 혼자서 노는 방법을 터득한다. 아키라는 밖에 나갔다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먹을 것도 사주고, 장소 제공도 해주지만, 친구들은 곧 아키라와 아키라의 집을 비웃으며 떠나게 된다. 아이들에게 상처 받은 아키라는 우연히 역에서 왕따 당하는 중학생 사키를 만나게 되고, 사키는 남매들과 절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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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키라와 사키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고, 사키는 더이상 아키라의 집에 오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남매의 집은 전기와 수도가 모두 끊기며 생활이 더 어려워진다. 밥도 살 돈이 없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도움을 받아 겨우 끼니를 때운다. 집은 이렇게 어려운데 엄마는 오지도 않을 사람이고, 동생들은 커 가지, 마음은 복잡하지..아키라는 현실이 지긋지긋하기만 하다.

하루는 아키라가 학교 앞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날이었다. 야구부 코치의 부탁으로 학교에서 하는 야구 시합에 참가하게 된다. 그렇게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던 첫 날, 불행도 함께 찾아온다. 의자에서 떨어진 유키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차갑고 기분 나쁜 유키의 느낌은 아키라를 사키에게 이끌었다. 사키의 도움으로 유키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 캐리어에 잔뜩 담고, 그 캐리어에 유키를 담아 유키에게 보여주겠다던 비행기를 보여주러 간다. 밤새 유키에게 비행기를 보여주고 새벽 즈음, 유키를 묻어준다. 묻고 돌아오는 길, 아키라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아키라와 교코, 시게루,사키는 함께 다닌다. 함께 공원에서 물을 뜨고, 음식을 함께 구하러 다닌다. 옷깃이 흔들리는 아키라의 얼굴로 따사로운 햇빛이 떨어지며 영화는 끝이 난다.


몇 주 전, 방구석 1열에서 이 작품을 접했다. 티비로 접할 때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이렇게 전편을 끊김없이 보니 감흥이고 뭐고 울고 싶어졌다. 아이들은 아이다울 때가 가장 어울리는 법인데 일찍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말을 하기도 힘들었다. 내가 이들의 상황을 감히 받아들일 수나 있을까, 아키라나 교코, 남매의 일원이 아닌 이상 그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자꾸만 들어서. 조심스러웠다.

끝까지 담담해서 슬프게 느껴졌다. 공원에서 물을 뜨면서 눈치를 보는 아이, 친구를 사귀기 위해 모든 걸 다 내줬지만 결국엔 친구가 떠나버린 아이, 죽은 동생에게 비행기를 보여주는 아이. 이 영화는 어디에도 아이들의 눈물이 없었다. 그저 담담히 물을 뜨고, 친구를 보내고, 비행기를 보여줄 뿐이다. 아키라와 사키가 유키를 묻어주고 돌아오는 모노레일에서 울지 않는데, 나는 이 장면에서 눈물이 날 뻔 했다. 죽음이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먼 이야기라 어쩌면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울지 않는구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어떤 사람이 굉장한 충격을 받으면 놀라지도 못하는 것처럼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아무튼 그 장면 아무렇지 않아서 슬펐다, 정말.

다시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아이들. 아키라의 얼굴 위로 떨어지는 햇발처럼 남매와 사키에게도 햇발이 들었으면 좋겠다. 밖에 제대로 나가보지도 못한 아이들에게 이 햇발 한 다발은 정말 소중한 것이겠지.

제발 행복해지게 해주세요. 아직도 이런 일이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아 슬프다. 언제쯤 모든 아이들이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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