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종 May 16. 2021

뒤죽박죽 <버닝>

2021년 19번째 영화

제목: 버닝(burning)

감독: 이창동, 출연: 유아인(종수), 스티븐 연(벤), 전종서(해미)

줄거리: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는 배달을 갔다가 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서 아프리카 여행을 간 동안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를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여행에서 돌아온 해미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벤(스티븐 연)이라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종수에게 소개한다. 어느 날 벤은 해미와 함께 종수의 집으로 찾아와 자신의 비밀스러운 취미에 대해 고백한다. 그때부터 종수는 무서운 예감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개봉 때 제목만 봤을 땐 그다지 보고 싶은 생각이 샘솟던 영화는 아니었다. 그러나, 배우진들이 하나같이 내가 다 좋아하는 얼굴들이었다. 전종서 배우는 이 작품에서 처음 본 배우인데도 불구하고 독특한 페이스가 나를 이끌었다. 날카로우면서도 바보같은 느낌도 나고 말이다. 거기다 유아인, 스티븐 연까지. 기대하고 볼 수 밖에 없는 조합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던 종수는 길거리에서 동창 해미를 만난다. 그 날 해미와 술을 먹게 된 종수는 해미가 팬터마임을 배운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면서 해미는 자기가 원하는 때에 언제든 귤을 먹을 수 있다는 이상한 말을 한다. '여기 귤이 있다고 믿는 게 아니라 귤이 없다는 걸 잊어버리는 거야'라는 말도 덧붙인다. 해미는 자신이 아프리카로 곧 여행을 떠나니 그 때까지만 자신의 고양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종수는 해미의 집에 가지만 고양이는 없다.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해미. 해미는 벤이라는 남자와 함께 왔다. 종수, 해미와 벤은 비슷한 나이대지만 형편이 다르다. 종수와 해미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생활을 하는데 벤은 외제차에 좋은 집에, 북적이는 사람들까지 갖추고 있다. 종수는 자신과 다른 벤을 떨떠름해한다. 하루는 벤과 해미가 참석하는 모임에 종수가 참석하게 된다. 그 모임에서 해미는 자신이 아프리카에서 본 리틀 헝거, 그레이트 헝거의 춤에 대해 설명한다. 내친김에 춤까지 추게 되는데, 종수는 하품을 하고 있는 벤과 눈이 마주친다.

셋은 종수의 집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게 된다. 종수가 소설을 쓰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벤은 종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 '저의 취미는 비닐하우스 태우기에요. 두 달에 한 번 정도.' 조만간 종수 가까이에 있는 비닐하우스도 태운다고 한다. 그러나, 종수 집 근처에는 불에 탄 비닐하우스가 한 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해미의 연락도 끊긴다. 벤에게 무언가 있다고 생각해 벤을 미행하는 종수, 벤에게 해미에 대해 물어보지만 벤도 해미의 소식을 모른다고 한다. 종수는 벤을 미행하던 중, 벤과 만나 예전에 해미와 참석했던 모임에 참석하게 된다. 벤의 여자친구는 중국 여행담을 훌훌 풀어놓고, 벤은 하품을 하고, 그런 벤과 종수는 눈을 또 마주친다. 똑같은 상황이 일어나자, 종수는 벤이 해미를 죽였을 거라 직감하고, 벤을 외딴 시골에서 죽여버린다.


나에게는 너무 소설 같은 이야기였다. 원작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기도 하고, 극 속 종수가 작가지망생이었으니까. 세 인물의 관계도 묘하고, 하는 말들도 이상한 것이 소설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겠다. 영화도 진짜 하루키 소설의 느낌과도 비슷했고. 그러면서도 흥미로웠던 건 하루키 소설의 느낌을 다 가지면서도 나름대로의 메세지가 보였다는 것이다. 가난한 청춘과 풍족한 젊은이 말이다. 위에서 말했듯, 벤과 종수는 비슷한 나이또래이지만 형편이 다르다. 벤이 외제차를 몰고 좋은 음식을 해줄 때마다, 종수는 떨떠름하게 동시에 부러워하는 눈빛을 보낸다. 둘의 차이를 가장 잘 나타냈던 장면은 맨 꼭대기 헬스클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벤과 길가(맨 밑)에서 맨 꼭대기를 올려다보는 종수의 장면이다. 벤은 안 보일 정도로 작게 보이지만, 종수는 그를 찾으려 애쓴다. 그리고 부러워하며 자신의 신세를 한심스러워한다. 그래서 나는 종수가 벤을 죽인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해미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 쌓은 열등감과 자존심 때문인지. 그를 따라 비닐하우스를 태우려다 그만 둔 종수는 참 으스러지기 쉬운 존재라고 느꼈는데, 칼을 든 모습을 보고 뵈는 게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도 했다.


버닝 원작: 헛간을 태우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170102&cid=41773&categoryId=50387


작가의 이전글 내가 잡으면 운명인거야 <경우의 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