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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Aug 03. 2022

따분함에 알딸딸함을 끼얹으면,<어나더라운드>

2022년 48번째 영화

제목: 어나더라운드(another round)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 출연: 매즈 미켈슨(마르틴), 토머스 보라센(톰뮈), 라르스 란데(페테르), 망누스 밀랑(니콜라이)

줄거리: 각각 역사, 체육, 음악, 심리학을 가르치는 같은 고등학교 교사 니콜라이, 마르틴, 페테르, 톰뮈는 의욕 없는 학생들을 상대하며 열정마저 사라지고 매일이 우울하기만 하다. 니콜라이의 40번째 생일 축하 자리에서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흥미로운 가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마르틴이 실험에 들어간다. 인기 없던 수업에 웃음이 넘치고 가족들과의 관계에도 활기가 생긴 마르틴의 후일담에 친구들 모두 동참하면서 두 가지 조건을 정한다. [언제나 최소 0.05%의 혈중 알코올 농도 유지할 것! 밤 8시 이후엔 술에 손대지 않을 것!] 지루한 교사, 매력 없는 남편, 따분한 아빠, 최적의 직업적, 사회적 성과를 위해 점차 알코올 농도를 올리며 실험은 계속되는데… 과연 술은 인간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 수 있을지, 도전의 결말은?!


훗 매즈 미켈슨은 내가 놓칠 수 없지. 줄거리도 흥미로웠는데 매즈까지 나온다니 이건 꼭 봐야한다 싶었으나 주변에 상영관이 없던 관계로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내가 술을 마시지 않아서인지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재밌게 봤다. 취중진담, 각성효과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그런가..

니콜라이, 마르틴, 페테르, 톰뮈는 한 학교에 선생님으로 있다. 애들은 수업을 안 듣지, 나이를 먹으니 의욕도 점점 떨어지지 어떻게 해야 수업을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흥미로운 가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인간에게 부족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만 유지하면 활발해진다." 그 가설은 진짜일까? 밑져야 본전이니 네 친구들은 곧바로 실험에 돌입한다. 대신 그 실험엔 두 가지 규칙이 있다. 1. 주말엔 음주를 하지 말 것, 2. 밤 8시 이후엔 술을 마시지 말 것. 이 두 규칙을 지켜가며 실험을 해내기로 한다. 

마르틴은 기계로 수치를 재가며 0.05%의 알코올을 마신다. 술을 마시니 왠지 달라진 느낌이 든다. 적어도 피곤하지는 않았다. 그 다음 날에도, 다음 날에도 마르틴은 술을 마시고 수업에 참여한다. 전보다 자신감이 생긴 마르틴은 재밌게 수업을 가르치고 아이들도 그를 따르기 시작한다. 다른 친구들은 어떨까? 심리학을 가르치는 니콜라이도 자신감이 붙어 점점 더 수업에 활기를 더해간다. 음악과 체육을 가르치는 다른 두 친구도 마찬가지였고. 가족이 있던 마르틴은 가족들과의 관계에서도 잃었던 활기를 되찾아간다. 오랜만에 가족 여행을 가고, 그곳에서 아내와 뜨거운 밤을 보내기도 한다. 갑자기 달라진 그의 모습이 낯설기만 한 아내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5%가 사람을 활발하게 만든다는 것은 확인이 되었으니 다음 실험을 진행해볼까? 다음 실험은 사람의 몸에 알코올이 최대로 들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는지를 실험하기로 한다. 마르틴은 빠지겠다고 했지만 친구들이 너무 맛있게 마시는 바람에 훅하고 알코올로 빨려든다. 그렇게 술고래가 되어 마신 그들은 마트로 향한다. 마트에서 그들은 진상짓이라는 진상짓은 다한다. 병을 깨고, 넘어지고...니콜라이는 술을 진탕마신 탓에 침대에 실수를 한다. 한술 더 떠 마르틴은 밖에서 잔다. 마르틴을 발견한 아들이 마르틴을 집으로 데리고 들어오고, 아내는 변해버린 마르틴에게 묻는다. 왜 이러는 거냐고. 마르틴은 할 말 못할 말 다 뱉으며 아내에게 상처를 준다. 또 다시 혼자가 된 마르틴.

다음 날, 학교 교무회의 시간이 발칵 뒤집힌다. 학교 선생님 중 한 명 이상의 인원이 술을 몰래 마신다는 소식이 들어온 것이다. 처음엔 무시했지만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어 말했다고. 그 말이 끝나는 순간 그게 마치 나라는 것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술에 취한 톰뮈가 들어온다. 비틀거리던 톰뮈는 회의 시간에 민폐만 끼친다. 실험에 거듭 참여하던 톰뮈는 더이상 술을 끊을 수 없게 되었다.


한편 졸업식 날, 모두가 즐거워하던 한 때, 마르틴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톰뮈가 술을 마시고 배를 끌고 나갔다 죽었다는 소식. 마르틴을 비롯한 세 친구들은 그의 장례식으로 향한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었기에 숙연해진 그들이다. 마지막으로 톰뮈를 위해 잔을 드는 그들. 그때 마르틴에게 문자 한 통이 온다. "나도 당신이 그리워." 마르틴의 아내에게서 온 문자이다. 며칠 전, 마르틴은 아내에게 재결합을 요청했었으나 거절당했다. 자기가 잘못한 것을 알았기에 물러난 것이었는데, 이렇게 재결합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의 기분을 알기라도 하듯, 졸업생 행렬이 그들이 있는 가게 앞을 지나간다. 슬픔을 뒤로 한 채, 맘껏 뛰노는 세 친구. 마르틴은 누구보다 신나게 춤을 추고, 술을 들이킨다.


영화를 보며 느낀 것은 뭐든 적당해야한다는 것이다. 어떤 것도 한계점 이상을 넘어버리면 파국에 다다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교무회의에서까지 비틀비틀한 톰뮈를 보고 아,,이 영화는 술(다른 것도 해당할 수 있겠지만)의 위험성을 보여주려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예의를 지켜야할 곳에서마저 저러고 있으니. 술처럼 쌉싸름한 중년 남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거 같기도 했다. 무미건조하고 별 일 없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알코올을 들이켰고, 달라졌고. 사실 내가 술을 마시지 않아서 저들의 상태를 모르겠는데 술을 마시면 정말 창의적이게 되고 활발해질까? 영화에서도 가설일 뿐인 이야기라고 나오는데, 음 그렇다면 플라시보 효과 그런 건가? 적정량의 술은 활발하게 한다를 자각하고 있었으므로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만으로 창의력이 올라가는 거 같고 내가 달라지는 거 같고 그런 건가? 술의 힘을 빌림으로써 그들의 잠재력을 더욱 발산할 수 있게 된 것인가? 원래 능력이 좋았던 인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술은 우리에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이다. 우리와 늘 함께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는 스마트폰처럼 알코올도 그런 존재가 된 게 아닐까. 영원히 함께하려면 조절해야하는 수밖에.

그나저나 난 술 마시는 인간도 아닌데 영화를 보면서 술을 마시고 싶어졌다 ㅋㅋㅋㅋㅋ 이 영화 뭐야! 훠이훠이 알코올 저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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