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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Aug 07. 2022

정말 버나뎃은 어디로 갔을까?<어디갔어 버나뎃>

2022년 51번째 영화

제목: 어디갔어, 버나뎃(where'd you go, Bernadette)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케이트 블란쳇(버나뎃), 빌리 크루덥(엘지), 엠마 넬슨(비), 크리스틴 위그(아우드레이), 주디 그리어

줄거리: 최연소 ‘맥아더상’을 수상한 천재 건축가였으나 현재는 사회성 제로 문제적 이웃이 되어버린 ‘버나뎃’.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 남편 ‘엘진’, 사사건건 간섭하며 동네를 주름잡는 옆집 이웃 ‘오드리’,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남편에게 일러바치는 비서 ‘수린’까지 조용히 살고 싶은 ‘버나뎃’의 소망과는 다르게 주변은 매일 소란스러워지고 그녀의 까칠함은 폭발한다. 온라인 비서 ‘만줄라’와 함께 친구 같은 딸 ‘비’의 소원인 가족 여행을 준비하던 어느 날, ‘버나뎃’은 자신이 국제 범죄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갑작스런 FBI 조사가 시작되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데...


중요한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라 개봉 때 영화를 보지 못했다. 넷플에 올라온 건 알고 있었으나 나의 귀찮음으로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서야 봤다. 내용을 거의 모르고 봤대도 무방한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좋은 영화였다. 따뜻하고, 이런 이상적인 가족이 어딨을까 싶고. 버나뎃의 가족들을 응원하게 된다.

버나뎃은 시애틀의 한 마을에 살고 있다. 딸 비와 그의 남편 엘지와 함께. 그는 행복해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LA에 살 적 자신이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망해버리면서 본업인 건축에서 손을 뗐다. 그 이후, 버나뎃은 불면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는 도서관에 갔다 자신의 팬이라는 사람과 우연히 만난다. 건축 수업 때 당신의 영상을 봤다며 자신을 향한 찬사를 보내는데도 부담스러울 뿐인 버나뎃. 

버나뎃은 매사에 불만이다. 그중 가장 불만인 것은 이웃 사는 아우드레이. 아우드레이를 '각다귀'라고 부르며 피한다. 아우드레이도 그런 버나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둘의 사이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확 나빠진다. 매일 딸의 하교 시간에 맞춰 비를 데리러가는 버나뎃. 아우드레이는 그때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별로 초대하고 싶지는 않지만 버나뎃에게도 파티 얘기를 건네려 한다. 급하게 뛰어오던 아우드레이를 무시하고 집으로 향하는 버나뎃. 차가 갑자기 출발하는 바람에 넘어진 아우드레이는 발목이 부러진다. 

이 일 전에도 사실 일 하나가 있었다. 버나뎃 집 앞 어지러진 블랙베리 덩굴을 아우드레이가 정리하려고 했던 것. 버나뎃은 원래 있던 것을 정리하고 싶지 않았으나 싸움을 만드는 것이 싫어 아우드레이가 하자는 대로 했다. 마침내 파티 날, 지반을 단단하게 잡아주던 덩굴은 제거 되었고, 비는 엄청 오고 있고, 약해진 지반은 그대로 무너져내려 아우드레이의 집안으로 토사가 쏟아져들어온다. 덤으로, 버나뎃이 만든 아우드레이 증오 푯말까지 말이다. 푯말을 보고 제대로 화가 난 아우드레이는 버나뎃에게 가 따진다. 버나뎃의 든든한 지원군인 비는 아우드레이에게 쐐기를 박는다.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 아들이 비와 같은 반이라 아는 사이..!)

자꾸만 사고치는 버나뎃을 두고 볼 수 없는 엘지는 버나뎃 몰래 전문가들을 불러 도움을 청한다.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경찰..? 버나뎃은 자신이 바쁜 일이 있을 때마다 비서로 보이는 '만줄라'라는 사람에게 연락을 했는데 이 사람은 러시아 범죄 조직에서 정보 도용을 도맡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모르는 버나뎃은 자신의 생활이나 가족들의 개인정보를 알렸고, 그걸 토대로 만줄라의 무리가 버나뎃을 향해 오고 있었다. 충격을 먹은 버나뎃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화장실로 향한다.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버나뎃. 문을 쾅 발로 차고 들어가보니 화장실 창문만 활짝 열려 있다. 집을 탈출한 버나뎃은 웬수 아우드레이의 집으로 가 자신을 도와달라고 한다. 비에 홀딱 젖은 버나뎃이 안쓰러워보였는지 누가 버나뎃을 찾으러 왔어도 버나뎃의 소식을 전하지 않는다.


다음날, 지나가던 비에게 살짝 버나뎃의 소식을 전하는 아우드레이. "어제 버나뎃이 북극으로 떠난다길래 내가 공항에 데려다줬어." 비는 곧장 엘지에게 달려가 엄마를 찾으러 가자고 한다. 버나뎃은 이미 북극으로 가는 배에 타 있었다. 비는 엘지에게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엄마를 볼 수 있을 거라 한다. 그렇게 둘은 버나뎃을 찾으러 북극으로 향한다. 타이밍이 맞지 않은 탓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지만, 가족은 가족인가 만나게 된다. 북극에서 가슴 뛰는 창작을 하는 하고 있던 버나뎃. 비와 엘지는 버나뎃을 위해 함께 북극점으로 가기로 결정내리며 영화는 끝이 난다.


솔직히 말하면 사알짝 현실성이 떨어지긴 하는데,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니 이해하고 봤다. 전체적인 설정은 비현실적인데 버나뎃을 비롯한 다른 인물들의 태도가 현실적으로 느껴졌다.(버나뎃이 떠나기 전까지)

버나뎃을 알아준 건 비도 엘지도 아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아우드레이였지 이 점이 마음 아팠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쉽게 표현하지 못해 알기 어려운데 거리가 있는 사람들에겐 다 털어놓을 수 있고, 털어놓지 않더라도 쉽게 안다. 버나뎃의 눈빛으로, 말투로. 멀리 있는 사람들이 버나뎃의 상태를 먼저 알아채는 것이 슬펐다. 그래, 역시 버나뎃은 창작을 해야하는데 결혼해 한 곳에 정착하니 환멸이 날 수밖에! 북극으로 떠난 게 극단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멀리 떠나고 싶던 거겠지. 딸과 남편이 버나뎃에게 호의적이라 다행이다. 가족이어도 윽박지르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런 속담이 있다. "한 아이를 기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 어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다.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니까. 어른에게도 한 마을이, 적어도 나를 보여줄 수 있는 한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주변 어른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내 모습도 떠오른다. 하고싶은 것, 해야하는 것. 있는 지 없는 지도 모르겠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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