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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Aug 30. 2022

스러져도 다시 일어난 그해 여름,<신의 손>

2022년 65번째 영화

제목: 신의 손(The hand of god)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출연: 필리포 스코티(파비에토 시사), 토니 세르빌로(사베리오 시사), 테레사 사포난젤로(마리아 시사), 루이자 라니에리(파트리치아)

줄거리: 1980년대 이탈리아, 축구의 전설 마라도나가 SSC 나폴리단으로 이적할 것이라는 소식에 도시는 예수 강림이라도 기다리는 듯 술렁댄다.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파비에토는 평범한 집안의 둘째로, 내성적이고 감수성이 예민한 소년인 동시에 또래들처럼 축구광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날 거짓말처럼 찾아온 비극적 사건은 파비에토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그는 남들보다 조금 먼저 가혹한 성년식을 치루게 된다. 소년 파비에토의 운명과 가족, 스포츠와 영화, 사랑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


이 작품이 나온다는 이야길 들었을 때부터 보고 싶었다. 왜냐면 포스터 속 소년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오늘에서야 이 소년이 하고픈 말들을 듣게 되었다. 아주 양이 많고 개인적인 이야기 말이다.

이탈리아는 마라도나가 나폴리로 이적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뜨겁다. 뜨거움에 뛰어든 건 파비에토도 마찬가지였다. 뜨거움 위로 서로 다른 뜨거움이 쌓이기 시작한다. 

파비에토의 이모 파트리치아는 아이를 가지지 못해 미쳐버린 사람이다. 그날 밤도 아이를 가지게 해주겠다는 남자의 말에 그를 따라갔었다. 어린 수도승을 만난 그는 이제 임신이 가능할 것이라 굳게 믿는다. 그 이야길 남편에게 하는데 남편은 또 그 짓을 했냐며 불같이 화를 낸다. 그의 가방엔 돈이 들어있었고, 돈이 들어있었다는 건 몸을 팔았다는 얘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트리치아는 언니인 파비에토의 엄마에게 전화했고 파비에토의 엄마, 아빠, 파비에토는 스쿠터를 가고 이모의 집으로 간다. 집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서로의 얼굴에서 이미 피를 보았었다. 파비에토는 옷이 찢긴 파트리치아를 본다. 이모의 몸을 본다. 호기심이 생긴다.


여름이 되어 가족여행을 가는 파비에토의 가족. 이번 여행은 친척들도 모두 모이는 여행이었다. 왜냐면 마리넬라가 남자친구를 데려오기로 했기 때문. 가족들은 망원경으로 멀리 보며, 잡담을 하며 두 사람을 기다린다. 

"어! 저기 와요!" 마침내 보이는 두 사람. 남자는 다리를 전다. 가까이서보니 장치를 이용해 말을 한다. 몸이 불편한 그를 보며 가족들은 하나같이 비웃는다. 간단한 소개를 마치고 다같이 수영을 가는 가족들. 신나게 수영을 하고 배에 올라서는데 저건 무엇? 파트리치아는 알몸으로 배에 누워있다. 파비에토는 수건을 갖다주며 파트리치아를 바라본다. 그에게 빠질 것처럼 말이다.

파비에토에게 펄펄 끓는 뜨거움은 다른 곳에 있었다. 부모님의 죽음이었다. 파비에토의 부모님은 며칠 전부터 싸웠다. 아버지의 바람 때문. 복잡한 관계라 헤어질 수 없다는 말만 남겼다. 파비에토의 엄마는 그런 남편을 두고 볼 수 없어 내쫓았다. (며칠 후 부를 거라 했다.) 새로운 집까지 마련했건만 그 집에 들어가기 순탄치 않았다. 결국엔 그 집에 들어가게 됐지만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잔 탓에 부부는 이산화탄소에 질식해 죽고 말았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어 시체를 보지 않는 편이 더 낫다는 의사. 조용하던 파비에토의 마음은 분노로 바뀌고 의자를 던지며 시체를 보여달라고 한다. 하지만 보지 못했다. 장례식 날, 많은 친척들이 파비에토 형제를 위로했다. "파트리치아 이모는 어딨어요?"라고 이모부에게 묻는 파비에토. 이모는 그 후로 상태가 더욱 나빠져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장례식이 모두 끝나고, 이모를 보러 병원에 찾아간다. 전보다 얼굴이 편안해보이는 파트리치아. 나중에 파트리치아를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하는 파비에토다.


파비에토의 꿈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환상을 말하고 싶고 상상을 표현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가진 파비에토를 뒤흔들어 버린 사건이 하나 있다. 파비에토는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관객 하나가 일어나 여주인공의 연기를 비판하는 것이다. 충격을 받은 배우는 무대를 빠져나간다. 배우만큼 충격에 빠진 파비에토는 관객을 따라 공연장을 빠져나간다. "공연장에서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지 몰랐어요!" 파비에토가 따라나간 사람은 영화 감독이었고 그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영화감독은 로마로 떠나겠다는 파비에토에게 거친 말을 내뱉는다."거긴 멍청이들만 가는 곳이야! 이 도시를 봐. 얼마나 할 이야기가 많니?"

그의 말을 들은 파비에토는 더욱 확신이 서 로마로 떠난다. 


가장 개인적인 이 영화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닿기 어려울 수 있지만 재미가 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 고민은 영화로 탈바꿈했고 탈바꿈이 나에게 통했다. 잔잔하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파올로 소렌티노의 삶도 마냥 평화롭지도 불행하지도 않았구나. 이런 점에선 모든 사람이 같다. 어떤 사건을 겪었느냐가 다를 뿐. 파올로 소렌티노의 소년시절을 볼 수 있어 즐거웠다. 그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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