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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Aug 25. 2022

씁쓸한 환상동화,<하울의 움직이는 성>

2022년 60번째 영화

제목: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바이쇼 치에코(소피), 기무라 타쿠야(하울)

줄거리: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마녀의 저주로 인해 할머니가 된 소녀 '소피' 절망 속에서 길을 걷다가 거대한 마법의 성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과 마법사 하울의 계약을 깨주면 저주를 풀어주겠다는 불꽃악마 캘시퍼의 제안을 받고 청소부가 되어 ‘움직이는 성’에 머물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은 덕에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지브리 영화를 즐기지도 않고 판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그런데 이 영화는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셨기에 궁금해 보게 되었다.

여기에 '소피'라는 소녀가 있다. 소피는 모자 가게에서 모자를 만들고 수선하며 지내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만 한 가족의 장녀이기에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것이다. 갑자기 가게 점원들이 '하울'의 집이 보인다고 한다. 하울을 본 사람은 없고, 그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특히, '하울은 여자의 심장을 파먹어'라는 소문은 누구든지 다 알고 있다. 그날 저녁, 다른 사람들보다 가게에서 늦게 나온 소피는 빵집을 찾아가다 자신에게 집적대는 군인들을 만난다. 소피의 따끔한 경고에도 떠나지 않던 둘은 한 남자의 등장으로 저 멀~~~리로 걸어가게 된다. 소피에게 어깨동무를 한 남자는 자신은 지금 쫓기고 있다고 한다. 이 골목 저 골목을 다니다 남자는 솟아오른다. 발을 구르라는 남자의 말에 소피는 발을 구르고 난생처음 공중을 난다. 남자는 소피를 빵집에 내려주고 도망가듯 날아간다. 

빵집에서 일하는 동생을 만나고 가게로 돌아온 소피는 허락도 없이 가게로 들어온 괴상망측한 생명체를 만난다. 살도 다 늘어지고, 눈도 크고..이 사람은 뭐지? 정신이 없는데 자신에게 예의없게 말하는 생명체를 더이상 보고싶지 않아 당장 나가라고 한다. 알고보니 그 사람은 황야의 마녀였고, 마녀는 소피에게 마법을 건다. 다음날, 소피는 눈이 깊게 패이고 허리가 굽은 할머니로 변해있다. 

소피는 어젯밤 황야의 마녀에게 들은 말("이 마법을 푸는 방법은 하울만 알아")을 떠올리며 하울을 만나러 마법사의 계곡으로 향한다. 바람이 많이 불어 거동이 불편한 소피는 지팡이로 쓸 마땅한 나뭇가지를 찾는다. 그러다 쓰러진 나뭇가지 하나를 뽑는데 이게 뭔..! 허수아비가 우뚝 솟아있는 것이 아닌가. 이 요상한 허수아비는 소피를 졸졸 따라온다. 그렇게 둘은 하울의 성으로 함께 가게된다. 성에 들어가니 '마르클'이라는 아이와 말하는 불 '캘시퍼'가 있다. 소피는 캘시퍼에게 자신에게 걸린 저주를 풀어달라고 한다. 캘시퍼는 자신에게 걸린 저주도 좀 풀어달라고 한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돕기로 거래(?)한다. 그때, 하울이 집으로 들어온다. 소피는 자기 자신을 가정부라고 설명한다.      

하울의 집에는 신기한 기능이 하나 더 있었다. 문 옆 룰렛을 돌리면 색에 맞춰 바깥 풍경이 변한다. 주황색, 초록색..그러나 하울만이 갈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검은색의 공간. 하울은 매일 그곳에서 돌아오는데, 상처투성이에 누더기 차림이다. 저 검은색이 이끄는 곳은 어딜까. 어떤 곳이길래 하울은 어지러운 상태로 돌아오는 걸까. 한편, 소피는 국왕이 초대한 자리에 하울 대신 나갔다 황야의 마녀를 만난다. 하지만 그것은 하울의 스승인 설리먼의 함정이었다. 계단을 오르면서 황야의 마녀는 아름다운 겉모습을 잃어버린다. 아무리 악당이라도 그렇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 설리먼에게 따져묻는 소피. 소피의 겉모습은 할머니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 마법은 마냥 할머니로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감이 떨어질 때 할머니의 모습으로, 자기 주장을 펼치며 당당한 모습을 보일 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마법이다. 뭐 아무튼 그렇게 소피와 황야의 마녀는 한 팀이 된다.

하울은 오늘도 검은색의 공간에서 돌아온다. 검은색의 공간은 '전쟁터'이다. 일본은 본국의 전함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의 전함도 들어와 싸우고 있었다. 민가는 파괴되고 많은 사람들은 피난을 갔다. 전쟁에 참여하는 모두가 똑같다 생각하는 하울은 매일 그곳으로 가 전쟁에 참여하는 이들과 싸우고 있었다. 소피는 불바다가 된 바깥을 바라보며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생각에 이사를 가자고 한다. 혼란스런 와중에 황야의 마녀는 캘시퍼를, 정확히 말하면 캘시퍼의 심장을 보고 갑자기 미쳐버린다. 황야의 마녀를 말리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 캘시퍼를 끄는 소피. 그러자 성이 무너진다. 캘시퍼는 성을 조종하는 중심자라 꺼져버리면 모든 게 흐트러져 버린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자책하는 소피. 그때 자신의 눈물이 닿아 빛나는 반지가 이끄는 곳으로 향한다. 그곳엔 하울의 어린시절이 있었다. 반지의 힘이 다하면서 현실로 빠져나오는 소피는 "미래에서 기다릴게"라는 말을 남긴다. 현실로 돌아와 다시 만난 하울에게 캘시퍼를 다시 집어넣어준다. 캘시퍼가 사라지며 거의 남지 않았던 판자의 균형도 무너진다. 그때 허수아비가 도와 가까스로 판자를 멈춘다. 고맙다는 의미로 소피가 허수아비에게 키스를 하는데 그순간 마법이 풀리며 사람으로 변한다. 허수아비는 '카브'라는 이름의 이웃나라 왕자이다. 왕자는 전쟁이 끝나면 소피를 찾아오겠다 말한다. 여기서, 설리먼이 붙인 '힌'이라는 개도 있는데, 힌은 소피 일행을 방해하기는 커녕 설리먼에게 '해피 엔드'를 전한다. 그것을 본 설리먼은 어리석은 전쟁을 끝내야겠다고 말한다.


판타지를 선호하지 않아 마음에 딱 드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런데 상상력은 또 인정하는 영화다. 전시상황에 상상력이 더 빛을 발하는 듯하다. 밝은 게 아니라 비극을 더 부각시켜주는 것 말이다. 인물들도 그렇고 이 영화를 만든 분들도 그렇고 꿈을 잃지 않은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꿈을 짓밟는 전쟁에 반대하고. 메세지가 뚜렷한, '전쟁을 반대하는'만화는 처음 보는 듯하다. (봤더라도 하울과는 느낌이 매우 다른)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그 상상력 뒤에 전쟁 반대의 목소리를 담은 이 영화, 한번 쯤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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