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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Mar 04. 2023

너 가는 길, 時代처럼 밝아오리라고<동주>

2023년 18번째 영화

제목: 동주(dong ju: the portrait of a poet)

감독: 이준익, 출연: 강하늘(윤동주), 박정민(송몽규), 김인우(고등형사)

줄거리이름도, 언어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 동주와 몽규. 시인을 꿈꾸는 청년 동주에게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청년 몽규는 가장 가까운 벗이면서도, 넘기 힘든 산처럼 느껴진다.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혼란스러운 나라를 떠나 일본 유학 길에 오른 두 사람. 일본으로 건너간 뒤 몽규는 더욱 독립 운동에 매진하게 되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을 아파하던 동주와의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어둠의 시대, 평생을 함께 한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아흑 오랜만에 인생영화 감상했다. 인생영화는 아껴두었다 감상하곤 하는데 요번엔 꼭 봐야하는 일이 있어 풀어두었다. 몇 년만에 보는데도 어색하지 않아, 그냥 행복하기만 한 감상이었다. 역시, <동주>야:)

7년 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가 현재와 똑같아서 1차 놀람, 다시 봐도 좋아지기만 해서 2차 놀람, 인생영화가 바뀌지 않을 거라서 3차 놀람. 여러모로 놀람의 연속이었다. 이 영화를 이룬 모든 것이 좋아서 어디부터 칭찬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입만 아프다. '좋다'는 말로 영화를 향한 애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억울하다. 나 더 좋은 말 쓰고 싶은데, 더욱 사랑이 느껴지는 말로 쓰고 싶은데 말이지. 우선, 윤동주의 생애를 알고 있었으므로 이 영화는 해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럼에도 영화 곳곳에 묻은 희망을 발견하면 기뻤다. 강처중과 이여진을 만나 시를 쓰고, 쿠미를 만나 시집을 내고, 때때로는 별을 세고. 시대를 자꾸만 잊었다. 정신을 잡은 계기는 여진과 쿠미가 가상인물이라는 사실을 상기했기 때문...ㅋ그럼에도 인물들을 등장시킨 것은 사랑이 필요한 시대였기 때문이 아닐까.


크레딧은 봐도 봐도 좋다. 이런 시대가 아니었더라면 인물들이 크레딧에서처럼 그네를 타고 물 튀기기 장난을 치고, 알콩달콩 사랑 싸움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유일하게 컬러인 크레딧은 비로소 숨을 쉬는 것만 같다. 다채롭다. 활기차다. 좋은 감정이 들수록 씁쓸함이 커져간다. 이건 모두 시대 탓이다.

크레딧과 함께 매번 칭찬하는 것은 시 내레이션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당히 차가운 목소리로 시를 외는 하늘 배우. 알맞게 녹아든다. 듣는 내내 힐링이다. 가빠왔던 마음이 편안해진다.


몇 번을 봐도 칭찬할 영화. 인생영화에서 물러나지 않을 영화. 나는 이 영화를 아끼고 또 아낄 것이다. 영원히 시를 쓰게 된 청년처럼 나도 영원히 이 영화를 사랑해야지 쓰고 또 써야지 다짐하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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