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7번째 영화
감독: 코고나다, 출연: 콜린 파렐(제이크), 조디 터너 스미스(카이라), 저스틴 h.민(양), 헤일리 루 리처드슨(에이다), 말레아 엠마 찬드로위자야(미카)
줄거리: 함께 살던 안드로이드 인간 ‘양’이 어느 날 작동을 멈추자 제이크 가족은 그를 수리할 방법을 찾는다. 그러던 중, ‘양’에게서 특별한 메모리 뱅크를 발견하고 그의 기억을 탐험하기 시작하는데… 무엇을 남기고 싶었어, 양?
개봉 당시에는 관심이 가지 않다 트위터에 넘치는 덕심 리뷰를 보고 확 보고 싶어졌었다. 볼 기회는 많았는데 날짜 가까이 가서 번번이 놓쳤다. 그러다 드디어! 시간이 났고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다. 기대한 만큼 마음에 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재생 버튼 클릭:)
제이크, 카이라, 미카 그리고 양은 가족이다. 양이 그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로봇이라는 점이다. 양은 중국인 자녀의 형제자매 대용으로 만들어졌다. 그들의 집에 입양된 미카를 위해 제이크와 카이라가 마련해준 선물이다. 그들은 월례 4인 가족 댄스 대회에 함께 출전하고 같이 밥을 먹는다. 중국인인 미카는 가족의 '뿌리'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그런 미카를 이해시킨 건 양이었다. 양은 한 나무의 가지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연결되어있는 것을 보여주면서 한 나무, 잘려진 나무 그리고 다른 모든 나무들이 너에게 중요한 존재라고 말해준다. (어쩜...) 행복한 나날들이 계속되던 것도 잠시, 양은 고장이 난다. 보증 기간이 남긴 했지만 이걸 꼭 고쳐야 하나 싶기도 하고...양 '오빠'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은 미카 뿐이다. 그와의 추억이 많은 미카는 요지부동이다. 학교에도 안 가겠다고 한다. 결국 하루는 양을 고치는 데에 따라간다. 첫번째로 찾아간 곳은 중앙 장치를 건드는 것은 불법이라며 양을 고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진단비 250달러 요구함..^^) 이웃이 추천한 곳은 다른 것을 파는 지 오래고, 다행히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고쳐주겠다 말한다. 그렇지만 그곳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고, 정말 마지막으로 '테크노'를 연구하는 박물관에 찾아간다. 여자는 세번째로 찾아간 곳에서 스파이웨어가 아닌 양의 '메모리 카드'를 뺀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연구에 정말 도움이 될 거라며 박물관에 양을 기증할 것을 부탁한다.
우선은 메모리 카드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 제이크. 특수 안경을 쓰고 양의 메모리를 보기 시작한다. 넓디 넓은 별천지 같은 양의 머릿속. 기억들을 찬찬히 살피는데 한 여자가 보인다. 곳곳에서 자주 보이는 것을 보니 많이 아꼈던 사람 같은데..? 수소문 끝에 기억 속 여자 '에이다'를 찾아낸다. 그는 제이크가 극도로 싫어하는 복제인간이다. 에이다는 양의 첫번째 주인이었던 집의 간병인이었다. 에이다는 사고로 요절 후 복제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양이 기억하는 '진짜'에이다는 다른 사람이라는 말인데 기억에 남아있던 그에게 양은 또 다시 이끌렸다. (복제 인간이면 유전자 배열이 같을 테니) 기억의 베타, 감마를 압축하고 알파의 압축을 푸는 제이크. 양의 수많은 기억들은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꽃잎이 떨어지는 장면, 미카가 장난을 치는 장면, 가족 사진을 찍을 적..."아빠, 눈물이 날 정도로 재미가 없어요?"라고 물어오는 미카. 며칠 후, 미카를 데리고 양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에이다와 제이크. 제이크는 양을 박물관에 맡겨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미카에게 전한다. 미카는 양이 자신에게 들려준 노래를 양이 아닌 제이크 곁에서 흥얼거리며 양을 보내준다.
하 이 미친...이 영화를 내가 이제 보다니...가득한 초록과 갈빛, 기억에 관한 영화였다니...거기다 올해 초 인상적으로 본 <릴리슈슈의 모든 것>을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여러 슬픈 포인트가 내 감성을 톡톡 뭉그리고 지나갔다. 내가 생각하는 로봇은 딱딱하고 차갑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이런 영화를 볼수록 생각해온 것들이 깨어진다. 지배의 존재가 아닌 공존의 존재로 생각해야 할 로봇. 인간 친화적인 로봇과 살 미래를 상상해본다. 그러나 이 영화는 공존 이상의 이야기를 건넨다. 기억으로 감정을 가지고 일상의 순간들과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는 양. (영화 속에서 로봇은 다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는 환상 같은 건 버려요..라는 대사가 나와서 인간과 같다고 못 쓰는 나..) 어쩌면 일상을 지겨워하는 인간들보다 더 나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일상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미카가 궁금해하던 '뿌리' 이야기를 해줬을 때는 진짜 놀랐다. 나중에 에이다의 입에서 '아시아인의 기준이 무엇일까'부터 생각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눈물 줄줄이었다. 어디서부터 생각한 거야...당신은...그를 내가 가진 언어로 말하기는 어렵겠다. 양은 양이다.
최근 본 <바이센테니얼 맨>과 <소울>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여운이 엄청나다. 주기적으로 '열심히 살라'고 찾아와주는 작품들 덕에 나는 운동화 끈을 동여맨다. 오늘은 <애프터양>이 따뜻하게 말해주었네.
+)화면비 바뀌는 것도 신기했다. 현실에서는 가로로 넓은 화면, 양의 메모리 속의 기억들에선 꽉 찬 화면.. 왜 그렇게 표현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기계라서 무조건 확장! 이런 건가 ㅋㅋㅋㅋㅋㅋㅋ ((모자라서 이런 생각만 해요)) 인물들 인종이 다른 것도 좋았어요. 겉모습이 모두 다른 것도요. 왠지는 모르겠는데 개성을 드러낸 화면들이 마음에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