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3번째 영화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출연: 로빈 윌리엄스(앤드류 마틴)
줄거리: 2005년 뉴저지. 리처드는 가족을 깜짝 놀라게 해줄 선물로 가전제품을 구입한다. 설거지, 청소, 요리, 정원손질 등 모든 집안 일을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첨단 가전제품. 게다가 아이들과 함께 놀아줄 장난감으로도 쓰일 수 있는 기적 같은 가전제품은 바로 가사로봇. 값비싼 선물을 받은 가족들의 표정은 놀라움 반, 낯설음 반. 로봇 앤드류(NDR-114의 애칭)는 리처드를 주인님으로, 자아도취에 빠진 그의 아내를 마님으로 부르며 공손하고 부지런한 가사 로봇의 소임을 다한다. 그러나 기계답지 않은 이상한 질문들을 던져 때론 가족들을 곤란하게, 또 때론 요절복통하게 만드는 등 점차 그의 요상스런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문제의 발단은 조립과정 중의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됐다. 리처드에게 배달될 로봇 NDR-114를 만들던 엔지니어가 샌드위치를 먹다가 마요네즈 한 방울을 로봇의 복잡한 회로 위에다 떨어뜨린 것이다. 이로 인해 로봇의 신경계에 엄청난 사건이 생겨났다. 바로 로봇에게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지능과 호기심을 지니게 된 것! 어느 날 앤드류가 만든 나무 조각상을 보고 로봇의 인간적 재능을 발견한 리처드는 그를 마치 친아들처럼 여기게 된다. 그리고 로봇 제조회사에서 그를 불량품으로 간주, 연구용으로 분해하기 위해 리처드에게 끊임없이 반환을 요구하지만 오히려 앤드류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계좌를 만들어 앤드류가 작품을 팔아 얻는 수익을 적립할 수 있게 해준다. 시간이 흘러, 어린 소녀에서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한 작은 아가씨. 그런데 점차 인간의 감정을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한 앤드류의 강철 심장에도 수줍은 설레임이 찾아온다. 그러나 미처 깨닫기도 전에 작은 아가씨는 훌쩍 결혼을 해버리고, 아버지처럼 아껴주던 리처드가 숨을 거둔 후 앤드류는 자신을 이해해줄 자신과 같은 불량로봇을 찾아 기나긴 여행에 오른다. 수십 년 후, 천신만고의 모험 끝에 집으로 돌아오지만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버린 작은 아가씨. 그러나 그녀를 쏙 빼다박은 듯한 손녀 포샤를 만나자마자 그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인간이 되고 싶은 간절한 소망으로 수술실에 눕는 앤드류. 인공피부를 입히고.
잉 다시 보니 줄거리가 쓰다만 건 줄 알았네 ㅋㅋㅋ 지난 겨울, 여름이의 입에서 구불구불 나온 영화. 일명 '앞서가는'(이때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싶은 영화, 그때 꼬집었던 현실이 아직까지도 이어져 온다던가.. 현재 리스트엔 트루먼쇼, 그녀, 썸머워즈가 있다. 바이센테니얼 맨도 추가합니다~) 영화를 나는 좋아하는데 왜냐하면 다른 영화들을 볼 때와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배우는 느낌, 생각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바이센테니얼 맨...이백 년을 사는 남자도 있나 포스터를 보니 로봇 이야기하는 건가 싶어 얼른 재생해보았다.
2005년, 리처드는 집안일 로봇 하나를 구매한다. 다들 가지고 있는데 우리만 없을 순 없다며. 이 로봇의 애칭은 앤드류. 앤드류는 리처드 가족 한 명 한 명에게 깍듯이 인사하며 어떤 부탁이든지 들어준다. "봉사는 저의 기쁨이죠"라고 답하며 말이다. 새로 들인 존재가 못마땅한 큰딸은 그가 만들어준 요리도 맛 없다며 남기고 창문을 열어 그를 뛰어내리게 한다. (사람으로 치면 자살 강요...ㅎ) 그 광경을 본 리처드는 딸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준다. 사람은 아니지만 우리집 재산이다, 앤드류를 함부로 대하면 벌을 주겠다고 말이다.
하루는 앤드류와 가족들은 바닷가로 놀러간다. 작은 아가씨는 예쁜 크리스탈 말 조각상을 리처드에게 맡기는데 손이 미끄러져 놓치게 된다. 산산조각난 조각상은 되돌릴 수 없었다. 작은 아가씨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던 앤드류는 열심히 책을 보고 연구를 해 목각 말 조각상을 만들어준다. 이것마저 창작한 것이 아니라며 무시 당하지만. 이후 앤드류와 작은 아가씨는 가까워진다. 둘은 서로의 장난감을 갖고 놀기도, 함께 피아노 연주를 하기도 한다. 시간은 흘러 작은 아가씨는 어엿한 성인이 된다. 작은 아가씨는 앤드류를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낼 수 없어 떠보지만, 로봇인 앤드류가 뭘 알겠어.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축하한다는 말을 남긴다. 어, 어째 이상하다, 축하를 하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마음이 찌릿하다. 결혼식 안내를 맡은 앤드류는 버진 로드 끝에 서서 작은 아가씨가 걸어오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생각과 감정이 생긴 앤드류는 자신과 같은 종족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선다. 약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찾아 다니지만, 인간에 맞게 즉 로봇의 생각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쉽사리 동족을 찾지 못한다. 마지막에 다다른 곳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시장. 여기는 몇 달 전 마지막 남은 NDR 로봇이 보내졌다고 한다. 그 로봇을 따라 가니 번즈씨의 사무실이 나왔고, 번즈씨에게 자신이 그동안 연구했던 것들을 보여준다. 자신이 만든 것 이상으로 엄청나다는 번즈씨. 앤드류는 자신도 생명체가 되기 위해 겉모습과 장기들에 변화를 준다. 사람꼴을 하고 작은 아가씨의 집에 찾아간 앤드류. 피아노에 앉아있던 한 여자가 그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는 작은 아가씨가 아니고 작은 아가씨의 손녀 포샤였다. 그런데 왜 이리 닮은 거지? 앤드류는 예전 자신이 좋아했던 작은 아가씨를 쏙 빼닮은 포샤에게 사랑의 감정이 생긴다. 그러나 말 빼고는 표현할 길이 없다. 처음에 이 사람은 뭐냐고 앤드류를 업신여기던 포샤는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에게 점점 빠져든다. 그러나 로봇하고의 사랑을 세상이 허락해줄 수 없을 터. 포샤 자신까지도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하는 수 없지. 앤드류는 자신이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당당히 법관들에게 인간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한다. 법관은 영원한 로봇은 있어도 영원한 인간은 있을 수 없다며 기각한다. 그렇다면 내가 죽어야 하는 거지? 앤드류는 인간의 혈액을 투여해 완전한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다. 다시 한 번 법정에 들어섰을 때, 앤드류는 노화가 시작됐었다. 논란이 될 수 있기에 논의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다는 법관들. 잠시 후, 법관들은 앤드류와 포샤의 결혼과 함께 앤드류가 인간임을 인정한다. 앤드류는 그 말을 채 듣기도 전에 먼 여행을 떠났지만. 옆에 누운 포샤도 생명유지장치의 전원을 끄며 앤드류와의 여행에 함께 나선다.
제목이 바이센테니얼 맨..단순히 오래 사는 남자니까 비유적인 표현으로 쓴 줄 알았는데 아 앤드류가 정말 이백 년을 살았구나! 네..^^ <a.i.>와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가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무한한 존재들의 슬픔은 유한한 존재들이 몰고 온다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나는 걸 계속해서 겪어야 하는 건 얼마나 아픈 것일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유한한 존재인 나도 유한한 존재들과 이별을 하면 말을 먹을 정도로 아픈데 말이다. 피노키오는 길을 떠났지만, ai와 앤드류는 마침내 사람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죽어서 된 것이지만 말이다. 로봇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사람의 가장 큰 조건은 생각을 한다는 것인데 로봇도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창의성이라기보다는 수집한 데이터에 의지하지만 말이다. 근 미래에 로봇도 감정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올까. 사람이 말하는 사랑이 아니어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직 쉽게 대답할 수 없다. 사람이 되고 싶은 돼지 <에리타>가 떠오른다. 환경운동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니 혼란스러워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과연 나라도 다를까. 생각할 거리들이 많다. 오늘 밤엔 다양한 생각들을 하다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