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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Aug 02. 2023

<더스틴 호프만의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

2023년 64번째 영화

제목: 더스틴 호프만의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

감독: 폴커 슐뢴도르프, 출연: 존 말코비치(비프), 케이트 리드(린다), 더스틴 호프만(윌리), 스티븐 랭(해피)

줄거리일평생 외판원으로 늙으며 고생해 온 윌리(Willy Loman: 더스틴 호프만 분)는 이제 환갑이 되었지만 기댈 곳이라곤 비좁은 아파트에서 고생해온 아내 린다(Linda Loman: 케이트 레이드 분)와 두 아들, 비프(Biff Loman: 존 말코비치 분)와 해피(Happy: 스티븐 랭 분) 뿐이다. 가출한 큰아들 비프에 대한 죄책감과 가장으로서의 권위 의식 사이에 허물 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현실을 윌리는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한편 해피는 전형적인 자기본위의 생활 방식을 추구하는 젊은이로서 부친의 기대 밖에서 자유스럽게 독립하여 생활해 나간다. 사회의 낙오자가 되어버린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고, 기대밖의 건달로 전락해 버린 큰 아들 및 자기 멋대로인 작은 아들로 인해 윌리는 현실을 도피하려 하는데....


오늘도 여름이가 추천한 영화! 주변 사람들의 추천작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여름이가 아니었으면 영영 모르지 않았을까 싶다. (고마워 여름아) 줄거리를 들었을 적에 흥미로웠기에 얼른 재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줄거리 소개를 위해 네컷의 사진을 준비하나 현실과 환상이 뒤섞여 있는 탓에 설명이 어려워 줄거리 소개는 패스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두컷을 지우지 않은 것은 그대로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이 작품은 한 번 보시는 것이 낫다. 아니 한 번 이상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헷갈리는 것도 헷갈리는 건데 현실을 잘게 꼬집는 것이 여간 한 두 번 하신 솜씨가 아니다. 

영화가 시작했을 때 딱 든 생각은 "어, 이거 연극인가?"였다. 영화를 다 보고 검색해보니 아서 밀러라는 작가의 극본이 원작이 되는 영화였다. 극본이니 연극도 당연히 있다. 대사나 톤, 배경이 바뀌는 것이 연극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수 없다. 


윌리는 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왜냐면 인자하다가도 화를 내고 화를 내다가도 차분해졌기 때문이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몰라 정신이 아찔했는데 윌리는 정신병을 가진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현실이 아니라 영광의 그때에 살기 때문이다. 현실이 써 달디 단 과거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못한다. (과거가 너무 아파 발버둥치는 나와는 다르다.) 경제가 좋지 않아 봉급이 확 낮아진 윌리는 하워드를 찾아가 봉급을 올려달라고 아니 쥐똥만큼이라도 받을테니 고용해달라 매달리지만 물 건너 간다. 그런 그의 유일한 희망은 알래스카로 떠난 벤이다. 돈을 아주 많이 번 자신의 형이다. 초반에 벤은 윌리에게 희망적인 말을 하지만 끝에 가서는 자식들이 너를 멍청이로 생각할 것이라며 혀를 끌끌 찬다. 윌리는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절규하지만, 앞에 놓인 현실은 캄캄하기만 하다.


신경쇠약 실업자인 윌리, 남편의 말에 복종하는 린다, 비전과 미래 없이 도벽만 있는 큰 아들 비프, 호텔 일을 하지만 복수랍시고 남자 있는 여자를 만나는 막내 아들 해피. 고등학생 때 읽은 <소년은 울지 않는다>가 떠올랐다. 내가 아는 가장 숨막히고 답답한 집안이었는데 이 집도 만만치 않네 ㅎ 세상이 혼란할수록 인간은 본성을 잃고 무너진다. 씁쓸하다. 본성을 잃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미친 세상이란...나 마저 무너진 곳에서 살아 가기란 쉽지 않다. 그 사이에 자본주의라는 녀석은 꽤 끈덕지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말이다. 자본주의를 악이라 말하지만 마냥 악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변모하며 이 세상을 굴리기에. (아닌가. 살아남기 위해 시대에 발맞추고 있는 것인가)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늘 나오고, 그것은 매번 먹힌다. 먹힐 수밖에 없다. 


십 년이 넘게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놓는 문제가 채 해결되기도 전에(일어나버린 이상 해결할 수 없다.) 취업전선에 나서야 하는 나. 나는 나를 꼭 붙잡고 이끌어야 하는데 가끔 나를 잃을까 걱정이다. 그럼에도 나는 노력해야지. 좋은 계절에만 살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며 살아가야지. 그렇지만 미친 세상을 살아가려면 미치지 않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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