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종 Aug 04. 2023

초원을 달리는 말처럼<무스탕-랄리의 여름>

2023년 65번째 영화

제목: 무스탕-랄리의 여름(mustang)

감독: 데니즈 겜즈 에르구벤, 출연: 구네스 센 소이(랄리), 도가 제이넵 도구슬루(누르), 툭바 선구로글루(셀마), 일라이다 아크도간(소냐), 에릿 이스캔(에체), 에롤 에프신(오스만)

줄거리터키의 한 외딴 마을에서 평화롭고 자유분방하게 살아가고 있는 아름다운 다섯 자매. 달콤한 첫사랑 진행 중인 첫째 소냐, 둘째 특유의 우직하고 묵묵한 성격을 지닌 셀마, 소녀 감성 넘치는 에체, 착하고 순종적인 누르, 다혈질이지만 정 많고 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랄리까지, 나이는 제각각이지만 친구처럼 편하고 서로의 우애는 가득하다. 하지만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바닷가에서의 남자아이들과 함께 물장난한 것이 구설에 오르게 되고 그 이후 외출 금지 및 홈스쿨, 그리고 갑작스러운 맞선이 시작된다. 천국 같았던 집은 감옥이 되고, 갑작스러운 결혼으로 자매들이 생이별하게 되는 위기가 찾아오지만, 집안 어른들 몰래 빠져나가 함께 관람하는 축구 경기의 짜릿함, 첫째 소냐의 뜨거운 첫사랑, 그리고 랄리의 자유를 향한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랄리와 소녀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될 가장 아름답고 뜨거운 여름이 시작된다.


줄거리를 보고 이 영화는 무조건 내 취향이겠거니 했다. 다섯명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자매고, '결혼'..엄마는 늙어 외롭게 될 내가 걱정이란다. '자매'와 '결혼', 이 두 키워드는 나를 꽉 붙잡았다.

소냐, 셀마, 에체, 누르, 랄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우애 깊은 자매들이다. 하루는 학교가 끝나고 남자아이들과 바다에서 신~나게 논다. 며칠 후 그 사실을 안 남자 쪽 엄마가 여자애들이 함부로 몸을 굴렸다며(여기서부터 몇 줄 쓰지도 않았는데 답답해 돌 예정^^)집에 연락을 한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자매의 할머니와 삼촌은 노발대발을 하며 산부인과에 순결 검사(질주름 검사)를 받게 한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표정을 푸는 할머니. 그날부터 외출 금지와 함께 일탈을 부추길 물건들(전화기, 껌 등)을 모조리 숨겨버린다. 막는다고 해서야 막힐 쏘냐, 자매는 창문을 넘어 파이프를 타고 내려가 몰래 외출을 하고 온다. 소냐는 만나는 남자친구도 있었다. 그것마저 들키자 삼촌은 담장을 세우는 데에 이른다. 

터키에는 조혼 풍습이 있다. 이것 때문에 자매들은 학생인데도 불구하고 결혼을 해야 했다. 보통 결혼은 중매.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할머니가 원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 나이 차가 몇 살이 나도 말이다. 가장 먼저 짝을 정할 사람은 첫째다. 소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못하게 하면 소리를 지른다고 악을 쓴다. 뭐 아무튼 소냐는 에킨이랑 결혼하게 됐고, 둘째 델마가 새로 소개가 들어온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동시에 진행되는 두 자매의 결혼식. 소냐는 신나서 춤을 추는데 델마는 술을 잔뜩 마시고는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울음을 머금는다. "나..결혼 하기 싫어..."

두 언니가 떠나고 남은 세 자매. 다음은 에체 차례다. 문제가 되면 안되니(무슨 문제요?)질주름 검사를 받고 결혼할 상대를 기다린다. 에체 또한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고 결혼을 원하지 않았다. 삼촌에게 성폭행까지(할머니가 그만하라는 거 보면 지속적으로 당한 것 같다) 당한 에체는 자살을 택한다. 죽음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누르에게 파란색 쿠키 상자가 도착한다.(청혼 시, 쿠키 상자를 주는 풍습이 있다. 에체 때도 있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남은 자매들은 탈출 계획을 세운다. 랄리를 도와주던 '야신'이라는 남자의 도움을 받아 운전을 열심히 연습하고 짐을 챙겨둔 누르와 랄리. 누르의 결혼식 당일, 나가려던 문을 쾅 막고 나갈 채비를 한다. 집에 모아둔 식당 봉투들에 하나씩 다 전화를 해 야신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는 랄리. 누르와 랄리는 창밖으로 어른들의 눈을 피해 탈출에 성공한다. 산 속에 숨어있던 두 자매는 야신의 차가 도착하자 그 위에 올라탄다. 야신은 그들이 원하는 목적지인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준다. 창으로 보이는 그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오랜 시간 달려 도착한 곳은 이스탄불. 자신을 도울 수 있는 디렉 선생님을 꼭 껴안는 랄리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남자애들이랑 같이 놀았다고 질주름 검사 받게 하는 할머니나(참 할머니도 할 말 많다..애들 위하는 척은 하는데 결혼 빨리 시키려 함..애들 표정 썩어있는데 둘도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라면서 결혼 날짜 잡고 일탈을 부추기는 물건을 없애고 애들 가둬버리고..나 때도 얼굴 모르고 결혼했다며 넌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하질 않나 생판 모르는 놈을 어떻게 좋아해요 그때랑 지금이랑 같냐!) 노발대발하는 삼촌이나(이 새끼는 조카를 범하기까지 했으니 할 말 없지..)조혼이나(풍습이라 부르기도 싫음) 괄호 안에 말들이 너무 많아 쓰면서 괄호 쓰지 말 걸 그랬나 생각했다. 아무튼 할머니..할머니도 그렇게 살았다면 최소한 애들한텐 그러지 말으셨어야죠 다 큰 어른한테 그러는 것도 문제일테지만 얘넨 청소년이었다고요..

누르와 랄리가 자신에게 주어질 가혹할 운명을 끊고 인간답게 살 길을 간다. 다행이다. 가족들 눈에 띄지도 말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말길. 세계 어딘가에서 랄리 자매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여성에게도 원하는 삶이 있으니. 

계속 되짚어봐도 답답한 구석밖에 없다...우째...20년까지 조혼율 1위가 터키였던데 지금은 좀 바뀌었으려나...

+)머스탱은 초원을 달리는 작은 야생마를 뜻한다. 너무나도 랄리스러운 제목이다♥

작가의 이전글 <더스틴 호프만의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