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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Apr 28. 2023

당신을 안고 만지고 싶어,<그녀>

2023년 28번째 영화

제목: 그녀(her)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호아킨 피닉스(테오도르), 에이미 아담스(에이미), 루니 마라(캐서린), 스칼렛 조핸슨(사만다)

줄거리다른 사람의 편지를 써주는 대필 작가로 일하고 있는 ‘테오도르’는 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아내와 별거 중인 채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이해해주는 ‘사만다’로 인해 조금씩 상처를 회복하고 행복을 되찾기 시작한 ‘테오도르’는 어느새 점점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최애 영화 중 하나를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최애 영화인데 왜 오랜만에 봤냐고 물으신다면 첫번째 본 느낌을 잊고 싶지 않으니까요. 가장 온전한 채로 작품을 두고 싶었으니까요! 다시 보고 싶었던 이유는 수업에서, 친구들한테서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스멀스멀 피어났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의 사랑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옳다구나 시험도 끝났겠다 볼 타이밍이 지금이다 싶었다.

편지 대필 회사에서 일하는 테오도르. 아내와 이혼 준비로 마음이 허하다. vr 게임이나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던 중, 새로 출시된 운영체제를 만나게 된다. 앞으로 어떤 파도가 칠 지도 모른 채. 테오도르는 조그마한 수신기에 말을 걸어본다. 그러자, 자신을 '사만다'라고 소개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그저 신기했을 뿐인데 자신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아주고 무엇보다 늦은 밤 침대에 누운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주니 더 할 나위 없었다. 테오도르는 그런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그녀를 목소리로만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만다는 얼굴도 몸도 없다. 안아줄 수도 섹스를 할 수도 없다. 그저 말로 사랑을 속삭이고 신음을 낼 뿐이다. 좁혀질 수 없는 거리로 힘들어하는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우리 둘을 이어줄 '사람'이 있다며 소개해준다. 그는 옷을 벗고 테오도르 위로 올라타며 입을 맞춘다. 수신기로 흘러나오는 사만다의 목소리. 테오도르는 이 여자와의 섹스를 더는 이어갈 수 없다.

한편, 테오도르의 친구 에이미는 오랜 연인과 헤어졌다.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연인이 두고간 운영체제와 친구가 됐다. 그 얘길 듣던 테오도르는 자신은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편견없는 에이미는 테오도르에게 잘 됐다고, 이제 좋은 사랑을 하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오래 가지 못한다.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도 교류한다는 것을(교류할 수 있다는 것을)알았기 때문이다. 자신과 같은 수신기를 쓰며 지나가는 사람들. 이 모든 사람이 사만다와 대화하고 있는 것이라면?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자신의 것인 줄로만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아닌 누군가와 지낼 수 있다는 것을 깜빡 잊은 것이다. 사만다는 마침내 테오도르를 떠나고, 상실감에 빠진 테오도르는 에이미를 찾아간다. 옥상에 올라간 둘은 서로의 어깨를 빌려 위로를 나눈다.


중학생일 적 봤을 땐 영상미 예쁜 작품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십 대에 다시 보니 이 영화는 외로우면서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운영체제는 누구나 쓸 수 있으니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것인데 어떻게 한 사람만을 바라볼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도 사랑이 고픈 테오도르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마음 터놓을 곳 없는 현대인에게 '사만다'라는 상징적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됐을까. 아니, 테오도르에겐 개인적 존재가 되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테오도르가 누군가가 절실할 때 도움이 된 것은 사람이었다. 사만다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실체가 있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도 도움이 되니까, 보잘 것 없는 내 어깨를 내어줄 수 있으니까. 사랑을 하는 데에 있어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앎에도 다른 두 존재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나보다. 만져지지 않는 벽. 그건 어쩜 사람 사이에서도 존재할 것만 같은데 다른 종(?)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싶고. 과연, 인공지능하고도 사랑에 빠질 날이 올까? 사랑할 순 있어도 만나진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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