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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May 26. 2023

마음이 가는대로 뛰기 시작하면,<말 없는 소녀>

2023년 39번째 영화

제목: 말 없는 소녀(the quiet girl)

감독: 콤 바이레드, 출연: 캐서린 클린치(코오트), 캐리 크로울리(이블린), 앤드류 베넷(숀)

줄거리: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가난한 집의 어린 소녀 코오트는 여름 동안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진다. 낯선 환경도 잠시...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다정함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어느새 이들 사이엔 떼어놓기 힘든 특별한 우정이 싹튼다.


포스터 속 소녀는 누굴 향해 뛰고 있는 걸까, 왜 뛰고 있는 걸까 여러 생각을 하다 영화를 보는 데에 이르렀다. 좋은 기회를 주신 익무에 감사함을 표하며 리뷰를 시작해보겠다.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우중충해보이는 이 소녀의 이름은 코오트이다. 코오트는 말도 잘 하지 못하고 화가 나도 참으며(참는 방법이라곤 달리기 하나 뿐이다.)함께 사는 형제들과도 내외한다. 때문에 부모는 가장 먼저 코오트를 친척집에 맡기려고 한다. 어릴 적엔 어느 아이도 부모님의 말씀은 거스를 순 없으니, 코오트도 군말 없이 친척집(정확히는, 엄마의 사촌 부부이다)으로 간다. 여기서 여름방학 동안 지내게 된다. 코오트에 눈길도 주지 않는 숀과 사랑이 넘치는 눈빛으로 코오트를 맞아주는 이블린. 이블린은 예쁜 옷도 입혀주고 잘 적엔 '가엾은 것. 내가 부모라면 널 맡기지 않았을 텐데'라고 속삭인다. 코오트는 그곳에서 집안일과 농장 일을 배우며 부부와 가까워진다. 코오트에게 차가운 숀과 처음부터 잘 지내는 것은 어려웠다. 게다가 코오트가 농장 일을 하다 갑자기 사라져 걱정을 산 적도 있었다. 그래도 계속 함께 일을 하다보니 정이 붙어, 숀은 쭈뼛대다 쿠키 하나를 코오트 앞에 두고 간다. 때때로는 시간을 재 줄테니 우편함까지 뛰어갔다 오라고도 한다. 숨은 차지만, 하나 둘 하나 둘 내딛는 뜀박질에 힘이 넘친다.

코오트가 떠날 즈음 해서, 엄마의 편지가 도착한다. 남동생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고 말이다. 지금은 그 어떤 말도 들어오지 않는다. 코오트는 가족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큰 사랑을 이들에게 받았으므로, 이 사랑을 앞으로도 계속 받고 싶으므로.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다. 학생이니 돌아가야만 한다. 집에 도착하니, 남동생은 울고, 엄마는 코오트를 본체만체한다. 사촌 부부와 엄마는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을 나눈다. 이제 사촌 부부는 떠나야 한다. 코오트는 망설이다 이내 달리기 시작한다. 그들의 차가 지나는 길로, 있는 힘껏. 다행히, 숀이 집 대문을 열고 있어 잠시 멈춰섰었고 코오트는 그의 품에 포옥 안긴다. 그 광경을 본 이블린은 차에서 차마 내리지 못하고 엉엉 운다.(예상이건대, 코오트와 헤어졌다는 걸 자각해 흘린 눈물일지도 모른다.) 꼬옥 안고 있는 코오트와 숀 그리고 세 사람의 여름날 추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솔직히 말해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그래서 오히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집에서 천대 받고 친척집에 맡겨진 케이스는 아니었지만 부모님의 맞벌이로 친척집에 얹혀살다시피 했다. 그때 할머니랑 돈까스도 만들고, 이모랑 스티커 박물관도 하며 하루종일 재밌었는데 쩝. 좋은 시절 오래 전에 가버렸네~

감정 표현에 서투른 or 억누르던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그 마음이 가는 쪽으로 행동하는 것만 보면 왜 이리 눈물이 흐르는지...평소에 그러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 한번을 해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듯 싶다.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수백번을 말해도 모자라다. 헷갈리는 마음을 알아차린다는 것부터가 어렵다는 것을 아니까. 그래서 우리는 코오트의 달리기에 눈물 흘렸을 지 모른다.

나중에 셋이서 또 만났겠지? 영영 이별은 시키지 말아주세요. 다 비켜, 내가 만났다고 칠 거다, 뭐!

히히 무엇보다 본가로 돌아간 코오트는 어떻게 지내게 될까. 다른 건 몰라도 사촌 부부가 베푼 사랑의 반이라도 본가에서 받으며 자랐으면 좋겠다. 따뜻한 어느 계절에 또 만나자, <말없는 소녀>야:) (벌써부터 엔딩 다시 보고 싶음)

+)개봉 전 영화는 결말까지 안 남기는데 몰입해서 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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