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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un 06. 2023

<남은 인생 10년>, 너를 만나 다행이야

2023년 42번째 영화

제목: 남은 인생 10년(the last 10 years)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 출연: 고마츠 나나(마츠리), 사카구치 켄타로(카즈토)

줄거리스무 살이 되던 해, 수 만명 중 1명이 걸리는 난치병으로 10년의 삶을 선고받은 ‘마츠리’는 삶의 의지를 잃은 ‘카즈토’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처음 만난 봄, 즐거운 여름, 아름답던 가을, 깊어진 겨울까지 하루하루 애틋하게 사랑한 두 사람 하지만 쌓이는 추억만큼 줄어드는 시간 앞에 결국 ‘마츠리’는 ‘카즈토’를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볼까 말까 고민했는데 무대인사 잡은 덕에 보게 되었다. 후하후하 나의 사랑 너의 사랑 나나와 켄타로를 보다니...♡둘을 보니 영화도 더 기대 되고...난 어떤 장르든 볼 준비가 되어 있었어!

스무 살, 마츠리는 수 만명 중 한 명이 걸릴까 만다 한다는 폐동맥성 질환에 걸린다. 마츠리에게 남은 거라곤 먼저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주머니가 준 캠코더 하나. 남은 인생 10년 동안 마츠리는 자신의 중요한 순간들을 캠코더로 담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2년 후, 나아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 마츠리.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일도 찾아본다. 다 나은 건 아니므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그때, 중학교 동문회에서 동창회에 참석하라는 우편이 날아온다. 병원에서 막 퇴원도 했겠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려는 마츠리이다. 그곳에서 머리가 헝클어진 카즈토를 우연히 만난다. 카즈토는 마츠리를 자신의 교복 단추를 달아준 여학생으로 기억하고 있다. 카즈토는 두 달 전 즈음 회사에서 잘린 후, 은둔 생활을 하다 오랜만에 바깥에 나왔다. 긴장한 탓에 토를 하는 카즈토, 그의 옆을 지키는 마츠리. 둘은 왜인지 잘 맞는 것 같다. 

동창회가 있은지 며칠 안돼 병원에서 연락이 온다. 카즈토가 창가에 앉아있다 떨어졌다고. 무기력한 카즈토의 마음을 들으며 마츠리는 화가 난다. 나는 이렇게나 살고 싶은데 너는 그것도 모르는 구나 싶어서.

그리고 또 며칠이 흘러 퇴원 후 검사를 받으러 온 카즈토는 우연히 병원에서 마츠리를 마주친다. 다음날, 카즈토는 마츠리에게 사과를 전한다. 너희 어머니가 아프신 줄 몰랐다고 하면서, 이제 열심히 살 거란다. 카즈토가 잘못 짚은 것이 내심 마음이 놓여 피식 웃고 마는 마츠리. 그날 밤, 마츠리와 카즈토는 흐드러진 벚꽃 속을 걸으며 열심히 살 거라는 서로의 다짐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카즈토가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냈을 때부터였다. 마츠리는 자신의 상태 때문에 누구도 가까이 둘 수 없다. 하지만, 카즈토와 있을 때 너무너무 행복하다. 살고 싶어진다. 카즈토가 손도 잡고 안기도 해보지만 그럴수록 마츠리는 밀어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밖에 못하는 자신이 미워져 폭식을 하고 토하고 울어도 보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하루는 마츠리가 카즈토 앞에서 쓰러진다. 언제까지고 병을 숨길 수 없는 마츠리는 자신의 병에 대해 카즈토에게 털어놓는다. 대신, 고칠 수 있는 병이라고 말이다. 그 말을 믿은 카즈토는 마츠리에게 프로포즈까지 하지만, 돌아오는 건 밀어냄이다. 마츠리는 실은 난 불치병이라 고칠 수 없다고, 죽을 준비를 해야한다며 놓아달라고 부탁한다. 아프지만 카즈토는 마츠리를 놓아준다. 시간은 또 흘러, 병실에 있는 마츠리를 비춘다. 글을 잘 쓰는 마츠리는 죽기 전 책을 내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원고지에 펼친다. 카즈토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의 사장님의 도움으로 자신의 가게를 내게 된다. 가게의 이름은 '마츠리'다. 개업 기념으로 친구들이 찾아오는데 마츠리와 함께 일을 하는 친구가 두꺼운 원고 뭉치를 주고 간다. 가게의 문을 닫고 원고를 살피는데 웬걸 마츠리의 원고이다. 순간 불안한 마음이 든 카즈토는 마츠리에게로 달려간다. 두 달 후, 마츠리는 세상을 떠났고 그의 책은 세상에 태어났다. 카즈토는 책과 꽃다발을 사 마츠리를 모신 곳으로 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관에 진작부터 울던 사람도 많았는데 나는 후반부 미츠리의 편지부터 눈물이 ..하..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과 그와 더 함께하고픈 마음, 그걸 하지 못할 거라 확신까지 해서 더 슬펐다. 

이런 영화를 보면 로맨스보다는 주인공의 삶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러면서 결론은 사랑에 대한 찬양으로 끝냄..) 캠코더로 소중한 순간들을 담는 마츠리를 보며 이 사람은 생이 정말 필요한 사람이구나를 깨달았다. 정말 우울하고 필요가 없는 생이라 느껴졌다면 캠코더로 찍는 행위는 하지도 않았겠지. 마츠리 살려줬음 싶었는데 요런 영화에선...슬픔을 위해...^^

동시에 생에 이런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지 싶다. 나도 힘든 시기가 있을 때마다 좋은 사람들이 다가와주었는데 그 힘든 시기가 지나더라도 그들을 꼭 기억할 것이다. 구렁텅이에 빠진 나에게 기꺼이 자신의 팔을 내어줬으니까. 구원이자 소원이었다. 마츠리와 카즈토도 서로에게 그런 존재였겠지. 카즈토가 마츠리를 물리적으로는 구하지 못했지만 마음엔 얼마나 힘이 되었을지 가늠하기 조차 어렵네. 둘이 행복한 결말을 바랐는데, 야속하기도 하지. 흐드러진 벚꽃 속에서 강한 바람이 불면, 네가 오는 거래. 뒤를 스윽 한번 돌아보고 가던 길을 가면 되는 거라고, 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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